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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같지 않은 은행, VIP 되고픈 이유 여기 있네


입력 2015.11.26 09:15 수정 2015.11.26 11:47        임소현 기자

'PB' 씨티골드 반포지점, 1억원→5000만원 문턱 대폭 낮추어

박진회 행장 "개별운용사 없는 씨티은행만이 이해상충 없다"

씨티골드 반포지점. ⓒ데일리안 씨티골드 반포지점. ⓒ데일리안

분명 '은행'이라 쓰여있지만 은행같지 않다. 전면이 통유리인 씨티골드 반포지점을 지나가는 순간에도 시선이 자꾸 안쪽으로 머문다. 그 안에서 끊임없이 돌아가고 있는 영상이 어지러워서만은 아니다. 나란히 컴퓨터 네 대가 등을 맞대고 있는 풍경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도 업무를 보려는 듯 의자에서 대기하는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의 모습에 '아, 은행이구나' 싶다.

지난 25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서 진행한 오픈행사에서 박진회 씨티은행장은 "신흥 부유층 대상의 새로운 가치제안인 '씨티 프라이어리티(Prioirity)' 서비스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씨티 프라이어리티는 편리하고, 효율적이고 디지털화된 뱅킹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의 자산 목표를 당성할 수 있도록 돕는 자산 및 계획 관리 서비스다.

앞서 23일 씨티은행 반포지점은 씨티의 차세대 자산관리센터라는 타이틀과 함께 리뉴얼돼 씨티골드 반포지점으로 문을 열었다.

씨티골드 반포지점은 새로운 자산관리 플랫폼으로, 스마트 허브 스토어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이곳에서는 터치스크린과 고화질 미디어 월을 갖추고 스마트뱅킹을 돕는다.

특히 이곳은 자산관리 서비스 고객군이 기존 1억원 이상에서 5000만원 이상으로 확대 적용됐고, 한국에서 처음으로 모델 포트폴리오 방식이 도입됐다.

한국형 모델 포트폴리오를 도입해 조금 더 자산관리 서비스를 선진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 이처럼 씨티은행의 획기적인 변화가 모두 담겨진 지점이다보니 곳곳에 힘이 바짝 들어가 있었다.

10억원 이상 고액자산가군만 열 수 있다는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은은한 조명과 원목 가구로 고급스러움을 살린 CPC존이 눈에 들어왔다.

씨티골드 반포지점 CPC존. ⓒ데일리안 씨티골드 반포지점 CPC존. ⓒ데일리안

씨티골드 반포지점 CPC존 벽에 걸린 이우환 작가 작품. ⓒ데일리안 씨티골드 반포지점 CPC존 벽에 걸린 이우환 작가 작품. ⓒ데일리안

벽에는 '블루 웨이브'를 형상화한 이우환 작가의 그림이 걸려있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원래 흑백만 그리는 화가인데 특별히 씨티은행의 '블루 웨이브'를 형상화하기 위해 파란 빛을 넣고 싶다고 의뢰했다"고 설명했다.

소파에 앉아 둘러보니 막연하게 화려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VIP 대접'이 익숙지 않은 사람이더라도 VIP실 안의 무거운 압박감이나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이곳에는 자산관리서비스(WM) RM(Relationship Manager)가 13명 정도 상주해있다. 시중은행 기준으로 봐도 적지 않은 숫자다.

시중은행의 지점에는 자산관리서비스 전문가가 1~2명 정도 상주하고, 씨티은행도 가장 많은 전문가를 보유한 강남 CPC시점과 서울지점에 각 8명씩을 배치했던 것이 최대였다.

박병탁 씨티은행 부행장은 "2-30명이 최적이라고 생각했지만 공간 상의 제약 때문에 이정도로 그쳤다"며 "외환시장 전문가를 포함하면 17명 정도가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박 부행장뿐만 아니라 발렌틴 발데라바노 부행장, 박 행장의 각오는 비장했다. 단호한 자신감을 내비치면서도 여유 있는 자세로 지점 설명을 이어나갔다.

박진회 씨티은행장이 지난 25일 씨티골드 반포지점 오픈행사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진회 씨티은행장이 지난 25일 씨티골드 반포지점 오픈행사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 행장은 "씨티은행이 글로벌 은행으로서 가지고 있는 지적재산 정보나 세계 시장 분석 등 여러 경험치는 다른 시중은행보다 확실히 넓고 깊다"며 "개별 자산운용사를 가지고 있지 않아 이해상충이 없다는 점도 씨티은행만의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씨티은행은 현재 개별 자산운용사를 가지고 있지 않다. 이에 따라 자사의 상품을 팔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되는 타 자산관리서비스와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씨티골드 반포지점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과제다. 외국계 은행이다보니 높은 해외자산 비중이 위험요소로 꼽히고, 세금이나 수수료 문제도 있다.

박 부행장은 이에 대해 "단순 판매식으로 이뤄져온 자산관리 서비스가 결국 서브 프라임사태와 같은 변곡점이 오면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라며 "이런 형태의 단순 판매에서 오는 불합리를 해결하기 위해 모델 포트폴리오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씨티은행의 모델 포트폴리오 방식인 '포트폴리오 360도'에서는 자산군별 시장분석과 투자성향 및 현재 포트폴리오의 위험 대비 수익률 분석 등과 함께 여러가지 세계 경제 상황 시나리오에 따른 포트폴리오의 시뮬레이션이 있어 최적화된 자산배분을 제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이처럼 변화를 꾀한 씨티은행 내부에서는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력 재배치가 필요한 만큼 어느정도 인력 조정이 수반돼야한다는 분석에서 나온 것이다.

이에 대해 박 행장은 "절대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며 "단지 하는 역할이 조금 바뀔 수는 있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똑같은 일을 계속 하겠다고 생각한다면 지금 시대 정신에 맞지 않는 일"이라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박 행장은 전담 직원에게 "실제로 어떻게 온 건지 말해달라. 배치 받았는지 자원했는지"라고 요청하자 당황한 직원이 "배치받은 사람도 있고 자원한 사람도 있다"고 답했다.

이에 박 행장은 "자원을 원칙으로 적합한 트레이닝을 거쳐 서비스에 투입한다"고 수습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씨티은행이 한국의 고객 자산관리서비스를 한층 업그레이드 한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부작용의 가능성도 우려된다.

씨티은행이 앞으로 계속해서 이 같은 자산관리 서비스를 확대해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힌 만큼 스마트 허브 시스템을 어떻게 정착해 나갈 것인지 관심이 주목된다.

임소현 기자 (shl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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