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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들 '업무부적응자' 낙인 우려, 정신질환 숨겨"


입력 2015.09.16 11:00 수정 2015.09.16 11:08        목용재 기자

"스트레스 설문조사, 정직 응답엔 나약하고 못났거나 업무 부적격자로 낙인"

올해 초 서울 강남구 역삼동 도곡재래시장에서 난 불을 소방차 35대와 소방관 125명을 출동시켜 진화한 후 혹시 있을지도 모를 잔불을 확인하고 있다. ⓒ데일리안 올해 초 서울 강남구 역삼동 도곡재래시장에서 난 불을 소방차 35대와 소방관 125명을 출동시켜 진화한 후 혹시 있을지도 모를 잔불을 확인하고 있다. ⓒ데일리안

사선을 뛰어넘으며 인명구조에 나서고 있는 소방관들이 ‘업무부적격자’로 낙인 찍힐 우려 때문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과 같은 정신질환을 숨기고 있다고 현직 소방관이 밝혔다.

정은애 부산 소방서 현장지휘조사팀장은 16일 MBC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스트레스 설문조사에서 정신적으로 힘들다고 정직하게 응답하면 우리나라 정서상 그런 직원들은 나약하고 못났거나 혹은 업무 부적격자로 낙인찍힌다”면서 “(이 때문에) 주변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직원들을 봤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정은애 팀장은 “아무래도 보통사람들보다 극한 환경에서 소방활동을 하다 보면 참혹한 시신이나 동료의 부상, 본인들이 죽을 뻔한 경험도 겪는다”면서 “그러니까 트라우마를 겪는 것인데, 이런 스트레스를 바로바로 흘려보낼 장치가 부족하고 누적되다 보니 감당하기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이에 정 팀장은 정기적으로 모든 소방관들에 대해 집단 치료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신질환자’라는 낙인의 부작용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 팀장은 “외국처럼 일정범위 이상 참혹한 현장을 겪게 되면 모든 직원들이 전부 집단 치료 프로그램에 들어간다던가 정기적으로 모든 직원들이 전문가 면담할 정도로 해야 한다”면서 “그렇게 되면 낙인 효과 때문에 스트레스를 숨기고 있다가 문제가 더욱 커지는 위험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신질환으로 치료를 받게 되면 (정부가) 치료비를 지원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지방 자치단체에서 그런 걸 해주는데, 실제로 그런 진료를 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안전장갑 정도야 우리가 자비로 살 수 있지만 이런 스트레스 관리가 안되면 사고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아무래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면서 “소방관들이 적어도 현장에서 겪는 과중한 스트레스를 제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목용재 기자 (morkk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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