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현대중 노조…현대오일뱅크 팔아 임금 인상?
회사는 자산 매각하며 유동성 위기 탈출 안간힘
노조는 "더 팔면 임금인상 여력 있다"
현대중공업이 회사채 발행과 자산매각 등 유동성 위기 탈출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와중에서도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은 ‘임금임상’ 요구를 고수하며 강경 노선을 바꾸지 않고 있다.
특히, 회사가 추가로 주식과 부동산을 매각하면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를 들어줄 여력이 충분하다며 알짜 계열사인 현대오일뱅크 매각까지 언급해 빈축을 사고 있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조선계열사들은 올해 보유지분 매각과 해외교환사채(EB), 공모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올해 2조원에 이르는 자금을 마련했다.
지난달 24일에는 보유 중인 현대자동차 지분 316만여주를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에게 매각함으로써 약 5000억원을 확보했다. 같은 달 23일에는 계열사 현대삼호중공업도 보유 중인 포스코 지분 전량을 매각해 약 2262억원을 마련했다.
또한,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은 공모 회사채 발행을 통해 9000억원 가까운 자금을 조달했다. 올 6월 현대중공업은 현대상선 주식을 기반으로 한 2억2000만달러 규모의 해외 교환사채를 발행하기도 했다.
현대자동차 주가는 불과 2년 전만 해도 27만원에 달했으나 이번에 현대중공업이 처분한 주당 가격은 15만8000원에 불과했다. ‘형제 기업’의 지분을, 그것도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매각한 것은 현대중공업의 상황이 그만큼 절박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런 와중에서도 현대중공업 노조는 임금인상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정병모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은 지난 1일부터 단식 농성에 들어갔고, 오는 5일부터 13일까지 출근길에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선동투쟁’을 전개할 방침이다. 13일에는 전체 조합원 집회도 예정돼 있다.
회사측이 ‘임금동결’의 근거로 제시한 ‘어려운 재정 상황’에 대해서도 노조는 ‘엄살’이라고 일축하면서 앞으로도 추가 자산 매각을 통해 임금인상에 필요한 현금을 확보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 2일 홈페이지를 통해 “주식, 부동산 매각 차익으로 임금인상은 충분하다”며 “지난해 현대중공업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회사의 매도가능 금융자산 규모는 4조5226억원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특히 “현대오일뱅크 주식가치(장부가액)가 2조9547억 원으로 가장 규모가 크다”며, “영업과 무관한 자산”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회계 전문가들은 현대중공업이 매각 가능한 상장주식이나 부동산을 내다 팔면 4940억원의 매각차익을 얻을 것으로 추산했다”면서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임금인상을 들어주고도 부채비율 등 재무구조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현대오일뱅크는 모기업인 현대중공업이 7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동안 그나마 흑자를 내며 적자폭을 줄여주던 알짜 기업이다. 노조는 임금인상을 위해 이런 계열사마저 매각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노조의 강경노선은 다가올 노조위원장 선거와 무관치 않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현 현대중공업 노조 집행부는 오는 11월 말로 임기가 종료되며, 차기 노조위원장 선거를 위해 지난 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출범했다.
현임 정병모 노조위원장은 지난달 14일 21대 노조위원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바 있으며, 그가 이끄는 집행부가 사측으로부터 조금이라도 더 얻어낼수록 연임에 유리한 만큼 임단협 타결을 앞당기기 위한 양보는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다른 조선업체 노조들은 조선업계가 처한 위기에 공감하며 이미 임금동결을 수용했거나 상징적인 수준의 소폭 인상에 임금협상을 타결했다”며 “현대중공업 노조의 행태를 보면 자신이 속한 회사의 지금 처지와 미래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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