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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신이라고?" 손아섭 굴욕과 황재균 포스팅


입력 2015.11.26 10:25 수정 2015.11.27 15:41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포스팅 무응찰 굴욕..손아섭 가치 폄훼는 옳지 않아

교타자로서 유형 맞지 않을 뿐..황재균 차별성 갖춰

손아섭의 포스팅 실패로 이제 공은 다음 타자인 황재균에게 넘어가게 됐다. ⓒ 연합뉴스 손아섭의 포스팅 실패로 이제 공은 다음 타자인 황재균에게 넘어가게 됐다. ⓒ 연합뉴스

KBO리그 최고의 타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손아섭이 지난 24일 드러난 메이저리그 포스팅(비공개 입찰경쟁)에서 굴욕을 당했다.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어느 팀도 손아섭 포스팅에 응찰하지 않았다. 2002년 2월 진필중(당시 두산) 이후 처음 나온 충격적인 결과다. 손아섭은 2010년부터 6년 연속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했다. 현역 중 통산 타율 1위, 나이도 27세로 한창 전성기에 접어들 시점이다.

국내는 물론 미국 현지 언론에서도 볼티모어 오리올스 등 몇몇 구단들이 물망에 올랐고, 100만~500만 달러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인 포스팅 액수가 예측되기도 했다.

KBO 출신으로 메이저리그에 직행한 강정호나 최근 미네소타 트윈스로부터 포스팅 금액으로만 1285만 달러를 제시받은 박병호 사례는 KBO 타자들의 달라진 주가와 함께 손아섭에 대해서 기대치를 높였다.

하지만 정작 시장의 판단은 냉혹했다. 애초부터 손아섭의 단점으로 지적됐던 외야수-교타자라는 한계를 극복할 만큼 강한 메리트를 메이저리그 구단들에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다.

냉정하게 말하면 손아섭은 높은 타율 수치 빼고는 파워, 수비, 주력, 체력 등 다른 면에서 특출한 장점이 없었다. 앞서 메이저리그의 러브콜을 받은 강정호나 박병호는 모두 내야수였고 '장타력을 갖춘 내야 전천후 유틸리티 플레이어'라든가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 수 있는 파워'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손아섭은 코너 외야수로서 맞추는 능력으로 어필하는 교타자다. 그런데 이런 스타일의 타자는 마이너리그에도 넘쳐난다. 굳이 포스팅을 통해 이중으로 돈을 지불해가며 영입할만한 매력을 느끼지 못했을 수 있다.

시기적으로도 각 구단의 내년 시즌 전력구상이 한창인 윈터미팅 전에 나선 것이 무모했다는 지적도 있다. 비슷한 시기 메이저리그 도전의지를 피력한 황재균과 순서를 조율하느라 손아섭의 포스팅 시기를 앞당긴 것이 독이 됐다는 평가다. 윈터미팅 이후 손아섭이 포스팅에 나섰다면 최소한 '응찰구단 제로'의 굴욕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비록 손아섭의 메이저리그 도전은 희대의 흑역사로 남게 됐지만 단지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손아섭의 도전 자체를 폄하하는 것은 옳지 않다.

선수의 플레이스타일과 시장 환경이 원하는 상황에 맞지 않았을 뿐, 손아섭은 여전히 KBO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고 창창한 야구인생이 남아있다. 지난 시즌 포스팅에서 시련을 겪었던 양현종이나 김광현처럼, 손아섭도 그라운드에서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면 된다.

손아섭의 포스팅 실패로 이제 공은 다음 타자인 황재균에게 넘어가게 됐다. 황재균은 예정대로 구단에 포스팅을 요청했다.

손아섭 사태 후유증으로 황재균의 포스팅 결과에도 우려의 시선이 높아졌다. 일단 황재균의 성적도 손아섭에 비해 크게 뛰어나다고는 할 수 없다. 포스팅에 신청했다가 손아섭처럼 선택을 받지 못하거나 초라한 금액의 포스팅 금액을 제시받았을 경우, 선수 본인은 물론이고 롯데 구단과 KBO에까지 망신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황재균이 손아섭과는 달리 내야수고 장타력을 갖췄다는 점에서 차별성은 있다고 분석한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 연착륙한 강정호의 사례처럼 황재균 역시 몇몇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매력을 느낄만한 요소는 존재한다. 황재균이 손아섭의 굴욕을 만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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