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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에 디자인을 입힌다고? "소리없이 세상을..."


입력 2015.10.10 10:00 수정 2015.10.10 10:09        박영국 기자

포스코, 수요 확대 위해 건축가와 손잡고 철제 작품 제작

포스코와 건축가 김찬중 씨가 협업해 제작한 조형물 '스틸이글루'ⓒ포스코 포스코와 건축가 김찬중 씨가 협업해 제작한 조형물 '스틸이글루'ⓒ포스코

서울 종로구 경복궁 인근에 위치한 금호미술관에 최근 관람객들의 시선을 확 잡아끄는 철제조형물이 등장했다. ‘재료의 건축, 건축의 재료’를 주제로 한 기획전의 전시물인 이 작품의 이름은 금속 소재와 이글루의 형상에 걸맞은 ‘스틸 이글루’다.

입체적인 철재패널 177장을 가공, 조립해 제작한 ‘스틸이글루’는 구조와 외피가 일체화된 구조를 보여준다. 작품내부의 빛이 패널마다 다른 패턴으로 뚫린 구멍으로 새어 나와 주위 벽에 숲 형상을 만들어낸다. 거울처럼 처리된 작품표면은 관객에게 자신의 모습을 비춰볼 수 있게 하는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오는 12월 13일까지 금호미술관에서 전시되는 이 작품은 건축가이자 더 시스템 랩 대표인 김찬중 씨와 국내 대표 철강기업 포스코의 협업을 통해 제작됐다.

포스코가 건축가와 손잡고 이번 일에 뛰어든 것은 회사의 신수요 창출 전략인 ‘솔루션마케팅’ 개념을 디자인 분야로 확대해 철강제품이 건축 재료로 다양하게 활용될 가능성을 열기 위함이다.

그동안 석조, 목재 등 철강 외의 소재는 다양한 방법으로 건축 디자인 요소에 적용돼 왔으나, 철강소재는 대형설비를 사용한 가공 공정이 필요해 제한적으로 쓰여 왔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시도다.

포스코 디자인솔루션TF는 포스코는 김찬중 대표의 설계를 토대로 표면처리, 자동절곡(折曲), 반사효과 등 원하는 조형물의 형상을 효과적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제작공정을 지원했다. 이 과정에서 포스코는 각 공정을 수행할 수 있는 고객사와 작품을 설계한 디자이너를 연결해주는 허브역할에 발벗고 나섰다.

'스틸이글루' 제작 과정.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연마·표면처리, 절단·타공, 절곡, 조립.ⓒ포스코 '스틸이글루' 제작 과정.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연마·표면처리, 절단·타공, 절곡, 조립.ⓒ포스코

먼저 디자인솔루션 TF는 STS솔루션TF, STS솔루션그룹과 협업해 포스코의 월드프리미엄 STS(스테인리스스틸) 제품인 ‘PosSD’를 작품 소재로 추천했다. 또한 고객사를 통해 소재 표면을 거울과 같이 매끈하게 처리, 야외설치를 대비해 내식성과 내후성을 높였다.

숲의 형상을 투영해낸 패널의 구멍뚫기도 고객사의 레이저 컷팅 설비를 활용했다. 기존 수작업보다 정밀성을 높이면서도 생산성도 제고할 수 있게 건축가에게 기계를 활용한 자동 절곡 공정을 적용하는 설계를 제안한 것도 건축가의 디자인 컨셉을 충분히 구현하게 하는 솔루션 활동의 결과다.

특히 작품의 기본단위가 되는 패널은 판재 자동절곡 설비를 이용해 3차원 형상으로 접어냈다. 수작업을 대체한 자동 설비가 빠른 속도로도 원하는 작품형상을 정밀하게 만들어내는 모습은 건축가가 ‘철강소재를 어떻게 가공하고 적용할 수 있는지 영감을 얻었다’고 표현할 만큼 강렬한 인상을 안겼다.

김찬중 대표는 “건축 소재로서의 철강이 갖는 물리적 특성과 스펙트럼이 큰 가공성을 이번 작품을 통해 밀도있게 표현하고 싶었다”며 “콘크리트, 벽돌, 유리 등과 같은 소재는 부피가 거대한(massive) 대상부터 공예품처럼 아주 작은(micro) 대상까지 섭렵하기는 힘들지만, 철강은 다양한 범위를 폭넓게 커버할 수 있는 소재라는 점을 이번 기회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그는 “특히 ‘스틸이글루’ 조형물의 특징이자 철강소재의 장점은 구조이자 외피가 된다는 점”이라며 “일반적으로 철강이 건축에서 구조재, 보강재로 쓰여왔다면, 이번 작품으로 각각의 철재패널 단위가 모여 뼈대를 이루는 동시에 그 자체가 내·외피가 되는, 일체화된 구조로서의 가능성을 담아내겠다는 바람이었다”고 말했다.

철강소재의 외장패널을 주요 디자인 모티브로 삼은 베스트웨스턴 호텔 조감도.ⓒ포스코 철강소재의 외장패널을 주요 디자인 모티브로 삼은 베스트웨스턴 호텔 조감도.ⓒ포스코

포스코와 김찬중 대표의 협업은 ‘스틸이글루’ 제작으로 끝난 게 아니다. 포스코는 김 대표와 협력해 2016년 착공을 앞둔 서울 청담동 베스트웨스턴 호텔 신축 프로젝트에 적용할 비정형 철강 내·외장재를 제작할 계획이며, 이를 토대로 건축용 철강 디자인 제품 개발에 나선다.

지하 5층, 지상 15층 규모의 이 호텔은 철강소재의 외장패널을 주요 디자인 모티브로 삼아 최근 건축심의를 통과했다. 디자인솔루션TF는 2016년 착공을 목표로 디자인 제품화 개발과 양산에 나설 예정이다.

포스코는 이처럼 솔루션마케팅 개념을 디자인 분야에 적용함으로써 강종 선정뿐만 아니라 표면처리, 절단 및 용접 등 건축가가 원하는 설계디자인에 맞는 제작방식을 직간접적으로 지원, 잠재적 수요를 확대한다는 의도다.

이번 ‘스틸이글루’ 제작도 건축재료 상용화에 앞서 포스코의 ‘PosSD’를 활용한 건축 디자인 사례를 선보인다는 차원에서 기획됐다.

포스코 관계자는 “철강제품을 새로운 디자인 소재로 차용할 수 있음을 보인 ‘스틸이글루’ 제작경험을 바탕으로 포스코는 차별화된 ‘디자인 솔루션’ 개념을 실제 건축물에 사용될 외장패널로 발전시키는 등 철강제품 수요처를 다변화하는 프로젝트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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