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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 봉착’ 김성근 감독…야신 족쇄 벗어던질까


입력 2015.10.07 07:25 수정 2015.10.07 07:25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한화 6위, 김성근 감독 부임 후 첫 실패

타고투저-144경기, 판 읽지 못했다는 평가

김성근식 '일구이무'는 변함없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 연합뉴스 김성근식 '일구이무'는 변함없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 연합뉴스

‘야신’ 김성근 감독과 함께한 한화 이글스가 다사다난했던 2015시즌을 마무리했다. KIA가 시즌 마지막 경기서 패하게 됨에 따라 최종 성적은 6위가 됐다.

2009년 최하위로 처진 한화는 지난 6년간 무려 5차례나 꼴찌에 머물렀다. 프로야구 최고의 명장이라 불린 김응용 감독마저 한화를 살리지 못했고, 발 벗고 나선 팬들은 ‘야신’이야말로 이글스 부활을 이끌 적임자라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한화 그룹 수뇌부의 결정에 따라 3년 총 20억 원에 김성근 감독이 선임됐다. 투자도 확실했다. FA 투수 3명(배영수, 권혁, 송은범)을 모두 잡았고, 권용관, 임경완, 오윤 등 베테랑 선수에 대한 영입도 이뤄졌다. 시즌 중에는 에스밀 로저스라는 현역 메이저리거를 두 달 쓰기 위해 연봉 70만 달러(에이전트 주장 100만 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결과는 68승 76패(승률 0.472)로 6위. 2008년(승률 0.508) 이후 팀 자체 최고 승률이었다. 성적만 놓고 본다면 지난해(49승)보다 19승이나 더 올린 나름 성공적 시즌이었다. 무엇보다 한화는 시즌 내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흥행 면에서도 압도적인 성과를 올렸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 초반만 하더라도 ‘마리 한화’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낼 정도로 한화 야구는 중독성이 강했다.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은 한화식 야구는 경기 막판으로 갈수록 흥미진진했다. 숱한 역전승과 매 경기 한국시리즈를 방불케 하는 치열한 승부, 그것이 팬들을 매료시켰다.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권혁과 박정진 등 일부 특정 투수들에 대한 의존이 심각했다. 그래서 혹사논란이 불거졌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은 이들에 대한 고집을 꺾지 않았다. 그 결과 권혁은 100이닝 돌파와 함께 역대 불펜투수 최다패 신기록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불혹의 박정진은 9월 초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결국 힘에 부친 한화는 후반기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올스타전 이후 성적만 놓고 보면 10개 구단 중 최하위권이었다. 투수력은 바닥났고, 역전승을 일궈오던 타자들의 방망이도 무기력하게 허공을 가르기 일쑤였다.

김성근 감독 개인적으로도 실패한 시즌이 됐다. 그동안 김 감독은 약체 팀을 맡아 비약적인 성적 상승을 이끌어내는데 일가견이 있었다. 특히 지금의 준플레이오프 체제가 도입된 1989년 이후 태평양, 쌍방울, LG, SK 등 맡은 팀마다 부임 첫해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던 신화가 깨지고 말았다.

한화가 악전고투에도 불구하고 가을 잔치에 나서지 못한 이유로 김성근 감독의 판단 미스가 꼽힌다.

김 감독은 2011년 SK에서 경질된 뒤 3년 반 동안 프로야구와 멀어졌다.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 지휘봉을 잡았지만 그 사이 프로야구는 많은 것이 변하고 있었다.

8개 구단 체제는 NC에 이어 kt까지 가세하며 10구단으로 늘었고, 경기 수도 올 시즌 144경기로 대폭 증가했다. 경기가 늘어남에 따라 선수들, 특히 투수들의 체력 관리가 중요 사안으로 떠올랐지만 김 감독은 늘 하던 대로 매 경기 총력전을 펼쳤다.

또한 지난해부터 2년 연속 타고투저 현상이 뚜렷했음에도 판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평가다. 김성근식 야구의 대표적 이미지는 번트 등으로 주자를 진루 시킨 뒤 안타로 선취점을 뽑고 벌떼 불펜을 동원해 점수를 지켜내는 방식이다. 이른바 짜내기 야구다. 하지만 최근 KBO리그는 4~5점 차도 쉽게 뒤집힐 정도로 투수들이 고역을 치르고 있다. 그럼에도 김성근식 야구는 바뀌지 않았다.

사실 김성근 감독이 ‘야신’이라는 신화적인 수식에 오히려 발목 잡혔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성근 감독의 철학은 잘 알려진 대로 ‘일구이무’다. ‘다음은 없다’는 마음자세로 공 하나에 최선을 다하라는 뜻이다. 그리고 그는 프로야구 수십 년을 거치며 호불호를 떠나 자신의 야구를 성적으로 증명했다. ‘야신’은 틀리지 않았고, 오랜 만에 돌아온 ‘야신’은 다시 그것을 보여줘야만 했다.

김성근 감독은 2010년 11월 KBS ‘김승우의 승승장구’에 출연한 바 있다. 당시 몰래온 손님으로 나온 하일성 해설위원은 이런 말을 남긴 바 있다. “김성근 감독의 야구가 싫다면 이겨라. 김성근은 자신을 이기면 ‘내 야구로는 안 되겠구나’라며 변화를 추구할 사람”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 스스로 ‘야신’이라는 족쇄를 벗어던질 때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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