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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원을 1원으로? 이주열발 '화폐개혁' "앗 뜨거"


입력 2015.10.06 12:11 수정 2015.10.06 14:40        이충재 기자

'이주열 공감발언' 후 논쟁 시작…'님트현상'이 문제

우리나라에서 논의되는 화폐개혁은 화폐단위를 낮추는 리디노미네이션이다.(자료사진) ⓒ데일리안 우리나라에서 논의되는 화폐개혁은 화폐단위를 낮추는 리디노미네이션이다.(자료사진) ⓒ데일리안

10000원이 100원이 된다면...

시내 레스토랑이나 카페에 가면 ‘스파게티 13.0’, ‘커피 5.0’으로 써놓은 메뉴판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스파게티는 1만3000원, 커피는 5000원이라는 뜻이다.

이미 한국은행은 2006년부터 1원과 5원짜리 동전 발행을 중단했다. 시중에선 두 동전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젠 치킨 한 마리나 식사 한 끼 영수증에 ‘0’이 4개나 따라붙기 때문이다.

‘화폐개혁’ 이슈가 떠올랐다. 지난 17일 한국은행에 대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화폐개혁 필요성이 거론됐고, 이에 이주열 총재가 “필요성에 공감하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하면서부터다.

한국은행은 부랴부랴 해명자료를 내고 “화폐개혁 추진 의사를 표명한 것이 절대 아니다”고 선을 그었지만 여론은 이미 달아올랐다. 이날 포털사이트 인기검색어엔 ‘화폐개혁’이 오르기도 했다.

인플레이션, 혼란을 이유로 번번이 막힌 화폐개혁

우리나라에서 논의되는 화폐개혁은 화폐단위를 낮추는 리디노미네이션이다. 이를 위해 구화폐의 유통을 정지하고 단기간에 신화폐로 강제 교환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 인위적으로 화폐의 가치를 조절해야 한다.

이미 금융권과 정치권에서도 꾸준히 통용가치를 절하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예를 들어 1000원을 1원으로 하향조정하자는 것이다.

실제 지난 2003년 당시 한국은행에선 박승 총재의 주도로 1000단위를 떼 선진국 화폐 단위 수준으로 조정하려는 화폐개혁이 추진됐다. 하지만 인플레이션과 사회적 혼란 등을 우려한 정부의 반대에 부딪혀 중단됐다.

당시나 지금이나 화폐개혁의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커피 한잔을 ‘5.0’으로 표기하는 시대적 흐름을 거스르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다만 문제는 부작용을 얼마나 감수하느냐다. 화폐단위를 1000분의 1로 변경할 경우 우선 체감 물가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우려된다. 화폐교체과 각종 전산 업그레이드 비용 등 화폐시스템 전환에 필요한 비용과 함께 검은돈 유출에 대한 우려도 뒤따른다.
 화폐개혁에 대한 현실적 논의를 위해선 경제수장들의 ‘님트 현상(Not In My Term)’을 극복해야 한다는 지적이다.(자료사진) ⓒ데일리안 화폐개혁에 대한 현실적 논의를 위해선 경제수장들의 ‘님트 현상(Not In My Term)’을 극복해야 한다는 지적이다.(자료사진) ⓒ데일리안


"해야 하는데, 지금은 아니다"는 컨트롤타워…님트현상

무엇보다 화폐개혁에 대한 현실적 논의를 위해선 경제수장들의 ‘님트 현상(Not In My Term. 내 임기엔 안돼)’을 극복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제부총리나 한국은행 총재 등 경제수장들은 리디노미네이션에 따른 부작용에 부담을 느끼고 이를 자신의 임기 내에 건드리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이게 마련이다. 개혁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자칫 ‘경제 역적’으로 몰릴 수 있다는 정치적 계산이 발목을 잡은 셈이다.

해외로 눈을 돌려보면 굳이 ‘세계표준’인 미국달러와 비교할 필요도 없다. 우리나라 화폐 단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4개국 중 34등으로 환율이 달러당 1000원을 넘는 유일한 나라다.

화폐개혁 역시 지난 1962년에 10환을 1원으로 바꾼 것이 가장 최근의 일이다. 이에 경제 규모의 비약적인 확대와 60여년 간 묶여 있는 화폐 단위 사이의 부조화를 조정하자는 논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지적이다.

이미 화폐관리와 물가, 통화 정책을 이끄는 한국은행은 화폐개혁에 대한 논의와 함께 준비 역시 어느정도 되어 있는 상황이다. 반면 경제정책을 이끄는 기획재정부에서는 각종 ‘리스크’를 기피하는 만큼 화폐개혁 논의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이주열 총재는 지난 17일 국정감사에서 “리디미노네이션은 거래 편의성을 도모하고 경제력에 맞는 원화화폐 위상을 높이는 장점도 있지만 새로운 화폐발행에 따른 국민들의 불편과 물가상승 압력, 경제주체 불안감 조성 등의 단점도 있다”며 “국민적 합의를 통한 공감대 형성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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