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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북 노동당 창건일에 황장엽 사망한 이유가...


입력 2015.10.09 10:15 수정 2015.10.09 10:15        박진여 기자

탈북자 사회 '대부' 5주기 맞아 추모 열기 확산

대전 현충원 묘소 참배 및 추모 학술 세미나 개최

오는 10일 생전 북한 민주화를 위해 앞장선 황장엽 선생 서거 5주기를 맞아 탈북자 사회에서 대대적인 추모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오는 10일 생전 북한 민주화를 위해 앞장선 황장엽 선생 서거 5주기를 맞아 탈북자 사회에서 대대적인 추모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오는 10일 생전 북한 민주화를 위해 앞장선 황장엽 선생 서거 5주기를 맞아 탈북자 사회에서 대대적인 추모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이날은 북 노동당 창건일이기도 해 탈북자들은 당 창건일에 세상을 떠난 황장엽 선생에 대해 ‘마지막까지 몸을 던진 의인’이라고 평가하며 추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황장엽 선생이 생전 몸담았던 북한민주화위원회를 비롯한 다수의 탈북자단체들은 지난 8일 황장엽 선생이 안장된 국립 대전 현충원을 찾아 선생의 묘소에 헌화하며 고인의 넋을 기렸다. 이 단체들은 지난 2010년 10월 10일 선생의 사망 이후 해마다 추모식을 열어 고인을 기려왔다.

탈북자단체들에 따르면 특히 올해는 서거 5주기이면서 북한식으로 하면 정주년(끝자리가 0이나 5로 꺾어지는 해)이기도 해 지금껏 추모식 중 가장 많은 인원이 함께 묘소를 참배했다. 또 오는 12일 북한민주화위원회와 북한민주화포럼, 자유민주연구원의 공동주최로 황장엽 선생에 대한 공동 추모학술세미나가 개최된다. 이외에도 단체들마다 각각 다양한 추모행사를 진행한다는 설명이다.

서재평 북한민주화위원회 사무국장은 최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매년 해온 현충원 추도식이지만 이번에는 더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 (탈북자 사회의) 120~150여명의 종전보다 많은 인원이 모여 함께 추도식을 준비했다”며 “우리가 단합하고 단결해 자유 조국통일을 위해 힘쓰는 것이 평생 통일을 바란 황장엽 선생의 유지를 받드는 길”이라고 의지를 피력했다.

아울러 북 노동당 창건일인 10월 10일에 황장엽 선생이 사망한 것과 관련 서재평 사무국장은 “우연이지만 우연이 아닌 듯 참 묘하다”며 “선생께서 북 정권을 향해 영혼이 떠나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몸을 던진 게 아닐까”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와 관련해 허광일 북한민주화위원회 총괄운영위원장은 본보에 “우리가 8일에 선생의 묘소를 찾은 것은 사망 기일 전날 제사를 지내는 한국의 전통 제례방식을 따른 것”이라며 “선생께서 실제 발견된 날은 10일 오전으로 알려졌지만 추정해보면 9일 저녁에 좌욕을 하다 사망한 걸로 추정돼 그 전날인 8일에 제사를 드리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선생께서도 돌아가실 때 한국 전통문화에 따르는 방식으로 모든 걸 처리해달라고 하셨기 때문에 앞으로도 매년 10월 8일에 선생의 묘소를 참배할 것”이라고 첨언했다.

이어 서재평 사무국장은 현충원 묘소 참배에 이어 오는 12일 3개 단체가 선생에 대한 공동 추모학술세미나를 개최한다는 소식을 전하며 “예산만 있었다면 더 크고 많은 행사를 할 수 있었겠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우리끼리 머리를 맞대 더 의미 있는 행사를 하기 위해 힘썼다”고 말했다.

예산문제와 관련해서는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도 본보에 “올해가 (황장엽 선생) 서거 5주기인데도 오히려 2, 3주기 때보다 수그러드는 느낌이 든다”며 “아무래도 예산문제도 있고 하니 그렇게 되지 않았을까, 관련 주최 측이 힘든 부분이 많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한 황장엽 선생에 대한 추모 행렬로 대북 전문 인터넷 라디오방송인 자유북한방송이 미국의 북한인권운동가이자 자유북한연합의 대표인 수잔솔티와 함께 황장엽 선생 추모 특집 대북방송을 진행한다. 수잔솔티는 자유북한방송의 명예회장이기도 하다.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는 본보에 “10일 황장엽 선생의 서거일에 맞춰 수잔솔티 측과 공동으로 추모 특집 방송을 진행한다”며 “(방송으로) 북 주민 앞에 선 수잔솔티는 인권 및 북한민주화에 대해 직접 목소리를 냈다”고 밝혔다.

김성민 대표에 따르면 수잔솔티의 목소리를 북에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 번역작업을 진행 중이라는 설명이다. 해당 방송은 10일 북에 송출된다.

이와 관련해 김 대표는 “선생께서는 살아계실 때 탈북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통일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열심히 해 서로 단결해야 한다고 강조하셨다”며 “이를 위해 정부는 대북전단이나 대북방송 등 민간이 하는 것에 규제 말고 정부가 (통일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선생께서도 늘 말했듯이 공경하되 가까이 하지는 않는 ‘경이원지’의 자세를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 탈북자들은 이 말을 늘 가슴에 새기고 각자, 또 함께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김 대표는 매년 열리는 황장엽 선생의 추모 행사 관련 “추모식 때 그냥 앉아서 학술 세미나나 하고 그런 것들이 좀 안타깝다”고 평하며 “선생께서 늘 ‘실천하는 탈북자’가 되라고 하신 것을 잘 받들어 우리 탈북자들이 자주 만나고 발로 뛰어 행동으로 보여주는 행사를 많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서재평 사무국장도 황장엽 선생의 말을 인용해 “남한에 있는 애국세력들이 연합하고 단결해 한목소리로 북한정권을 반대하는 소리를 내야 한다”며 “북한민주화 세력을 양성하고 북 인권을 개선하기위해 북한 내 민주화세력과 연합해 북 정권에 타격을 줘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그는 “선생께서는 한국과 중국이 강력한 우방국이 돼 북과 중간 고리를 끊고 북한을 강력히 압박해야 한다고 하셨다”며 “중국이 더 이상 북한의 우방국이 아니라 남한의 강력한 우방국이 돼야 한다고 강조하셨다”고 전했다.

더불어 그는 탈북자 사회 내에서 황장엽 선생을 비판하는 사람들에 “저도 처음 남한에 왔을 때는 북에서 최고위층으로 잘 먹고 잘살던 사람이 내려왔다, 주체사상 확립한 사람이 내려왔다는 식으로 부정적으로 바라봤는데 선생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알고 난 후 그 마음이 오롯이 존경심으로 바뀌었다”고 고백했다.

이와 관련해 서재평 사무국장은 “북한은 선생이 정립한 인간중심철학에 ‘주체’라는 외피를 씌워 수령론으로 몰아가 버렸다”며 “선생께서는 인본주의에 근거한 철학의 논리를 세우셨고, 주체사상은 김일성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서 사무국장은 “이후 선생은 김일성의 강요로 만들어진 주체사상 하에 독재체제를 경험하면서 북이 곧 붕괴 될 거라는 판단에 망명을 결심한 것”이라며 “자신의 망명으로 가족들이 다 희생할 줄 알면서도 남한에 와 애국세력과 힘을 합쳐 통일운동을 하면 북이 붕괴될 거라는 확신에 망명한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황장엽 선생은 평양 출신으로 과거 1970년대 북한의 통치 이데올로기인 주체사상의 근본이 되는 이론을 체계화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황 선생은 김일성 주석이 사망하고 세습체계 등 북의 비정상적인 통치 시스템이 이어지자 북이 곧 붕괴할 거라는 확신과 함께 1997년 탈북 했다. 당시 황 선생의 직책은 노동당 중앙위 국제담당 비서로 탈북자중 최고위층으로 기록됐다. 이후 그는 한국사회에서 북한민주화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며 북 체제의 모순을 고발해왔다.

박진여 기자 (parkjinye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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