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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김무성은 '휴전' 친박-비박은 '전투 준비'


입력 2015.10.02 09:10 수정 2015.10.02 09:13        문대현 / 전형민 기자

김무성 청와대에 전화 "더 이상 공방 가지 말자"

양 진영 "논의기구 통한 공천안" 속내는 '동상이몽'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합의 등 공천룰을 둘러싸고 친박계와 청와대의 강력한 반발로 심한 내홍을 겪고 있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일 최고위원회의와 국군의날 행사, 부산영화제 등 공식일정을 모두 취소한 가운데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농어촌 선거구 사수 농성중인 의원들을 방문한 뒤 본청을 나가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합의 등 공천룰을 둘러싸고 친박계와 청와대의 강력한 반발로 심한 내홍을 겪고 있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일 최고위원회의와 국군의날 행사, 부산영화제 등 공식일정을 모두 취소한 가운데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농어촌 선거구 사수 농성중인 의원들을 방문한 뒤 본청을 나가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와 관련해 김무성 대표를 비판한 뒤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와 관련해 김무성 대표를 비판한 뒤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공천룰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각을 세우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휴전 제의를 하며 숨고르기에 들어간 가운데 당 소속 의원들은 특별 기구 구성을 놓고 계파 간 보이지 않는 눈치 싸움을 벌이며 전운이 감돌고 있다.

친박계 의원들은 김 대표를 향해 아쉬움을 나타내면서도 직접적인 대결 구도는 피하는 모습이고 비박계 의원 측은 언론과 접촉을 되도록 삼간 채 국민공천제 재논의를 준비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지난달 31일 의원 총회를 열어 추석 연휴 중 여야 대표가 잠정 합의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도입에 대해 격론을 펼쳤다. 당은 3시간 여에 걸친 마라톤 토론 끝에 특별기구를 만들어 공천제도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공천룰을 놓고 의원들의 뜻이 모아진 결론이 나옴에 따라 계파 간 갈등도 일단락되는 듯 했지만 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서청원 최고위원이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내며 재점화됐다. 서 최고위원은 "왜 김 대표가 이 문제에 정치 생명을 걸겠다고 얘기했는지 모르겠다"며 "제 발로 발등을 찍었다. 뭐 때문에 긁어부스럼을 만들어 난리를 치느냐"고 주장했다.

김 대표가 불참한 채 진행됐던 회의에서 서 최고위원은 얼굴을 붉힌 채 고성을 섞어가며 열을 올렸고 김태호·이정현 등 친박계 지도부는 서 최고위원의 말을 경청하는 것으로 자신의 의사 표현을 대신했다. 김 대표가 빠진 최고위에서 친박계의 존재감은 결코 적지 않았던 것이다.

오전 늦게 국회로 출근한 김 대표는 가만 있지 않았다. 김 대표는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만나기 전 청와대에 해당 사실을 통보했다"고 반발했고 서 최고위원의 발언에 관한 질문에는 "내 의견과 다를 뿐"이라며 더 이상의 답변을 회피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청와대에서 가만 있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기환 정무수석이 김 대표에게 "안심번호 국민공천제가 당론도 아니고 문제가 많은 제도였다며 반대한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맞불을 놨다. 이후 이 말을 전해들은 김 대표는 "현 수석이 우려를 표한 건 사실이지만 반대를 표현한 기억은 없다"고 반박했다.

계속 공방이 벌어지자 김 대표는 이날 저녁 청와대 고위 관계자에 전화를 걸어 "서로 말을 할 만큼 했고, 더 이상 공방으로 가지 말자"고 했다. 사실상 휴전을 제의한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안심번호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김 대표는 '안심번호 공천제에 대한 입장은 변함없다'는 주장으로 팽팽한 힘 겨루기가 이루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집권당이 탄생시킨 대통령과 집권당의 대표가 한 치 물러섬 없이 기싸움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당 소속 의원들은 즉각적인 대응 대신 우선은 관망하는 자세다. 전날 의총까지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진영을 대변하던 이들은 당장 발톱을 드러내는 대신 한숨 돌리며 향후 대응을 모색하는 길을 택했다.

이미 뿔난 친박계, 집단 반발 하지 못하는 이유는?

김 대표가 안심번호 도입을 비롯한 공천 룰 논의기구를 만들었지만 친박계는 여전히 못 마땅한 기색이다. 당 대표의 권한을 남용했다는 것이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현재 당 대표에게 국민이나 당원들이 얼만큼의 권한을 부여했는지, 그 권한을 맞게끔 잘 사용하고 있는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친박 의원측은 "지금은 집단지도체제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김 대표가 친박의 의견도 아울러 수렴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겉으로는 잠잠하지만 속내는 여전히 '부글부글'이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친박계는 이런 상황에서도 조직적으로 '집단 반발'을 할 계획은 일단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와 김 대표 간 갈등 구도가 사실상 전략공천 대 국민공천으로 비춰지는 가운데 친박계의 입장에선 여론의 압박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점을 반증하듯 수도권의 한 친박 의원은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특별히 없다. 계속 대화하고 타협해서 좋은 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물러섰다. 국민공천제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다는 친박계의 의견과 동일하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서 최고위원을 비롯한 친박 최고위원들이 일괄 사퇴를 해 최고위 자체를 무력화하면서 김 대표를 대표직에서 끌어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이른바 김 대표의 '사퇴설' 시나리오가 의원회관 중심으로 돌았다. 지난 유승민 전 원내대표 사퇴 파동에서 나왔듯 당내 친박 세력이 비박 세력을 압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최고위원의 '집단 보이콧'이 김 대표에게 치명타를 안길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마저도 현실화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당장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사람에 대한 공격이 아닌 제도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라며 김 대표의 사퇴설을 일축했다. 친박 의원도 통화에서 "가능성 제로다. 그렇게 가면 새누리당 어렵다. 지금 문제는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며 "갈등없는 조직이 어디 있는가. 서로 공익을 위해 잘 해나가면 된다"고 선을 그었다.

사실상 물리적으로도 쉽게 대표를 흔들기는 어렵다. 당헌 제113조(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최고위가 없는 경우 비상대책위원회가 설치되는데 '비상대책위원회의 위원장은 전국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대표최고위원 또는 대표최고위원 권한대행이 임명한다'고 되어 있다. 비대위가 설치된 이후 최고위가 즉시 해산되고, 비대위원장의 임명권한은 대표최고위원에게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친박 지도부가 직을 던진다고 해도 김 대표의 의중이 반영된 인물이 비대위원장으로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이야기다.

일부 친박 의원들은 "지금 비대위 체제로 가려면 얼마든지 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으름장을 놓고는 있으나 절차상 자신들에게 득 될 것이 없기에 섣불리 행동으로 옮길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일단 큰 소리 쳐둔 비박계도 눈치 보기는 마찬가지

상대 진영을 향한 마음과 달리 겉으로는 조심스러운 자세를 취하는 것은 비박계도 마찬가지다. 김 대표를 비롯한 일부 비박계는 "전략공천은 있을 수 없다"며 청와대와의 전면전도 불사하겠다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그 이상의 무언가를 결정하기에는 부담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이들은 국민공천을 계속해서 주장하고 있으나 야권의 거물 후보가 나오는 수도권 박빙 지역이나 경선 후보 신청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호남 지역의 경우 전략공천을 선택하지 않으면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다. 총선 결과를 바탕으로 자신들의 입지를 넓히겠다는 계획을 품고 있는 비박계가 결국 '일부 지역 전략공천'은 허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김 대표의 측근으로 불리는 한 의원은 "당헌당규에도 없는 전략공천을 운운하는 것은 안된다"면서도 "경선 과정에서 도저히 사람이 없으면 맨 마지막에 아이디어를 짜내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며 여지를 남겨뒀다. 몇몇 전문가들도 "김 대표가 (청와대를 향해) 강약 조절을 할 것"이라며 입장 변화의 가능성을 점쳤다.

또한 김 대표의 주변에 확실한 세력이 없는 것도 더욱 세게 나가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친박계의 경우 '좌장' 서 최고위원을 비롯해 '복심' 이정현 최고위원, 청와대 정무특보를 겸하고 있는 윤상현·김재원 의원 등 중심 세력이 뚜렷하지만 김 대표의 경우 김학용·강석호·김성태 의원을 제외하고는 스스로 '친김무성계'라고 자처하는 세력은 없다.

그렇다고 비박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이 모두 김 대표의 편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총선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대통령에게 잘못 보여선 이로울 게 없다는 인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한 전문가는 이러한 상황을 설명하며 "김 대표가 말은 세게 뱉어놨으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했다"고 표현했다.

실제로 '데일리안'은 1일 비박계 중에서도 김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의원들을 중심으로 통화를 시도했으나 두 의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연결이 닿지 않았다. 자신들의 입장을 충분히 내놓은 상황에서 더 이상 사태를 확산시키는 것에 대한 부담을 느끼는 행동으로 해석된다.

결국 청와대를 비롯한 친박 진영이나 김 대표측은 공천문제 논의 특별기구에서의 일전을 준비하는 상황으로 돌입된 형국이다.

문대현 기자 (eggod6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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