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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 조문 전두환 "떠나는 것 임의로 할 수 있으면..."


입력 2015.11.25 17:36 수정 2015.11.25 17:37        이슬기 기자

<현장>"내 나이만 많은줄 알았더니...자다가 가는게 제일 좋지"

전두환 전 대통령이 25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김영삼 전 대통령 빈소에서 조문을 마친 후 장례식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전두환 전 대통령이 25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김영삼 전 대통령 빈소에서 조문을 마친 후 장례식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전두환 전 대통령이 25일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아 “떠나는 것(임종)을 임의로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나”라며 “자다가 가버리면 본인을 위해서도, 가족 위해서도 그 이상 좋은 일이 없지”라고 말했다.

전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4시경 김 전 대통령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을 방문해 조문한 뒤, 분향소 내 귀빈실에서 김 전 대통령의 아들 현철씨와 만나 이같은 대화를 나누며 조우했다. 특히 그는 귀빈실에서 등을 벽에 기대고 앉아 편안한 자세를 취하며 현철씨와의 대화를 주도하는 등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전 전 대통령은 현철씨의 나이를 물은 뒤 “난 내 나이만 많은줄 알았는데 애들도 나이가 많다. 고생을 많이 하셨다”라며 “애 많이 썼다. 연세가 많고 하면 다 가게 돼 있으니까”라며 현철씨의 팔을 다독였다.

그는 이어 “요새 100세 시대라고 하지 않나”라는 조문객의 말에 “100세시대 그거 뭐 살아서 뭐하나. 자식도 고생시키고 고생하고”라며 “건강하게 살다 건강하게 떠나는 게 본인을 위해서도 좋고, 가족들을 위해서도 좋다”고 답했다. 이후 약 10분 간 현철씨와 건강과 관련한 대화를 나눈 뒤, “요새도 산에 가느냐”는 현철씨의 질문에 고개를 내저으며 “못 간다”라는 답변을 끝으로 빈소를 떠났다.

이날 검정색 정장을 차려입고 나타난 전 전 대통령은 방명록에 “고인의 명복을 기원합니다”라는 글과 함께 본인의 이름을 한자로 남겼다. 또한 조문 후 ‘YS에 대한 평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입을 굳게 다문 채 황급히 승용차에 탑승하며 빈소를 떠났다.

한편 김 전 대통령의 서거 나흘째인 이날 오전까지 전 전 대통령이 빈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정치권에선 두 사람의 ‘악연’을 이유로 전 전 대통령이 끝내 조문을 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과 전 전 대통령의 ‘악연’은 10.26 사태가 끝난 직후인 1980년부터 시작됐다. 전 전 대통령이 12.12 군사쿠테타로 정권을 잡은 뒤 상도동계인 김 전 대통령에 가택 연금 조치를 내렸고, 이를 계기로 김 전 대통령은 신군부에 의해 정계를 강요당했다.

이어 김 전 대통령은 광주민주화항쟁 3주기인 1983년 당시 23일간의 단식투쟁으로 전두환 정권에 맞섰고, 취임 직후 신군부의 잔재인 하나회를 척결하는 한편 1995년에는 전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을 비자금 및 군사쿠테타 혐의로 구속시켰다.

아울러 지난 2010년 8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김 전 대통령과 전 전 대통령을 모두 청와대로 초청하자, 김 전 대통령은 "전두환이는 왜 불렀노. 대통령도 아니데이"라며 “전두환이는 죽어도 국립묘지도 못 간다"고 정면으로 비판한 바 있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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