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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 강력조치 외친 새정치, 스리슬쩍 정청래 구하기


입력 2015.09.24 18:03 수정 2015.09.24 18:08        이슬기 기자

<기자수첩>'막말 강력 조치하겠다'며 정청래 사면, 조경태 '해당행위자'

정청래 새정치연합 의원.(자료사진)ⓒ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정청래 새정치연합 의원.(자료사진)ⓒ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이 23일 ‘공갈 사퇴’ 발언으로 막말 논란을 빚은 정청래 의원의 숨통을 터줬다. 당초 지난 5월 당 윤리심판원으로부터 당직자격 정지 1년의 징계를 받았으나 이를 6개월로 감형, 이마저 사면을 받고 결국 4개월 만에 최고위원에 복직하게 됐다.

민홍철 윤리심판원 간사는 이날 전체회의 후 “당의 혁신안이 발표됐고 해당 사건의 당사자인 주승용 최고위원이 최고위에 복귀하면서 당의 화합을 위해 당직자격 회복 조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혁신위원회 해단을 앞두고 있고 문 대표의 재신임 정국이 정리된 데다 최고위를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는 명분 하에 슬그머니 복귀의 문을 열어준 것이다.

반면 당내 ‘문재인 저격수’로 불린 조경태 의원에 대해선 ‘해당행위자’라는 이름표가 붙었다. 같은 날 당 혁신위원회가 “국민을 위해 정권과 싸우지 않고, 당의 정체성을 흔들고, 당원을 모독하며, 분열과 갈등을 조장한 조경태 의원을 비롯한 해당 행위자에 대한 강력한 조치를 당에게 요구한다”는 내용의 11차 혁신안을 발표했다.

이에 조 의원은 “김상곤 위원장의 이번 기자회견은 혁신위가 문재인 대표의 전위부대임을 다시한번 강력히 시사한 것”이라며 “새정치는 정통야당의 맥을 잇는 대한민국의 정당이지 문재인 개인을 위한 사당이 아니다”라고 맞섰다. 당 차원의 징계를 요구한 데 대해선 “뜸들이지 말고 나를 제명하라”며 “당을 혁신하고 통합하라고 만든 혁신위가 당 분열을 초래했다”고 성토했다.

혁신위는 지난 5월말 출범과 함께 당 지도부로부터 ‘혁신 전권’을 위임받았다. 출범 초기부터 총 11차에 걸친 혁신안을 발표할 때마다 비노계로부터 문 대표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심과 함께 ‘공천 물갈이’라는 비판이 쏟아지며 거센 분란이 일었다. 그때마다 혁신위는 기득권 타파를 내세우며 “문재인 대표나 지도부와는 전혀 무관한 사안”이라고 단언했고, 문 대표 역시 본인을 비롯해 당 전체가 혁신 대상이라며 혁신위 활동을 전면 지지했다.

특히 혁신위는 당의 기강을 강조하며 도덕성 문제나 막말로 당의 질서를 어지럽힌 인사에 대해선 ‘봐주기 식’의 관례를 없애고 강력한 처벌을 해야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계파를 떠나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겠다며 “예외는 없다”고 단언키도 했다. 아울러 혁신위가 활동 종료를 앞두고선 문 대표가 최고위원들을 자택으로 초대해 당의 통합과 단결, 공정한 당 운영도 약속했다.

이처럼 당 전체가 ‘혁신’을 기치로 위원회까지 만든 상황에서 문 대표를 비판했던 조 의원은 해당 행위자로 징계 대상이 됐고, 막말로 물의를 일으킨 정 의원은 조기 사면을 받았다. 물론 조 의원의 그간 언행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인 비노계로 분류되는 박지원 의원 역시 24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혁신위의 요구를 비판하면서도 “조 의원이 문 대표의 지도력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한 것은 조금 과하다고 느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혁신위가 ‘친노 혁신위’라는 비판을 받아온 상황에서 공교롭게도 ‘같은 날, 다른 처분’이 불가피했는지는 의문이다. 조 의원이 사실상 당내에선 세가 거의 없는 비주류에 속함에도 불구하고 “이러니까 문재인 책임론에 혁신위가 ‘물타기용’이라는 말이 나오는 거 아니겠나”라는 조 의원에 발언에 “그런말 할 만하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설사 다른 잣대가 아니더라도 방법과 시기적인 부분에서 당내 분열을 초래했다는 비판 또한 피할 수 없게 됐다. 김 위원장은 이날 혁신안을 발표하며 “혁신위에게 무슨 고도의 정치력과 능숙한 수완이 있겠나”라고 말했다. 정치적 책임을 지우지 말 것을 요구한 것이다.

그럼에도 혁신위의 목적 자체가 당의 통합과 혁신임을 고려할 때, 이번 조치 및 발표에 대해 적절한 시기와 방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대가를 그대로 치르게 됐다. ‘친노 봐주기’라는 분란 야기는 혁신위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결과적으로 혁신 동력까지 떨어뜨리는 꼴인 셈이다. 아울러 정 의원이 4개월 간 자숙하며 기다린 시간까지 '2개월 봐주기'의 그림자 뒤로 사라졌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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