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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화가' 수지 "예쁜 역할, 끌리지 않아요"


입력 2015.11.30 09:51 수정 2015.12.03 08:12        이한철 기자

'건축학개론' 이후 예쁜 역할 제의 거절

'도리화가' 시나리오 보고 가슴 뜨거워져

배우 배수지에게 영화 '도리화가'는 큰 모험이자 승부수다. ⓒ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배우 배수지에게 영화 '도리화가'는 큰 모험이자 승부수다. ⓒ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시나리오 읽으면서 울컥 했었죠. 가슴이 뜨거워지는 무언가를 느꼈어요."

누구도 예상치 못한 선택이었다. '건축학개론'으로 국민 첫사랑 타이틀을 얻은 배수지가 다음 작품에서 얼굴에 숯을 칠하고 판소리에 도전하리라고 예상한 이가 과연 있었을까.

배수지는 최근 개봉한 영화 '도리화가'에서 여자가 판소리를 할 수 없었던 시대, 운명을 거슬러 소리의 꿈을 키웠던 조선 최초의 여류소리꾼 진채선을 연기한다. 평탄하고 쉬운 길 대신 고단한 고행의 길로 자신을 내던질 수 있었던 건 자신의 마음을 움직인 시나리오의 힘을 믿었기 때문이다.

"'건축학개론' 이후 받은 시나리오는 대부분 여리고 예쁜 역할이었어요. 전혀 끌리지가 않았죠. 하지만 '도리화가'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물론 주변에서 사극 장르와 판소리라는 소재에 물음표를 던졌지만 이런 반응조차 즐겼어요."

"시나리오를 밤중에 읽고 곧바로 '꼭 하고 싶다'고 연락했다"는 배수지는 "시사회 때 너무 떨렸지만,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작품에 대한 한결같은 애착과 만족감을 전했다.

배수지는 1년간의 혹독한 연습 끝에 수준급 판소리 실력을 터득할 수 있었다. ⓒ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배수지는 1년간의 혹독한 연습 끝에 수준급 판소리 실력을 터득할 수 있었다. ⓒ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하지만 판소리는 배수지에게 완전히 새로운 세계였다. 앞서 판소리를 소재로 한 '서편제'의 주연을 꿰찬 국악인 오정해와 달리 배수지에게 판소리는 낯설기만 했다. 가요를 부를 때와 발성 자체가 완전히 달랐다. 악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음원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배수지도 "처음 배우는데 멘붕이 오더라"고 고백했다. 하지만 1년간 피나는 연습을 통해 수지는 극 중 심청가와 춘향가를 완창할 수 있는 수준에 다다를 수 있었다.

"연습하다 보니 초반에 비해 많이 나아졌어요. 처음 수업할 땐 잘만 하면 배우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지금 그때 했던 건 못 들어주겠더라고요."

혹독한 연습을 꿋꿋이 버텨낼 수 있었던 건 연습생 시절을 통해 단단해진 멘탈 덕분이다. 시나리오를 읽으며 펑펑 울었던 것도 진채선의 모습에서 과거 자신의 모습이 비춰졌기 때문. 배수지는 "진채선과 저와 비슷한 점이 많아 몰입이 잘 됐다. 연습생 시절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고 털어놨다.

"(연습생 시절엔) 남들보다 일찍, 남들보다 늦게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열심히 한다고 해도 잘 안 될 때도 있고, 그렇다고 연습을 많이 한다고 해서 느는 것도 아니에요. 한계의 부딪치는 순간, 서러움이 밀려들죠."

배수지는 가수와 배우는 "목적이 같다"며 강한 애착을 보였다. ⓒ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배수지는 가수와 배우는 "목적이 같다"며 강한 애착을 보였다. ⓒ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런 열정 탓에 주위에선 배수지를 두고 '악바리'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하지만 배수지는 "이제 많이 내려놨다"며 손사래를 쳤다. 쉼 없이 달려온 6년의 세월만큼, 꿈도 삶에 대한 시선도 달라졌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무조건 큰 꿈을 꿨어요. '슈퍼스타'가 돼야 하고 큰 무대에 서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죠. 그런데 이제는 소탈한 꿈을 꾸게 돼요. 소극장이나 카페 같은 곳에서 노래하는 것처럼 말이죠."

걸그룹 미쓰에이 멤버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배우로서 더 사랑받는 배수지에게 가수와 배우 중 어떤 것이 더 소중할까 궁금했다. 하지만 배수지는 망설임 없이 "둘 다 소중하다"고 강조했다.

"비중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어요. 둘 다 똑같이 사랑해요. 연기하는 것도 노래하는 것도 표현하는 거잖아요. 방식이 다르지만 목적은 같아요."

'도리화가'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지만, 이 작품을 통해 배수지의 내면이 더욱 단단해진 것은 분명해 보였다. 무엇보다 어린 나이에 '내려놓음'의 미학을 터득한 것이 큰 소득이다. 이는 배수지의 다음 작품이 벌써부터 기다려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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