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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국회의원들 때문에 '제2의 김기종' 테러 못막는다


입력 2015.10.01 09:36 수정 2015.10.01 09:46        이슬기 기자

<문닫는 19대 국회 핫이슈 법안 운명은?②-테러방지법>

34년전 제정 대통령 훈령이 전부, 컨트롤타워 못만들어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습격해 구속 수감 중인 김기종 우리마당 대표가 지난 3월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현장검증이 예정되었지만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거부 의사를 밝힌 채 호송차에서 내리지 않고 돌아가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습격해 구속 수감 중인 김기종 우리마당 대표가 지난 3월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현장검증이 예정되었지만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거부 의사를 밝힌 채 호송차에서 내리지 않고 돌아가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19대 마지막 정기국회가 진행중인 가운데 이번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되어야 할 법안은 물론 통과는 됐지만 향후 논란이 예상되는 법안들이 즐비하다. '김영란법'은 내년 9월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법안 시행에 따른 후폭풍이 예상되는 법안이다. 여기에 북한인권법과 테러방지법은 이번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되어야할 법안으로 지목되지만 현재 상임위에서 잠을 자고 있다. 이에 데일리안은 19대 국회에서 큰 이슈를 낳은 법안들을 살펴보고 향후 전망을 진단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

추석 귀성길 인파로 가득찬 서울역,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폭탄이 터진다면?

고향가는 설렘으로 기차를 기다리던 수천명의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진다. 역사 일부가 완전히 붕괴되고 곳곳에선 부상자가 속출한다. 당국은 구조 인력을 출동시키고 원인 규명을 위해 대규모 경찰력을 투입하지만, 당장 어느 부처에 보고해야 할지 아는 사람이 없다.

테러 관련 유일한 법규인 대통령훈령 제309호 ‘국가 대 테러활동 지침’에 따라 북한의 소행이면 국방부 소관, 민간인 소행이면 경찰청 소관이며, 같은 폭탄 테러라도 역 내 기차에서 발생하면 국토교통부, 역 주변 도로에서 발생하면 경찰청 내 테러사건대책본부를 구성해야한다. 범인이 밝혀지기 전까진 사고를 종합적으로 관리할 컨트롤타워조차 설치할 수가 없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습격해 구속 수감 중인 김기종 우리마당 대표가 지난 3월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현장검증이 예정되었지만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거부 의사를 밝힌 채 호송차에서 내리지 않고 돌아가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습격해 구속 수감 중인 김기종 우리마당 대표가 지난 3월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현장검증이 예정되었지만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거부 의사를 밝힌 채 호송차에서 내리지 않고 돌아가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테러가 뭥미?” 한국인 여전히 테러에 무관심

하지만 한국인들에게는 ‘테러’라는 개념조차 생소하다. 지난 2001년 미국에서 발생한 ‘9.11 테러’가 국내에 일시적인 충격을 주긴 했지만, 여전히 테러에 대해선 이슬람권 국가나 미국에서나 일어날 법한 사고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무엇보다 테러에 대응할 법률 자체가 없다. 그나마 1982년 창설된 육군 특전사 및 경찰의 대테러 부대는 법률에 의거한 부대가 아니라 대통령령 제 47호에 따라 만들어져 전문성과 구속력이 담보되지 않는다.

설사 테러가 발생했다고 해도, 사안의 종류나 테러를 일으킨 범인에 따라 정부 부처 간 업부 분장과 역할 및 행동 지침이 각각 다르다. 사안을 종합적으로 지휘할 대책본부 구성부터 어려운 이유다. 처벌조항이 없기 때문에 어떠한 법적 구속도 할 수 없다. 상황에 따라 국민 안전을 위한 헌법상의 권리 제한 역시 불가능하다.

아울러 탄저균이나 생물 테러 등 ‘화학 테러’에는 더더욱 속수무책이다. 국내 법규상 화학 테러의 정확한 유형과 주체가 밝혀진 다음에야 조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생물 테러는 보건복지부, 화학 테러는 환경부, 방사능 테러는 원자력안전위원회 소관으로 분류돼있어 수만명이 인명피해를 당하고 난 뒤에야 대책본부를 만들 수 있는 실정이다.

물론 9.11 테러가 발생하자 국가정보원이 같은 해 11월 국가정보원의 발의로 ‘테러방지법’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당시 국가인권위원회와 진보 진영이 “테러의 개념이 모호하고 국정원의 권한이 비대해진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또한 내국인에 대한 국정원의 구속력이 커져 인권침해의 소지가 많고, 사생활 보호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주장도 제기되면서 법 추진이 중단됐다.

이후 2003년 11월에는 원안에서 모호성 문제가 제기됐던 ‘테러’의 개념을 ‘국제적으로 공인된 테러 관련 국제협약에서 범죄로 규정한 행위'로 제한하고, 테러단체도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지목하는 단체 또는 이와 연계된 단체'로 한정한 수정안이 국회 정보위원회를 통과했다. 문제는 테러방지법이 당초 군·경찰·국정원으로 분산됐던 대테러업무를 국정원장 산하 ‘대테러센터’로 집중시키면서, 또다시 국정원 권력 비대화 문제가 대두됐다. 특히 국정원이 테러리스트 의심대상자의 출입국과 금융거래 및 통신이용 내역 등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오·남용의 소지가 있다는 비판을 받았고, 결국 16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채 폐기됐다. 이어 17대 국회에서도 같은 논란이 지속돼 법안이 통과되지 못했으며, 이명박정부 당신인 2008년 '국가대테러활동에 관한 기본법'으로 다시 발의됐으나 여전히 국회에 발목이 잡혀 있었다.

'김기종 테러' 겪었지만...또다른 김기종 막을 법 계류

이같은 상황에서 지난 3월 발생한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사건’을 계기로 수년간 뒷전으로 밀려났던 테러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졌다. 마침 지난 2월 이병석 새누리당 의원이 대통령 소속으로 국가테러대책회의를 신설하고, 테러전투원 가담자 및 테러단체 구성·가입자 등에 대한 처벌을 골자로 한 ‘국민보호와 국민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을 대표발의한 만큼, 국회의 입법 움직임도 가속화됐다.

이 의원에 따르면, 최근 IS나 알카에다 등 국제 테러조직이 국내에 잠입하거나 국내에서 테러 활동을 하던 외국인이 강제로 추방된 건수도 지난 5년간 50여건에 이르지만, 이를 처벌할 수 있는 유일한 법적 제재방법은 강제 추방밖에 없는 실정이다. 특히 테러에 대응할 만한 법적 조는 34년 전 제정된 대통령 훈령뿐인 만큼, 테러 위험인물에 대한 사전조사조차 불가능하다.

하지만 미 대사 피습사건이 발생한지 6개월이 지난 현재, 테러 관련 법안들은 국회에서 잠들어 있다. 박 의원의 법안에 앞서 이미 2013년 새누리당 서상기·송영근 의원이 각각 발의한 '국가 사이버테러 방지법'과 ‘국가대테러활동과 피해보전 등에 관한 기본법안’이 소관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또한 지난 3월 같은당 이노근 의원도 국정원장 소속의 테러통합대응센터를 설치토록 하는 내용의 테러예방 및 대응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으나 진전된 바가 없다.

이처럼 테러방지 관련 법이 여전히 국회 정보위에 발목이 잡혀 있는 이유는 이른바 ‘독소 조항’ 때문이다. 각종 인권단체 측에서 ‘인권 침해 소지’를 들어 완강히 반대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앞서 국정원의 불법 해킹프로그램 구매 의혹 등 정치적 논란이 거센 상황에서 국정원장이 군·경찰 병력과 수사까지 총괄 지휘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그나마 진전되던 찬반 논의 자체도 점차 동력을 상실하는 건 더 큰 문제다.

이에 대해 이노근 의원 측 관계자는 "이게 국정원이 연관된 법이다보니 야당 반발이 워낙 심해서 아직 제대로 논의조차 못하고 있다. '야당 감시하는 거 아니냐'는 저쪽 목소리가 아주 강하다"며 "사실 테러 문제는 국제적 추세나 국내 상황을 고려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법인데 너무 정치적인 관점으로만 흘러버려서 본질이 흐려진 측면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야당이 제기하는 부분이 문제가 된다면, 해당 조항에 대해 충분한 안전장치를 만들면 될 일 아닌가"라며 "꼭 필요한 법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정치법개정처럼 예민한 문제가 되어버려서 안타까움이 크다. 아직까지는 여야가 언제 논의를 할 수 있을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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