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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탈루 막겠다던 '무늬만 회사차' 수정안 '무용지물'


입력 2015.11.26 11:06 수정 2015.11.26 12:19        박영국 기자

경비처리 기간만 연장…조작 적발 힘든 '운행일지'가 유일한 규제수단

구입비 3000만원, 연간 유지비 600만원 한도설정이 적절

대표적인 초고가 자동차들. 위부터 벤틀리 신형 컨티넨탈 GT, 롤스로이스 고스트,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LP700-4 로드스터.ⓒ폭스바겐 코리아/BMW그룹 코리아/람보르기니 서울 대표적인 초고가 자동차들. 위부터 벤틀리 신형 컨티넨탈 GT, 롤스로이스 고스트,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LP700-4 로드스터.ⓒ폭스바겐 코리아/BMW그룹 코리아/람보르기니 서울

정부가 업무용으로 보기 힘든 수억원짜리 회사차를 개인 용도로 사용해 세금을 탈루하는 부조리를 막겠다며 만든 탈세 방지 세법 개정안이 전혀 실효성이 없는 ‘여론 막기용’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개정안은 국회에서 퇴짜를 맞았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지난 2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 회사(법인·개인사업자) 명의로 등록한 차량에 대한 비용처리 한도를 연간 1000만원으로 제한하는 내용의 법인세법 개정안(수정안)을 보고했다. 이번 수정안은 지난 9월 마련한 기존안보다 강화한 것이다.

하지만 조세소위는 과세 실효성이 없다며 재수정을 요구했다. 고가의 업무용차에 부여되는 과도한 세제혜택을 방지할 수 있는 ‘차량 1대당 구입비 및 유지비에 대한 비용한도 설정’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조세소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정부가 수정해서 가져온 안이 너무 복잡하다”며 “구입비와 유지비를 포함해 대당 비용인정 한도를 설정해 단순화시켜 가져오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비처리·세감면 기간 5년에서 12년으로 쪼갰을 뿐

기획재정부의 개정안이 실효성이 없다는 판정을 받은 이유는 실질적으로 업무용차의 차값과 유지비 전액이 경비 처리 가능한 현행법과 다른 점이 없어 고가 업무용차를 악용한 세금탈루와 조세형평성 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지난 8월 내놓은 개정안에 비해 다른 점은 차량구입비에 대해 5년 만에 전액 경비처리가 가능했던 것을 최소 5년에서 최대 12년까지 기간만 연장한 것에 불과하다.

현행세법상 업무용차 구입비는 매년 총 취득가액의 20%씩 총 5년동안 경비산입을 허용하고 있어, 금액에 상관없이 5년 만에 차값 전액 경비처리가 가능했었다.

이번 수정안은 차량 구입비에 대해 비용인정 한도 설정 없이 매년 1000만원까지만 경비산입을 허용하되, 산입하지 못한 잔액을 매년 이월시켜 최대 12년째가 되는 해까지 전액 경비로 인정해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수억원짜리 스포츠카를 업무용 차라고 몰고 다녀도 여전히 수천만원의 세제혜택을 기존과 동일하게 받을 수 있게 된다.

‘운행일지 작성’을 통해 업무상 사용비율만큼만 경비처리가 가능하다는 게 유일한 규제수단이지만, 운행일지는 허위기재 적발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사실상 규제수단이 없는 셈이다.

예를 들어 가격이 2억원인 차량의 연도별 경비처리액을 현행세법과 정부 수정안에 따라 각각 계산해 보면 단지 경비처리와 세감면혜택을 받는 기간이 5년에서 12년으로 연장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행세법은 5년째 되는 해에 2억원 전액 경비처리가 되고 세감면은 매년 1672만원씩 5년간 총 836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정부안대로 개정될 경우 매년 1000만원씩 경비산입이 허용되고 12년째 되는 해에는 지난 11년간 경비로 산입하지 못한 나머지 금액인 9000만원을 모두 경비처리할 수 있어 12년간 받는 총 세감면액은 현행과 동일하게 836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운행일지 작성'이 유일한 규제수단…허위기재 쉽고 적발 어려워

유일한 규제수단인 ‘운행일지 작성’은 업무용차를 사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규제지, 일반 서민들이 납득하기 힘든 수억 원대 업무용차에 과도한 세제혜택이 제공되는 조세형평성 문제는 전혀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과세당국이 수백만 대에 달하는 업무용차의 운행일지를 일일이 뒤져 허위기재를 적발하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도 의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방대한 행정력과 비용이 투입돼야 한다.

개인사업자의 경우 업무용차의 업무상 사용과 사적사용의 구분이 모호하고, 우리나라는 주요 선진국들과 달리 출퇴근까지 업무로 간주하기 때문에 운행일지 허위기재가 매우 쉽다.

한 술 더 떠 정부는 운행일지를 매일 기록하지 않고 주1회 또는 월1회 기록해도 인정해주는 ‘간편차량이용명세’나 ‘표준차계부’와 같은 운행일지 기재 간소화 방안을 마련한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유일한 탈세 규제수단마저 쉽게 빠져나갈 길까지 마련해 주겠다는 것이다.

구입비 3000만원, 연간 유지비 600만원 한도설정이 적절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는 ‘무늬만 회사차’의 조세형평성 훼손과 사적 사용에 따른 세금탈루 문제를 해결하려면, 업무용차 구입비와 유지비에 대해 일정금액을 비용인정 한도로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정금액을 한도로 비용처리를 제한하면 한도를 초과하는 비용에 대해서는 자동적으로 소득·법인세가 부과되기 때문에 애초 취지대로 업무용으로 적합한 차량을 보호하는 동시에 업무용으로 부적합한 고가차에 대한 과세가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7~11월부터 발의된 5개의 업무용차 관련 국회의원 입법안들은 별도 예외 규정 없이 업무용차 구입비에 대해 3000~4000만원까지 비용인정 한도를 설정하고 있다.

새누리당 김종훈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김동철, 윤호중 의원은 구입비에 대해 3000만원까지, 새누리당 함진규 의원은 4000만원까지, 김영록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구입비와 유지를 합쳐 5000만원까지만 경비처리를 허용하는 소득·법인세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통상적으로 우리나라에서 3000만원 이상이면 고급차로 인식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가격 이하가 사적 과시욕구가 배제된 순수한 업무용차로 적합하다는 판단에 따라 이같은 발의가 이뤄진 것이다.

유지비의 경우 업무용차로 적합하다고 본 3000만원짜리 차량의 평균 연간 유지비를 추정해 보면, 유류비와 수리비, 보험료 등의 연간 유지비용은 약 600만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업무용 차에 들어가는 구입비용과 유지비가 일반 서민들이 타고 다니는 차의 평균을 크게 상회할 이유가 없다”면서 “여러 법안들이 나와 있지만 구입비는 1대당 3000만원, 유지비는 600만원 선으로 한도를 설정하는게 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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