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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쇼크’ 메마른 특급에 한국 한탄


입력 2015.11.25 15:06 수정 2015.11.27 08:24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일본, 다르빗슈-오타니 등 꾸준히 특급 배출

한국 아마야구 특급 유망주 혹사 등 큰 문제

오타니의 수준이 다른 투구는 한국 야구의 현실을 뒤돌아 보게 만들었다. ⓒ 연합뉴스 오타니의 수준이 다른 투구는 한국 야구의 현실을 뒤돌아 보게 만들었다. ⓒ 연합뉴스

한국야구가 국가대항전 프리미어 12에서 초대 챔피언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성공적인 결과에도 숙제도 남았다. 바로 확실하게 한 경기를 지배하고 책임질 수 있는 에이스의 부재였다.

한국은 이번 대회 개막을 앞두고 역대 최약체 투수진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류현진, 양현종, 윤석민, 오승환 등 국내 최고의 투수들이 빠졌기 때문. 그럼에도 한국 투수들은 평균자책점 1.93으로 선방했다. 불펜투수들이 여러 이닝을 분담하는 벌떼 작전의 승리였다.

일본은 오타니 쇼헤이라는 확실한 에이스 자원을 보유했다.

마쓰자카-구로다-이와쿠마-다나카-다르빗슈 등 일본야구의 에이스 계보를 잇는 오타니는 한국을 상대로 2경기 13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는 눈부신 역투를 선보였다. 준결승 경기 후반 불펜투수들을 공략하며 역전승을 일궈내기는 했지만 향후 일본 마운드의 10년 이상을 책임질 오타니에 완패한 것이 옥에 티였다.

한국은 김광현과 장원준, 이대은이 나름 활약을 해줬지만 전체적으로 무게감 있는 선발투수가 부족했다. 게다가 이들의 뒤를 이어줄 다음 세대가 눈에 띄지 않고 있다.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세대였던 류현진, 김광현, 윤석민 등은 당시만 해도 20대 초반의 영건들이었다. 봉중근이나 송승준 역시 20대였다. 하지만 7년이 지난 현재 대표팀 마운드의 선발 전력은 그때보다 훨씬 약해졌다.

김인식 감독도 이점을 지적했다. "우리에겐 오타니같은 대형 선발투수가 부족하다. 선수들의 재능만을 논하기 전에 우리 야구의 육성 시스템을 돌아봐야할 부분"이라고 일갈했다. 실제로 일본은 오타니 외에도 150km대 강속구를 던지면서 제구력까지 되는 투수들이 즐비했다. 더 무서운 점은 이들이 젊고 더 성장할 수 있는 투수들이라는 점이다.

이는 한국야구의 구조적인 문제와도 무관하지 않다. 가뜩이나 타고투저 열풍이 강한 국내 프로야구에서 10개 구단 중 국내선수가 에이스 노릇을 하는 구단은 손에 꼽을 정도다. 팀마다 외국인 선발 2명이 사실상 원투펀치 역할을 담당한다. 감독들도 시간이 오래 걸리고 성공 가능성도 불투명한 선발 자원을 육성하기 위해 인내심을 가지기가 어렵다.

90년대 메이저리그 진출 열풍이 불때만해도 한국야구는 투수왕국이었다. 박찬호, 서재응, 김병현, 김선우, 봉중근 등 수준급 투수들은 미국무대에서도 주목받았다.

하지만 몇 년 사이 상황은 역전됐다. 유일하게 메이저리그에 연착륙한 류현진 정도를 제외하면 윤석민, 양현종, 김광현 등 야심차게 미국무대 도전을 선언했으나 메이저리그는 밟아보지도 못하고 냉대를 당했다. 박병호, 김현수, 이대호, 손아섭 등 타자들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활발해진 것과도 대조적이다.

한편으로 많은 투수 유망주들이 이미 프로에 진출하기 전부터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점도 한국야구의 어두운 부분이다. 사실 아마추어에서 특급 투수로 평가받는 자원들은 지금도 꾸준히 배출되고 있다.

하지만 프로에 올라올 무렵엔 이미 어깨나 팔꿈치가 망가져있거나 수술을 받아야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성적에 집착하느라 관리받지 못하고 어린 시절부터 무리하게 혹사당하는 학원야구의 현실이다.

한일전에서 오타니가 끝까지 완투했다면 9회의 기적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왜 더 이상 오타니같은 선수를 만들어내지 못하는지 한국야구의 선수육성과 관리 시스템에 대한 깊이 있는 고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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