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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화가' 소리꾼 수지, 과연 정답이었나


입력 2015.11.24 10:07 수정 2015.11.24 21:10        이한철 기자

조선 최초 여류소리꾼 캐릭터 스크린 데뷔

대대적인 홍보 속 언론 시사 후 혹평 세례

배수지는 1년간 갈고 닦은 판소리 실력을 뽐내지만, 영화 속 대사에 설득력을 주기엔 역부족이었다. ⓒ CJ 엔터테인먼트 배수지는 1년간 갈고 닦은 판소리 실력을 뽐내지만, 영화 속 대사에 설득력을 주기엔 역부족이었다. ⓒ CJ 엔터테인먼트

의욕만으로는 되지 않는 게 있다.

배수지의 판소리 도전으로 관심을 모았던 영화 '도리화가'는 결국 감동보다는 어색함이 앞선 어정쩡한 작품이 되고 말았다. 영화의 본질인 소리로 주는 감동이 실종됐고, 더불어 스토리가 주는 감동도 반감됐다.

'도리화가'는 여자가 판소리를 할 수 없었던 1867년, 운명을 거슬러 소리의 꿈을 키웠던 조선 최초의 여류소리꾼 진채선(배수지 분)과 그녀를 키워낸 스승 신재효(류승룡 분)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어릴 적 부모를 잃고 기생집에서 자랐지만, 우연히 접한 판소리에 매료돼 기생이 아닌 소리꾼의 꿈을 품은 당찬 소녀 진채선은 시대의 금기를 넘어 간절한 꿈에 도전한다.

배수지의 진정성 있는 연기는 칭찬할 만하다. 철없는 소녀에서 아름다운 소리꾼으로 거듭나는 진채선의 성장 과정을 특유의 맑은 매력과 성숙해진 연기력으로 소화한 것은 물론, 1년간 혹독한 연습으로 완성한 판소리 실력도 기대 이상이었다. 스크린에서 드러난 배수지의 모습만으로도 그간 얼마나 노력했는지 충분히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영화 속 그가 연기한 인물이 조선 최초 여류소리꾼이라는 점이다. 역사를 바꾼 인물인 만큼, 작품 속에는 진채선의 소리에 감탄하는 대사와 설정들로 가득하다. 그만큼 적당히 잘하는 것만으로는 진채선의 캐릭터를 관객들에게 설득하긴 어렵다.

류승룡이 목숨까지 내놓을 만큼 집착했고, 조선의 역사를 바꿀 만큼 강렬했던 '혼의 소리'를 설득력 있게 들려주지 못한다면 관객들이 작품에 온전히 빠져들긴 어렵다.

'도리화가'는 소리꾼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지만, 정작 소리로 감동을 주는 배우는 없었다. ⓒ CJ 엔터테인먼트 '도리화가'는 소리꾼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지만, 정작 소리로 감동을 주는 배우는 없었다. ⓒ CJ 엔터테인먼트

임권택 감독은 영화 '서편제'의 송화 역에 당시 무명이었던 오정해를 캐스팅했다. 유명 배우들 가운데 소리의 감동을 고스란히 전해줄 인물을 찾기 어려웠던 탓이다. 뮤지컬 '서편제' 또한 최연소 춘향가 8시간 완창기록을 갖고 있는 국악인 이자람을 캐스팅하며 작품의 리얼리티를 높이는데 주력했다. 소리를 통한 감동이 없다면, 작품 자체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리화가'는 정반대의 결정을 함으로써 작품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말았다. 냉정하게 말해 배수지의 고군분투는 박수 받을 만했지만, 작품의 완성시키진 못했다. 심지어 동리정사의 소리 선생 김세종(송새벽 분)이나 소리꾼 칠성(이동휘 분), 용복(안재홍 분) 등 그 누구도 소리로 감동을 전해주지 못한다. 흥행에 대한 과한 욕심 탓일 것이다.

그나마 신재효를 연기한 류승룡의 카리스마와 묵직한 연기가 영화를 지탱해준다. 제자에게 누구보다 혹독하면서도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할 만큼 따뜻함을 지닌 신재효의 감정을 스크린에 완벽하게 담아내며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우정 출연한 흥선대원군 김남길도 임팩트 있는 연기로 깊은 여운을 남긴다. 흥선대원군은 권력을 움켜쥐고 신재효과 진채선에게 위태로운 제안을 건네는데, 이 과정에서 범접할 수 없는 서늘한 카리스마를 선보인다. 극 후반 김남길의 존재감은 주연인 배수지와 류승룡을 뛰어넘을 정도로 강렬했다.

'응답하라 1988'에 빠져 있는 팬들이라면 이동휘와 안재홍의 개성연기를 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러 장점이 두드러진다 해도 조선 최초 여류소리꾼의 성장기를 뒷받침해주기엔 역부족이었다.

'전국노래자랑'을 연출한 이종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종필 감독은 "한민족 고유의 음악인 판소리의 한과 흥의 정서를 대중영화로 담아내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전했다. 25일 개봉.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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