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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한' 지동원, 냉정한 시험무대가 다가온다


입력 2015.10.04 00:10 수정 2015.10.04 18:06        데일리안 스포츠 = 임정혁 객원칼럼니스트

성장 속도 더딘 지동원, 다양한 포지션 소화능력이 독?

슈틸리케호 호출 받고 8일 출격 가능성..반전 기회

지동원의 해외진출도 어느덧 4년이 흘렀다. ⓒ 연합뉴스 지동원의 해외진출도 어느덧 4년이 흘렀다. ⓒ 연합뉴스

지동원(24·아우크스부르크)은 여전히 멈춰있다.

한국 축구의 기대주로 쑥쑥 클 것 같았던 그의 성장 속도가 더디다. 지동원은 스무 살이던 2011년, K리그 전남 드래곤즈에서 곧장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선덜랜드에 진출했다. 최연소 EPL 진출로 많은 축구팬들의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이제 그는 독일 분데스리가로 자리를 옮겨 냉혹한 현실 앞에 서있다.

2012 런던올림픽 때만 하더라도 지동원은 전천후 공격수였다. 187cm의 큰 키에 슈팅력과 수준급의 발재간까지 자랑했다. 측면에서의 활약이 가능할 정도로 전술적인 쓰임새도 좋았다.

그러나 확실한 장점 대신 다양한 능력을 갖춘 것이 오히려 독으로 작용하는 듯하다. 선덜랜드에 이어 아우크스부르크와 도르트문트 등을 거치는 동안 그의 정체성에는 의문부호가 따르고 있다.

지난 2일(한국시간)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조별리그 L조 2차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파르티잔(그리스)전에서 지동원은 홍정호, 구자철과 함께 선발 출전했지만 포지션은 왼쪽 측면 미드필더였다. 지동원은 측면에서 수차례의 크로스와 패스를 연결하며 미드필더로서의 역할에 집중했다.

과거 최전방에서 골을 노리며 뛰던 모습이 사라지더니 이제는 윙 포워드가 아닌 미드필더마저 당연한 듯하다. 결과 또한 아우크스부르크가 파르티잔에 1-3으로 지면서 더욱 큰 아쉬움을 남겼다.

팀이 지동원에게 요구하는 역할이 있다면 따르는 게 맞다. 그게 '마침표'가 아닌 '연결고리'라 하더라도 선수는 팀을 위해 뛰어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축구팬들이 지동원에게 기대했던 모습은 분명 이런 모호한 위치가 아니었다.

오히려 손흥민이나 이정협과 같은 모습을 기대했던 여론이 컸다. 포지션 문제는 선수 본인이 가장 잘 알겠지만 그게 몇 년째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가 아니다.

지동원의 해외진출도 어느덧 4년이 흘렀다. 이제는 경험보다 결과를 내야 하는 시기가 됐다. 워낙 어린 나이에 해외 진출을 이뤘기에 여전히 시간과 기회가 많다는 것은 다행이다. 당장 오는 8일 쿠웨이트와 맞붙는 축구대표팀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에서부터가 지동원에겐 반전의 기회다.

대표팀은 측면 공격수를 잃었다. 이청용이 부상으로 빠졌으며 손흥민도 족저근막염 부상으로 빠진다. 최전방 공격수 역시 여전히 대표팀의 실험 포지션이다. 남아 있는 선수 구성을 봤을 때 석현준과 황의조 정도가 지동원과 겹친다. 상황에 따라 지동원의 '공격수' 출전이 충분히 예상되는 대목이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최근 지동원이 출전 시간을 늘려가고 있다"며 "한 번 더 불러 점검해볼 것"이라고 밝혔다. 지동원은 지난 3월31일 뉴질랜드와 평가전 이후 7개월 만에 대표팀 유니폼을 입는다.

슈틸리케 감독 체제에서의 두 번째 기회인만큼 냉정하면서도 모든 조건이 다 갖춰진 시험 무대가 그에게 예정된 셈이다. 이기고 봐야 하는 실전인 만큼 활약 여부에 따라 지동원의 가치 평가도 달라질 전망이다.

임정혁 기자 (bohemian120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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