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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영 "성인 연기? 한 발짝 아닌 세 발짝"


입력 2015.11.23 08:00 수정 2015.11.24 13:14        이한철 기자

어느덧 10년차 베테랑 배우 "소녀 티 벗고 출발점"

"어릴 땐 어려보이는 게 고민, 지금은 천천히 갔으면"

어느덧 10년차 배우가 된 박보영은 '열정같은 소리하고 있네'를 통해 마침내 성인 연기자로서 출발선에 섰다. ⓒ 데일리안 이한철 기자 어느덧 10년차 배우가 된 박보영은 '열정같은 소리하고 있네'를 통해 마침내 성인 연기자로서 출발선에 섰다. ⓒ 데일리안 이한철 기자

"하고는 싶은데 한 발짝이 아닌 열 발짝 가는 느낌이더라고요."

'국민 여동생' 박보영(25)에게 2015년은 연기인생의 전환점이었다. 올여름 방송된 tvN '오 나의 귀신님'에서 음란마귀에 빙의돼 "한번만 해요", "모텔은 남자랑 가야지 뭔 재미로 가요" 등 파격대사를 읊조리더니 영화 '열정같은 소리하고 있네' 격정 멜로신까지 과감히 소화한다.

박보영은 "소녀에서 사회 초년생으로 오고는 싶은데, 한꺼번에 너무 많이 옮겨가는 게 아닌가 걱정됐다"며 그간의 고민을 털어놨지만, 결과적으로 연기의 폭을 한층 넓히는 계기가 됐다. 여기엔 열 발짝이 아닌, 세 발짝을 가는 영리함도 한 몫 했다고 볼 수 있다.

박보영은 개봉을 앞둔 영화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에서 새내기 연예부 기자 도라희 역을 맡았다. 취직만 하면 인생이 풀릴 줄 알았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는 연예부장 하재관(정재영 분)을 만나 겪게 되는 극한 분투를 그린다. 여기에 서진과의 사랑은 박보영 성장기의 한 축을 이룬다.

"그동안 소녀, 학생 이런 걸 많이 했어요. 나이에 맞는 걸 하려면 더 기다려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도라희를 만났죠. 저한테는 출발점의 의미가 있는 작품이에요. 이제 저에게도 나이가 보이나 이런 생각도 하게 됐죠."

이 작품에서 박보영은 기존의 귀엽고 깜찍한 이미지를 그대로 살리면서, 사회 초년생만의 고민과 사랑을 더한다. 당초 예정보다 수위를 낮춘 격정 멜로신은 낯설면서도 어울리는, 묘한 경계선에 걸치면서 박보영을 자연스럽게 성인배우로서 인식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다.

덕분에 관객들 역시 박보영의 성장을 과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교복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20대 여배우로서의 입지를 탄탄히 한 셈이다. 이는 '국민 여동생'이라는 타이틀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캐릭터를 고민하고 미래를 향한 도전정신이 있기에 가능했다.

자신의 인생 단계를 그려놓고 목표를 향해 전진한다는 박보영은 "예상보다 빨리 오고는 있지만, 수순대로 가고 있다"며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고등학교 때는 너무 어려 보이는 게 고민이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아요. 학생 연기를 통해 경험할 수 있는 것들도 많은데 놓치고 갈 수도 있는 거잖아요. 차라리 어리게 봐주시면 좀 더 어린 역할을 하면서 더 많은 경험도 했으면 해요."

박보영은 현장에서도 자기 목소리를 내며 자신의 연기에 대한 남다른 책임감을 드러내고 잇다. ⓒ 데일리안 이한철 기자 박보영은 현장에서도 자기 목소리를 내며 자신의 연기에 대한 남다른 책임감을 드러내고 잇다. ⓒ 데일리안 이한철 기자

어느덧 10년차 베테랑 배우가 된 박보영은 주연배우로서 작품에 대한 책임감과 부담감도 그만큼 늘어났다. 하지만 '열정같은 소리하고 있네'만큼은 "막내 대접을 제대로 받은 작품"이라며 함께 호흡을 맞춘 정재영, 오달수 등 선배 배우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예전부터 '혼자 끌고 가야할 게 많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이번에는 특히 막내여서 스트레스, 부담감도 많았는데 정재영 선배님이 '쫄지 마' '뭘 이렇게 힘들어 해. 즐겨도 돼'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막내로서 누릴 수 있는 특권을 많이 누렸어요."

정재영과 오달수가 술자리에서 툭툭 던지는 말 한 마디는 박보영 연기인생에 큰 깨달음이었다. 선배들의 한 마디, 한 마디를 몰래 스마트폰에 저장해가며 자신을 채찍질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현장에서는 언제든 망설임 없이 할 말을 할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 10년 경험을 통해 자신의 연기는 감독의 것이 아닌, 자신의 것이라는 신념이 생겼기 때문이다. "작품을 할 때만큼은 할 말을 해야 한다고 느꼈어요. 관객들이 촬영장 상황을 고려해서 영화를 보진 않잖아요. 스크린 안에서 저의 연기는 온전히 제 책임이니까요."

"'예쁨' 같은 건 이미 옛날에 내려놨다"는 박보영은 앞으로도 외모보다 연기력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고 의욕을 보였다.

"제가 충북 증평 읍내 시골 출신인데, 연예인으로 데뷔를 하니 증평과 청주에서는 '쟤가 하면 나도 하지' 하는 말들이 정말 많았어요. 사실 꾸며져 있어서 그렇지 학교 다닐 때 다른 후배들처럼 '몇대 얼짱' 그런 얘기는 들어본 적도 없어요. 시상식 가서 다른 배우들 보면서 정말로 완전히 내려놨어요."

그만큼 자신에겐 냉정하지만, 작품에 대한 욕심은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겠다는 의욕이 가득하다. "자신에게 만족할 만한 일은 없을 것 같다. 필모그래피에 비어 있는 한해를 만들고 싶지 않다"는 말에선 배우로서의 사명감과 비장함이 느껴졌다. 박보영이 그려놓은 2016년이 궁금한 이유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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