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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 잡으랬더니 농어촌 잡는 법 그대로 둔다고?


입력 2015.10.04 10:10 수정 2015.10.04 10:13        최용민 기자

<8개월 남은 19대 국회 핫이슈 법안의 운명은?③-김영란법>

현대판 연좌제 문제 많지만 권익위원장은 "그대로..."

‘김영란 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의 수수 금지법)의 최초 제안자인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지난 3월 1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에서 국회 법안이 통과된 ‘김영란법’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김영란 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의 수수 금지법)의 최초 제안자인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지난 3월 1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에서 국회 법안이 통과된 ‘김영란법’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19대 마지막 정기국회가 진행중인 가운데 이번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되어야 할 법안은 물론 통과는 됐지만 향후 논란이 예상되는 법안들이 즐비하다. '김영란법'은 내년 9월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법안 시행에 따른 후폭풍이 예상되는 법안이다. 여기에 북한인권법과 테러방지법은 이번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되어야할 법안으로 지목되지만 현재 상임위에서 잠을 자고 있다. 이에 데일리안은 19대 국회에서 큰 이슈를 낳은 법안들을 살펴보고 향후 전망을 진단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

"추석 등 명절 때 농민이 수확한 과일이나 채소를 선물하는 것은 미풍양속이다. 농어민과 소상공인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시행령을 잘 다듬어 보라." (김정훈 새누리당 의원)

"농축산물만 제외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 뿐 아니라 법 체계가 붕괴된다. 다만 선물 상한액 조정 필요성은 검토해 보겠다."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지난 18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국민권익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내년 9월부터 시행을 앞두고 있는 '김영란법'에 대한 구체적인 범위 규정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김영란법 제출 당시부터 문제가 됐던 과도한 입법이란 지적과 함께 농어민들이 엉뚱하게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이 논란이 되고 있다. 김영란법이 그대로 시행되면 농축수산물에 대한 소비가 줄어들면서 농가에 큰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현재 지역 농어민들을 중심으로 김영란법에서 농축수산물은 제외해야 된다는 의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농축수산물을 김영란법에서 제외해야 된다는 의견에 여야 의원들이 서로 다른 입장을 내놔 이에 대한 조정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영란법은 공직자가 직무와 관련된 금품을 받는 것을 금지하면서 구체적인 기준이나 예외사항은 시행령이 정하도록 규정한다. 이 시행령은 국민권익위원회가 당초 8월에 발표하기로 했지만 현재 여러가지 논란이 발생하면서 지연되고 있다.

현재 국민권익위원회의 시행령 입법예고를 앞두고 농어촌 국회의원들과 농민단체 등은 '김영란법으로 옥죄면 농어촌 농가들은 다 죽는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한 농촌 지역 의원에 따르면 연일 김영란법과 관련해 농민들의 항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성보 권익위원장은 농축수산품만 금품수수 금지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법의 원래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거듭 반대의견을 피력했다. 전통시장 소상공인, 중소기업 등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이 위원장은 선물 허용 상한가를 높이는 부분은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국민권익위의 이같은 입장으로 이번 19대 국회에서 관련 내용에 대한 개정논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국민권익위는 시행령 입법예고 시점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들이 분출하고 있어 당분간 의견수렴 작업을 진행해 나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농·수·축산물을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선물 상한액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지고 있다. 김기식 의원도 당초 정무위 국감에서 선물 상한액을 정할 때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에 "검토할 수 있다"며 "이 법이 워낙 충격적이고 엄청난 변화를 만들어내야 하는데, 초기부터 범법자를 양산할 필요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농축수산물을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할 수는 없지만 현실적인 문제를 감안해 선물 상한액을 높이는 방향으로 논란이 정리될 수 있는 가능성은 커졌다는 평가다.

김영란법이란 2012년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추진했던 법안으로 정확한 명칭은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다. 공무원이 직무 관련성이 없는 사람에게 100만원 이상의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대가성이 없어도 형사처벌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2012년에 제안된 이후 2013년 8월 정부안이 국회에 제출됐고 2015년 1월 8일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2015년 3월 3일 국회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어 3월26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김영란법은 1년6개월 간의 유예 기간을 거쳐 오는 2016년 9월 28일부터 시행된다.

원래 제안된 법안에는 '이해충돌 방지' 조항이 있었으나 이에 대해서는 적용 대상이 너무 포괄적이라는 점에서 여야가 막판까지 의견차를 좁히지 못해 의결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해충돌 방지조항이란 공직자가 자신과 4촌 이내의 친족과 관련된 업무를 할 수 없도록 직무에서 배제하는 것이다.

먼저 이 법안이 시행되면 공직자와 언론사 임직원, 사립학교와 유치원의 임직원, 사학재단 이사장과 이사는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에 상관없이 본인이나 배우자가 100만원을 넘는 금품 또는 향응을 받으면 무조건 형사 처벌을 받는다.

다만 상조회, 동호인회, 동창회, 향우회, 친목회의 구성원 등 지속적 친분관계를 맺은 사람이 질병이나 재난으로 어려운 처지에 놓인 공직자에게 제공하는 금품이나, 공직자 직무와 관련된 행사에서 주최자가 통상적인 범위에서 참석자에게 제공하는 교통·숙박·음식 등은 수수 금지 대상에서 제외했다. 또 공직자의 배우자가 금품을 받을 경우에도 반환 또는 인도하거나, 거부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 또는 과태료 부과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러나 현재 배우자의 금품수수 사실을 신고하도록 한 조항이 형사법 체계와 충돌하고 '연좌제'에 해당하는 등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과 함께 부정청탁의 개념과 행위 유형이 모호하다는 점, 언론사 및 사립학교 임직원 등이 법 적용 대상에 포함되면서 언론 자유와 평등권 침해 우려가 있다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최용민 기자 (yongmi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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