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해도 너무 하는' 안철수 식 존재감 드러내기


입력 2015.11.08 08:40 수정 2015.11.08 08:51        이슬기 기자

<기자수첩>당이 추진하는 것마다 관조, 정작 필요할댄 책임 안지고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전 공동대표가 지난 10월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내 의원모임인 민주당의집권을위한모임과 콩나물모임이 주최한 '새정치연합, 뭐가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전 공동대표가 지난 10월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내 의원모임인 민주당의집권을위한모임과 콩나물모임이 주최한 '새정치연합, 뭐가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초선이 도대체 정치를 어디서 배웠길래 저렇게 더러운 것만 다 배웠나. 기가 막힌다.”

다소 격앙된 어조의 그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전 공동대표와 꽤 ‘괜찮은’ 관계를 유지하던 사이였다. 초선의원인 안 전 대표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활동을 시작하면서 상임위 관련 사항을 논의하거나 종종 도움을 주고 받았고, 사석에서도 “좀 답답하지만 순수한 사람”이라며 안 전 대표를 호평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안 전 대표의 행보를 묻는 질문에 그의 대답은 거침이 없었다. 그는 김한길·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투톱 체제’ 당시, 안 전 대표를 향한 당내 공세가 거셌던 것을 언급하며 “최소한 자기가 당 대표까지 했던 사람이고, 대표 흔드는 거 아주 지겹게 당해본 사람이 똑같은 짓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존재감을 드러내는 법을 아주 잘못 배웠다”고도 했다.

당 차원의 ‘역사 국정교과서 반대 농성’이 한창이던 지난 5일 안 전 공동대표는 당내에서 소위 ‘반(反)문재인’계로 불리는 인사들과 만나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참석자는 당내 대표적인 비주류 모임인 ‘민주당집권을위한모임’ 소속 김영환·김동철·최원식·황주홍 의원을 비롯해 지난 2.8 전당대회 당시 안 전 대표가 지원했던 문병호 의원 등 8명으로, 이들은 “문재인 체제로는 총선에서 이기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문재인 대표가 당 전체를 대표해 국정교과서 반대성명을 발표하고, 동료 의원들은 국회 로텐더홀 농성장을 지키고 있던 당시, 안 전 대표는 ‘나홀로 행보’에 한창이었다. 3일 오전 한 차례 참석을 끝으로 “언제까지 농성을 할 수는 없지 않나”라며 힘을 빼는가 하면, 문 대표가 성명을 낸 당일 대구에 내려가 박영선 전 원내대표와 두 사람 명의로 국정교과서 반대성명을 ‘따로’ 발표했다.

또한 문 대표가 광화문에서 ‘국정교과서 반대 1인시위’에 나선 지난달 13일, 안 전 대표는 당 혁신위원회를 비판하는 토론회에 참석했다. 이보다 이틀 앞서 문 대표가 청년경제정책을 발표한 당일에는 문 대표 체제의 혁신위를 ‘낡은 진보’로 규정, “낡은 진보를 청산해야한다”며 ‘안철수표 혁신안’을 내놨다. 혁신위 활동이 한창이던 때는 연일 “혁신위는 실패했다”, “혁신위가 ‘해당행위’를 하고 있다”는 등의 거친 표현까지 써가며 맹공을 퍼부었다.

하지만 정작 당 혁신위원장 자리를 거절한 것은 안 전 대표 자신이었다. 문 대표가 안 전 대표를 찾아가 혁신위원장 자리를 맡아줄 것을 수차례 제안했지만, 그는 어떠한 책임도 의무도지지 않았다. 혁신위원들이 안을 내놓을 때마다 ‘구세력’으로 손가락질하며 당의 혁신 시도에 찬물을 끼얹을 뿐이었다.

그뿐이 아니다. 지도부가 혁신안을 추진하려는 시기에 본인의 이름으로 혁신안을 내놓아 전력을 분산시키거나, 국정교과서 저지 정국에 당력을 집중해야할 시기에 자신의 혁신안에 대한 입장을 내놓으라며 문 대표를 압박하기도 했다. 이에 여당 내부에서조차 “대표는 대정부 투쟁, 전직 대표는 대문재인 투쟁 중”이라며 조롱의 목소리까지 나왔다.

안 전 대표가 연일 날을 세우고 있는 10.28 재보선 역시 마찬가지다. 기초 단위의 선거이긴 하지만, 수도권에서 전패하는 야당을 만들어온 데 대해 전직 대표가 일말의 책임감도 없이 ‘현 대표 때리기’에 나서는 것 자체가 우스운 꼴이다. 국정교과서 반대 여론과 당 지지율 상승에도 불구하고 내부의 ‘계파 갈등’에 대한 피로도 때문에 선거에 패배했다는 당 안팎의 분석에 귀를 기울여야하는 이유다.

안 전 대표는 지난 3일 동덕여대 강연에서 “내 처지가 화성에서 혼자 살아남는 것 같다”며 자신의 현 상황을 영화 ‘마션’의 주인공 맷 데이먼에 비유했다. 실제 당이 대여 투쟁을 단행할 때 그는 단 한번도 적극적으로 동참한 적이 없다. 홀로 한 발 물러나 당쟁으로 규정하거나 '문재인 때리기'로 존재감을 키워왔기 때문이다.

물론 그가 말하고 싶던 것은 ‘아름다운 고독’이었겠지만, 결국 ‘고립’만 깊어질 뿐이라는 것을 안 전 대표만 모르고 있는 듯하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이슬기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