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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자들' 이병헌 조승우, 눈 뗄 수 없는 인생연기


입력 2015.11.09 09:11 수정 2015.11.09 13:43        이한철 기자

정치권·언론·재벌 향한 통쾌한 한 방

이병헌, 싸늘한 시선 잠재울 명연기 펼쳐

이병헌은 영화 '내부자들'을 통해 또 한 번 인생연기를 펼친다. ⓒ 쇼박스 이병헌은 영화 '내부자들'을 통해 또 한 번 인생연기를 펼친다. ⓒ 쇼박스

역시 '배우' 이병헌은 '일반인' 이병헌과 달랐다.

그를 둘러싼 여론의 싸늘한 시선은 여전하지만, 배우는 스크린 안에서 연기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는 것임을 몸소 실천해 보였다. 이병헌을 미워하는 이들은 있을지 몰라도 '내부자들'에서 선보인 또 하나의 인생 연기에 돌을 던지는 이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내부자들'은 윤태호 작가의 미완결 웹툰을 원안으로 대한민국 사회를 움직이는 내부자들의 의리와 배신을 담은 범죄드라마다. 폐인이 돼 복수를 꿈꾸는 정치깡패 안상구(이병헌), 성공을 거래하는 무족보 검사 우장훈(조승우), 정치판을 설계하는 논설주간 이강희(백윤식)의 대결이 관전 포인트다.

이병헌은 대기업 회장과 정치인에게 이용만 당하다 폐인이 된 정치깡패 안상구 역할을 맡아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파란만장한 인생을 연기한다. 그는 가장 행복했던 순간과 가장 나락으로 떨어졌을 때 등 다양한 감정 상태와 변화들을 완벽하게 표현해냈다.

또 외모의 변화뿐만 아니라 생애 첫 사투리 연기, 생활 액션 연기까지 망가지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패션이나 헤어스타일 등이 기존 이병헌의 이미지를 완전히 탈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병헌은 자신의 매력을 잃지 않는다.

무엇보다 의미 있는 것은 이병헌이 자신만의 해석을 더해 안상구 캐릭터를 재창조했다는 점이다. 다소 거칠고 딱딱한 캐릭터였던 안상구는 이병헌을 만나 유머러스하면서도 인간적인 매력을 지닌 캐릭터도 변모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내부자들'이 갖는 가장 큰 매력이 됐다.

'내부자들'에서 조승우와 이병헌의 호흡은 기대 이상으로 좋다. ⓒ 쇼박스 '내부자들'에서 조승우와 이병헌의 호흡은 기대 이상으로 좋다. ⓒ 쇼박스

조승우와의 연기 호흡도 기대 이상이었다. 조승우는 실적은 최고의 경찰이었지만 경찰대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출세가 막히는 것이 싫어서 검사가 된 우장훈 역할을 맡았다. 어렵게 검사가 됐지만 이번에는 빽과 족보가 없어 늘 승진을 목전에 두고 주저앉는 우장훈은 근성 하나만 믿고 조직에서 '개'처럼 버틴다.

시작부터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사건이 전개되던 '내부자들'은 검사 조승우와 정치깡패 이병헌이 서로 엮이게 된 중반 이후부터 여유는 물론, 흥미와 재미를 배가 된다.

특히 조승우는 온몸으로 밀어붙이는 패기와 열정을 통해 우장훈 캐릭터를 완성했다. 자칫 이병헌과의 기 싸움에서 밀릴 경우, 작품의 중심이 흔들릴 수도 있었는데 조승우이기에 중심을 잡고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한편, '내부자들'은 정치권·언론·재벌·조직폭력배를 둘러싼 부패와 비리를 조명한 윤태호 작가의 웹툰과 달리, 영화는 원작에 없는 검찰 캐릭터를 통해 괴물로 돌변한 기득권자와 이에 맞서는 사나이들의 대결에 방점을 뒀다.

영화는 시작부터 강렬하고 빠른 전개로 관객들을 사정없이 몰아친다. 대기업 미래자동차와 유력한 대통령 후보 장필우(이경영)의 유착, 그리고 그들로부터 버려진 정치 깡패 안상구의 모습이 숨 돌릴 틈 없는 전개 속에 그려진다.

다소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이들의 관계는 리듬감이 살아 있는 깔끔한 연출과 배우들의 명연기가 빚어내는 몰입도로 관객들이 줄거리를 따라가는데 무리가 없다. 특히 올 여름 극장가를 강타한 '베테랑'과 마찬가지로 기득권 세력을 향한 통쾌하고 직설적인 스토리는 관객들의 마음을 후련하게 해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극단적인 폭력장면과 충격적인 성 묘사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센 장면이 굳이 필요했을까'라는 지적과 함께 일부 관객들에겐 거부감을 줄 수도 있는 장면들이 다수 포함됐다.

물론, 국민을 우습게 여기는 정치권과 기업인들의 민낯을 더욱 극적이고 강렬하게 표현해내는데 효과적이라는 점과 극적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긍정적인 효과도 무시할 순 없다. 이에 대한 판단은 결국 관객들의 몫이다.

'파괴된 사나이', '간첩' 등의 각본·연출을 맡은 우민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여기에 백윤식의 관록 연기와 대세로 떠오른 배성우의 능청스런 연기도 작품에 힘을 더한다. 19일 개봉.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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