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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가는' 이선균의 원맨쇼 '성난 변호사'


입력 2015.10.11 08:01 수정 2015.10.11 09:58        부수정 기자

허정호 감독 연출…충무로 블루칩 김고은과 호흡

'끝까지 간다' 이후 첫 영화…재치·연기 돋보여

이선균 김고은 주연의 '성난 변호사'는 반전 추격극을 표방한다.ⓒCJ엔터테인먼트 이선균 김고은 주연의 '성난 변호사'는 반전 추격극을 표방한다.ⓒCJ엔터테인먼트

대형 로펌 소속 변호성(이선균)은 승소 확률 100%를 자랑하는 에이스 변호사다. 어디 능력뿐이랴. 매끈한 슈트, 트렌디한 스니커즈, 고급 선글라스 등 최신 패션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는 '훈남'이다.

여기에 적당한 허세도 있고 '말발'은 끝내준다. 호성은 의뢰인보다 소송에서 이기는 자기 자신이 더 중요하다.

"오늘 재판 주인공은 나", "무조건 이기는 게 정의"라고 생각하는 그는 후배로부터 '돈 냄새 나는 사건만 좇는 변호사'는 말도 듣지만 '뭐 어쩌랴, 이기면 되는 데 뭘', '잘 나가면 그만이지'라고 가볍게 생각한다.

호성은 우수 제약의 성공적으로 마무리 짓고 승승장구하던 찰나 새로운 의뢰를 받는다. 시체도 증거도 없는 신촌 여대생 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를 변호하는 것.

좀처럼 풀리지 않은 사건도 에이스를 만나면 다르다. 사건 현장에서 용의자의 혐의를 벗길 결정적 증거를 확보한 호성은 이번에도 승리를 확신한다.

재판 당일 후배 검사 진선민(김고은)의 반론에 맞서 조목조목 반박하며 미소를 짓지만 갑자기 용의자가 자신이 피해자를 살해했다고 자백하면서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는다.

판세는 뒤집혔다. 여론은 "승소를 위해 위증 교사"를 했다며 호성에게 화살을 돌리고, 로펌에서도 이 사건에서 손을 떼라고 한다.

그러나 가만히 앉아서 기다릴 호성은 아니다. 다시 사건에 매달리던 중 예기치 못한 상황을 마주하는데...

'성난 변호사'는 용의자만 있을 뿐, 시체도 증거도 없는 살인 사건, 승소 확률 100%의 순간 시작된 반전에 자존심 짓밟힌 에이스 변호사가 벌이는 통쾌한 반격을 그렸다.

영화는 '화차'(2012·243만명), '내 아내의 모든 것'(2012·459만명), '끝까지 간다'(2014·345만명) 등에서 흥행을 친 이선균의 복귀작으로 기대를 모았다.

'끝까지 간다'의 이선균 2015 반전 추격극이라는 부제처럼 이선균이 처음부터 끝까지 끌고 가는 영화다. 이선균의 원맨쇼인 셈.

이선균은 '성난 변호사'에서 에이스 변호사 변호성으로 분했다.ⓒCJ엔터테인먼트 이선균은 '성난 변호사'에서 에이스 변호사 변호성으로 분했다.ⓒCJ엔터테인먼트

이선균의 활약은 중반부터 본격화된다. 경찰도, 검사도 아닌 변호사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뛰고 구른다. 법정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벗어나 서울 도심 곳곳을 누비며 직접 발로 뛰는 변호사의 추격 액션이 색다르게 느껴진다. 시원하고 경쾌하다.

무거운 법정물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신선한 시도다. 심장을 쫄깃하게 하는 장면들도 곳곳에 배치했다.

국내 영화 사상 최초로 대법원 로케이션을 진행해 극에 현실성을 높인 것도 칭찬할 만하다.

그러나 '반전'에 집착한 나머지 오히려 너무 뻔한 반전을 보여주는 허점을 보인다. 반전을 노린 클리셰들이 나열돼 극을 단조롭게 만든 게 아쉽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를 기대하고 영화를 본다면 실망할 수도 있겠다.

이선균은 변호성 캐릭터를 몸에 꼭 맞는 옷처럼 표현해냈다. 이선균 특유의 선 굵은 목소리를 좋아하는 여성 팬들에게 추천하는 영화다. 스크린을 휘저으며 고군분투한 이선균의 고생이 역력하다.

'은교'(2012), '몬스터'(2014), '차이나타운'(2015), '협녀, 칼의 기억'(2015) 등 무겁고 강한 역할만 도맡아온 김고은은 모처럼 평범한 역할을 소화했다. 아직은 덜 여물었지만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있는 배우다.

박사무장 역 임원희는 감칠 맛 나는 연기로 폭소를 유발했다. 다만 두 조연의 존재감이 돋보이지 않아 아쉬움을 남긴다.

'카운트다운'(2011)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허종호 감독이 메가폰을 들었다. 허 감독은 "기존의 검사, 변호사가 등장하는 작품들과는 차별화된 매력을 지닌 작품이 되길 바란다"며 "다가가기 어려운 변호사가 아닌 유쾌한 변호성을 통해 또 다른 공감과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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