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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집만 커진 '부산영화제' 소문난 잔치 될라


입력 2015.10.02 09:57 수정 2015.11.20 11:49        김명신 기자

20년 만에 예산 20억 규모에서 120억 껑충

외압 논란 등 우여곡절 속 당면 과제 시급

20억 규모로 시작했던 영화제는 20년 만에 120억을 훌쩍 뛰어넘는 아시아 최고의 축제로 자리매김했고, 무엇보다 ‘항구 도시 부산’에 이어 ‘영화의 도시 부산’으로 그 위상까지 높아졌다.ⓒ 데일리안 홍효식기자 20억 규모로 시작했던 영화제는 20년 만에 120억을 훌쩍 뛰어넘는 아시아 최고의 축제로 자리매김했고, 무엇보다 ‘항구 도시 부산’에 이어 ‘영화의 도시 부산’으로 그 위상까지 높아졌다.ⓒ 데일리안 홍효식기자

"부산국제영화제가 올해로 성년이 됩니다. 여러 가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아시아를 뛰어넘는 세계적인 국제영화제로서 발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부산국제영화제가 클 수 있도록 도와 준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영화제 조직위원장 서병수 부산시장 개막식 선언)

부산국제영화제가 올해로 스무살을 맞았다. 20억 규모로 시작했던 영화제는 20년 만에 120억을 훌쩍 뛰어넘는 아시아 최고의 축제로 자리매김했고, 무엇보다 ‘항구 도시 부산’에 이어 ‘영화의 도시 부산’으로 그 위상까지 높아졌다.

사실 1996년 영화제가 첫 닻을 올릴 때만 해도 오늘의 성공을 기대하는 의견은 많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칸이나 베를린 베니스 영화제 등 세계적인 영화제를 뒤로하고라도 인도영화제(1952년)나 대만 금마장영화제(1962년), 홍콩영화제(1977년), 도쿄영화제(1985년) 등 아시아에서 한참이나 뒤늦은 출발이었다. 특히 ‘충무로’ 서울이 아닌 ‘항구 도시’ 부산에서 열린다는 점 역시 반신반의 하는 의견이 많았다.

그렇게 기대와 우려 속에서 1996년 9월 13일부터 21일까지 9일간 열린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는 55개국 207편의 영화가 상영된 가운데 관객 18만4천71명(조직위 발표)을 동원하며 예상 밖 흥행을 거뒀다. 개막식이 펼쳐진 수영만 요트경기장을 비롯해 주 무대였던 남포동 일대는 관객들의 발길로 북새통을 이뤘고 그렇게 영화제는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물론, 부산국제영화제의 성공에는 수많은 영화인의 열정과 더불어 부산시의 전폭적인 지원이 밑바탕이 됐다는 데 이견을 없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부산시민의 참여 역시 밑거름이 됐다. 20억의 예산은 지난 해 120억으로, 몸집이 6배 이상 증가했으며 79개국 312편의 영화가 상영, 관객 22만6천473명이라는 역대 최다 동원을 기록했다.

20억 규모로 시작했던 영화제는 20년 만에 120억을 훌쩍 뛰어넘는 아시아 최고의 축제로 자리매김했고, 무엇보다 ‘항구 도시 부산’에 이어 ‘영화의 도시 부산’으로 그 위상까지 높아졌다.ⓒ 데일리안 홍효식기자 20억 규모로 시작했던 영화제는 20년 만에 120억을 훌쩍 뛰어넘는 아시아 최고의 축제로 자리매김했고, 무엇보다 ‘항구 도시 부산’에 이어 ‘영화의 도시 부산’으로 그 위상까지 높아졌다.ⓒ 데일리안 홍효식기자

20살 BIFF, 외압논란 등 우여곡절 속 독립성 확보 문제 시급

부산국제영화제의 달라진 위상이나 성공은 분명 높이 평가받을 만 하다. 한국의 영화를 세계적으로 알리는데 일조한 부분은 인정 받아야할 부분이다. 영화제로 인해 국내 영화들이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선전한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올해 초 불거진 외압논란 등으로 '20회'라는 역사가 무색할 정도로 위기 아닌 위기를 맞고 있다. 투명하고 정치적으로 중립된, 그러면서 독립적인 영화제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올초 세월호 사고를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빙벨' 상영을 두고 당시 영화제 조직위원장인 서병수 부산시장과 영화제 측의 갈등이 시발점이 됐다. 부산시는 영화제 운영에 관해 지도점검을 벌였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이용관 집행위원장의 사퇴를 종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영화제 측은 '다이빙벨' 상영을 강행한 데 대한 보복이라며 반발했고 국내 영화계도 ‘영화제의 독립성 확보’를 위한 목소리를 높이며 힘을 보태기도 했다. 결국 공동집행위원장제를 서로 받아들이며 외형상으로는 일단락 된 듯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하지만 영화제를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히 크다. 영화제 성장에만 급급한 나머지 스스로 체질개선 하지 못했고, 투명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의 저반에 정부의 재정적 지원금 역시 여전히 높아 이를 둘러싼 ‘독립성 확보’는 시급한 숙제로 남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상영작 선정의 독립성’은 당면한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상영작 선정은 영화제를 꾸려가는 사람들과 영화를 보고 싶어하는 관객들이 선택해야 한다.

물론 정치적 중립이 바탕이 돼야 가능한 상황에서 전체 예산의 절반가량을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부산영화제로서는 쉽지 않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BIFF 측은 자체적으로 방안을 찾고 있다. 그런 노력이 아직은 성과를 내고 있지는 못하지만 그렇다고 비관적이진 않다.

20억 규모로 시작했던 영화제는 20년 만에 120억을 훌쩍 뛰어넘는 아시아 최고의 축제로 자리매김했고, 무엇보다 ‘항구 도시 부산’에 이어 ‘영화의 도시 부산’으로 그 위상까지 높아졌다.ⓒ 데일리안 홍효식기자 20억 규모로 시작했던 영화제는 20년 만에 120억을 훌쩍 뛰어넘는 아시아 최고의 축제로 자리매김했고, 무엇보다 ‘항구 도시 부산’에 이어 ‘영화의 도시 부산’으로 그 위상까지 높아졌다.ⓒ 데일리안 홍효식기자

또 다른 문제는 예산이 20억에서 120억으로, 몸집이 6배 가량이나 불었지만 관객 동원은 20년 전과 비슷하다는 점이다. 조직위는 폐막 기자회견을 통해 ‘역대 최대 관객 기록’이라고 발표하고 있지만 현장 분위기는 해를 거듭할수록 관객들의 발길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는 듯 하다. 레드카펫만 보더라도 영화의 전당 주변에 가득했던 영화팬들의 수가 예년 같지 않다.

몸집이 커졌다고 영화제 위상 역시 높아졌다고 평가할 순 없다. 부산시의 지적사항 역시 외면할 수도 없다. 정치적 외압이니 보복이니 하기에 앞서 내부 반성과 꾸준한 노력 등이 거듭돼야 진정한 의미의 성장이라고 할 수 있다. 더불어 영화제 초창기에 흥행을 이끌었던 남포동 극장가 등 부산영화제의 상징적 의미를 안고 있는 지역의 재활성화 역시 주목해야 할 부분으로 꼽히고 있다. 20년을 되짚어보고 그 안에서 당면한 과제의 방안을 찾는다면 "관객 몇 십만 동원" 보다 더 의미 있는 '20살 잔치'가 되지 않을런지.

김명신 기자 (sini@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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