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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나갈수록 잘나가는 '내딸 금사월'


입력 2015.10.12 09:02 수정 2015.10.12 09:03        부수정 기자

김순옥 작가 막장 드라마에 끌리는 시청자

자극적인 전개, 선·악 구도 힘입어 인기

MBC 주말극 '내딸 금사월'이 막장 논란에도 인기를 끌고 있다.ⓒMBC MBC 주말극 '내딸 금사월'이 막장 논란에도 인기를 끌고 있다.ⓒMBC

'욕하면서 본다'는 말은 이번에도 통했다.

출생의 비밀, 악녀, 복수 등 막장 드라마 단골 소재로 버무려진 MBC 주말극 '내딸 금사월'이 방송 4회 만에 시청률 20%를 돌파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아무리 주말극이라지만 시청률 가뭄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내딸 금사월'의 성적은 고무적이다. 대본을 맡은 김순옥 작가의 전작 '왔다! 장보리'가 극 중반을 넘어서 인기를 얻은 것을 고려하면 '대박'을 예고한다.

'내딸 금사월'은 '장보리'의 김순옥 작가와 백호민 PD가 다시 만난 작품으로 화제가 됐다.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두 여자의 뒤바뀐 운명을 중심으로 한 복수, 음모 이야기다.

특히 극 초반 악인들이 손을 잡고 '이중 악행'을 벌이거나 개연성 없는 자극적인 전개가 이어질수록 시청률은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착한 주인공들에게 누명을 씌우거나 위기에 빠뜨리는 행동, 갓난아기를 바꿔치는 장면 등이 그렇다.

드라마는 '장보리'와 마찬가지로 극명한 선악 구조를 보여준다. 다른 점은 중심 소재다. '장보리'가 한복을 소재로 해 주인공들의 사랑과 욕망을 그렸다면, '금사월'은 건축을 내세워 인물들의 밑바닥 감정을 끌어 올린다.

중심 소재가 다르지만 '제2의 장보리'라는 수식어는 매번 따라 붙는다. 무슨 일이 있어도 꿋꿋하게 다시 일어서는 무한긍정 캐릭터 사월(백진희)과 자신이 원하는 걸 얻기 위해 '무리수' 악행을 거듭하는 혜상(박세영)에게선 장보리(오연서)와 연민정(이유리)이 겹쳐 보인다.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인생을 사는 것을 비롯해 성품, 캐릭터 색깔도 '장보리'와 비슷하다. 착한 여주인공은 시련이 닥쳐도 어쩜 그렇게 해맑은지. 그런 여주인공 앞에 백마 탄 왕자님이 '짠'하고 나타난다.

악녀는 어떤가. 착한 여주인공을 괴롭히려 안간힘을 쓴다. 억지스럽고 유치한 수법도 마다치 않는다. 눈빛은 브라운관을 뚫을 듯 표독스럽다.

극 초반이지만 악녀에게 바보 같이 당하기만 하던 착한 그녀는 어느 순간 악녀의 뒤통수를 후려칠 듯하다. 시청자들이 욕하면서도 보는 이유다. 뻔한 복수와 결말이지만 권선징악의 통쾌함은 끊을 수 없는 막장의 유혹이다.

MBC 주말극 '내딸 금사월'이 막장 논란에도 인기를 끌고 있다.MBC '내딸 금사월' 화면 캡처 MBC 주말극 '내딸 금사월'이 막장 논란에도 인기를 끌고 있다.MBC '내딸 금사월' 화면 캡처

실제 시청자 반응은 어떨까. "자극적이다"와 "그래도 재밌다"라는 반응이 엇갈린다.

한 시청자는 "사월이 좀 그만 괴롭혔으면 좋겠다"며 "암 세포 드라마 같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시청자는 "숨 넘어 가는 전개"라며 "'장보리'와 너무 비슷한데 작가가 새로운 아이디어 좀 냈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시청자도 있었다. "전개가 빨라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재밌다", "사월과 찬빈의 연애가 기대가 된다" 등이 그렇다.

캐릭터들의 개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네이버 아이디 pmj***는 "박상원 캐릭터가 답답해서 죽을 지경"이라며 "차라리 악역이 낫다"고 강조했다.

사월을 죽도록 싫어하다가 친딸인 걸 알고 갑자기 절절한 모정을 보이는 득예(전인화)의 모습도 설득력 있게 그리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착한 사월은 '누명의 아이콘'이 되고 '제2의 연민정'이라고 불리던 혜상보다 오히려 강만후 역을 맡은 손창민의 존재감이 돋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다행인 건 '출생의 비밀'이 '장보리'보다 빨리 밝혀진 점이다. 그러나 '내딸 금사월'이 갈 길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시청률은 오른다 치더라도 "도가 지나친 악행 드라마", "정신줄 놓고 다 보는데 보고 나면 나 자신이 한심해지는 드라마"라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주를 이룬 걸 보면 '막장'이라는 오명은 벗기 힘들 듯하다.

한 시청자는 "사는 것도 잘 안 풀리고 짜증 나는데 이런 드라마는 안 본다"며 "차라리 사람 사는 기분이 나는 '다큐 3일'이 기다려진다"고 했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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