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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탄 울린 천정배 신당, 현역 몇명 빼내 새정치 울릴까


입력 2015.11.22 09:26 수정 2015.11.22 09:30        이슬기 기자

천정배 본인 '새정치 공천탈락자 집합소' 경계, 현역들도 "아직은..." 머뭇

천정배 무소속 의원이 18일 서울 영등포구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개혁적 국민정당 창당추진위원회 출범식'에서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의 축사를 듣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천정배 무소속 의원이 18일 서울 영등포구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개혁적 국민정당 창당추진위원회 출범식'에서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의 축사를 듣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20대 총선을 5개월여 앞두고 야권의 잇단 내홍 속에 이른바 ‘천정배 신당’이 첫 발을 내디디면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현역 의원들의 신당행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다만 현재 당내에서 거세게 제기되는 ‘반(反) 문재인’계의 목소리가 실제 신당행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란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무소속 천정배 의원은 지난 18일 서울 대방동 여성프라자에서 ‘개혁적 국민정당’ 창당추진위원회 출범식을 열고 본격적인 창당 작업에 돌입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문 대표는 광주를 방문해 당대표의 권한을 공유하는 임시지도부 형태의 ‘문재인·안철수·박원순’ 연대를 제안, 양 측이 동시에 야권 재편의 신호탄을 울리면서 주도권 경쟁에 불이 붙었다.

특히 이날 천 의원이 직접 소개한 창당추진위원 32명 중에는 현역 의원이 단 한명도 포함되지 않으면서, 결국 ‘새정치연합 공천 탈락자의 집합소’가 될 거란 혹평도 제기됐다. 현재 새정치연합이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 주도의 ‘현역 의원 20% 물갈이’를 앞두고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는 데다, 문 대표가 제시한 ‘문·안·박’ 연대에 호남 인사가 빠졌다는 비난도 나오면서 당내 호남·비주류계를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호남 의원들의 경우, 신당행과는 확연히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물론 문 대표의 지도체제개편 제안과 혁신안 등 사사건건 날을 세우며 당 공천 과정에 반기를 들고 있지만, 아직 본격적인 평가가 시작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신당 합류 의지를 밝히기엔 정치적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문 대표에 대한 압박을 이어가되 일단은 조기선거대책위원회나 임시지도부 등 지도부 구성에 따른 공천 양상에 집중하는 게 최선이라는 판단이다.

실제 지난 9월 박주선 의원이 “새정치연합은 사망선고를 받았다”며 탈당을 선언한 당시, 머지않아 추가 탈당이 이어질 것이라고 여러 차례 공언했지만, 10.28 재보궐선거에서 새정치연합이 완패한 이후 현재까지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당 비주류계 모임인 민집모(민주당집권을위한모임) 소속이자 호남을 지역구로 둔 한 의원도 “문 대표가 도대체 상식을 가진 사람인지조차 의문이다. 어떻게 호남 배려하라는 것을 ‘공천권 때문에 당을 흔드는 것’이라고 말하나”라며 “저런 대표는 필요없다”면서도 신당행 의사를 묻는 질문엔 “그건 지금 문제가 아니다. 호남의원들이 조만간 모여서 대책을 논의할 것”이라고만 답했다.

호남계 주요 인사로 꼽히는 한 의원도 “‘문·안·박’에 호남 인사만 쏙 빠진 것도 문제지만 기본적으로 문 대표의 인식 자체가 아주 잘못됐다. 이건 가만히 있을 수 없는 문제”라면서도 호남 의원들의 신당행 가능성에 대해 “지금 문 대표가 호남을 이렇게 무시하고 있는데 신당은 지금은 나중에 이야기할 문제”라며 확답을 피했다.

게다가 천 의원 본인부터 ‘공천 탈락자 집합소’가 되는 것을 철저히 경계하고 있다. 실제 박 의원이 탈당한 이후에도 천 의원에 러브콜을 계속해서 보냈지만, 천 의원 측은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단순히 문 대표에 대한 반감과 호남이라는 지역적 성격만으로 손을 잡으면 ‘反 문재인 당’ 수준에 그친다는 것을 천 의원 본인도 강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게 천 의원 측의 입장이다.

아울러 전날 문 대표가 천 의원과의 통합을 공개적으로 제안한 데 대해 천 의원이 일말의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 역시 이같은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천 의원이 신당 추진위원회 출범식에서 “새정치연합은 당 해체에 준하는 변화가 있어야 한다. 민심은 이미 수명을 다한 정당을 완전히 떠났다”고 날을 세우면서도 "새누리당에게 어부지리 주는 방식은 경계한다"며 총선 연대의 여지를 열어놓은 듯 발언으로 주목을 받았다.

실제 이번 총선에서 천정배 신당 등의 출현으로 야권 표가 난립하면서 거꾸로 여당 후보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럴 경우, 통합 제의를 거부한 천 의원 역시 일정 부분 책임을 면키 어렵다.

만약 현재 새정치연합 내 호남 의원들이 신당행 의사를 드러낸 후, 선거에 임박해 새정치연합과 천정배 신당 간 연대가 이뤄지면 그야말로 ‘난감한’ 처지가 될 수밖에 없다. 설사 탈당을 한다고 해도 박 의원이 추진하는 ‘호남 신당’으로 가는 것이 그나마 최선이란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대해 비주류계 의원실 관계자는 "아마 또 최고위원회 내에서 문·안·박 연대를 두고 서로 물고뜯고 할 거다. 거기 호남이 안들어갔는데 불쑥 문 대표가 공개적으로 제안을 해버렸지 않나"면서도 “박주선 의원 나갈 때도 봤듯이 결국 한 사람 나가고 끝 아닌가. 아무리 욕해도 정작 신당엔 현역도 전혀 없는데, 그런 데로 불쑥 갈 사람은 거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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