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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공천 배후설' 나오지도 못하게 단도리하려면


입력 2015.09.14 16:47 수정 2015.09.14 16:55        최용민 기자

<기자수첩>오얏나무서 갓 고쳐쓰지 말고 최대 과제인 4대 개혁 집중해야

청와대 전경. ⓒ데일리안 청와대 전경. ⓒ데일리안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사위의 마약 투약 논란과 관련해 정치권에서 이상한 소문이 퍼지고 있다. 이 문제를 청와대에서 의도적으로 언론에 흘렸다는 근거없는 이야기다. 내년 총선과 관련해 공천권을 행사하려는 청와대와 친박(친박근혜)계가 김무성 죽이기에 나섰다는 주장도 같이 슬슬 흘러나온다.

이런 소문이 일고 있는 원인 중 하나는 이번 사건이 1심 판결 이후 7개월이 지난 후에야 언론에 보도되면서 논란이 됐다는 점이다. 이미 지난 사건이 새삼 불거졌다는 이유다. 여기에 지금이 내년 총선과 관련해 공천룰이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된 시점이라는 것도 이런 의혹을 부풀리는 논거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여러가지 정황이 있다 하더라도 청와대가 이번 논란의 출처라는 것은 근거없는 '음모론'에 불과하다. 아직까지 아무런 근거가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말하기 좋아하는 정치권에서 상황과 정황을 근거로 만들어낸 '음모론'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청와대 관계자는 14일 청와대가 정보를 흘린 게 아니냐는 일각의 의혹 제기에 대해 "논평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일축했다. 정말 논평할 가치가 없는 '음모론'이다. 더욱이 청와대가 공천 문제에 개입하기 위해 이런 일까지 벌였으리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이런 의혹을 받는다는 것은 흘려버릴 일은 아니다. 청와대의 4대 개혁 속도전에도 걸림돌이 될 뿐만 아니라 여당의 정당한 공천과정 조차 뒷말이 나올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옛말에 이하부정관(李下不整冠 )이라고 '오얏나무 밑에서 갓을 고쳐 쓰지 마라'는 전통 속담이 있다. 오얏나무 밑에서 갓을 고쳐 쓰면 오얏 도둑으로 오해받기 쉽다는 의미다. 한마디로 의심사는 행동을 하지 말라는 뜻이다.

불을 붙인 발단은 지난 9일 박근혜 대통령이 대구시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 지역 국회의원이 한명도 초대받지 못한 것에서 시작된다.

관례상 그동안 대통령의 지방 행사에는 그 지역 국회의원이 함께 참석해왔다. 더욱이 대구행사 이틀 후인 인천행사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지역 의원 전원이 청와대의 초청을 받았다는 점이다. 청와대가 박 대통령과 대립했던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물론 유 전 원내대표와 친한 대구지역 의원들을 일부러 초청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이는 이유다.

여기에 박 대통령의 대구 행사에 함께 자리했던 안종범 경제수석과 신동철 정무비서관, 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 천영식 홍보기획비서관 등은 내년 총선에서 대구 지역 출마가 예상되는 인물들이란 점에서 이러한 의혹은 더욱 커졌다는 점이다.

청와대는 참모들의 지역행사 참석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참모들이 대통령 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청와대 답변 그대로 크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대구지역 현 의원들을 초청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욱 의심을 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미 대구 지역 의원들 사이에서는 청와대에서 내년 총선 공천과 관련해 '물갈이'를 시도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팽배한 상태다. 이들의 불안감이 그저 그런 기우는 아닐 것이다. 대구 지역 의원들은 배제하고 뒤에 이어진 인천 행사에서는 지역 의원들을 전부 초청하는 등 청와대의 기준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현재 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최대 현안으로 밀고가고 있는 상황이다. 위로부터의 공천의 폐단을 없애기 위한 명분이다. 그러나 청와대 입장에서는 그닥 반길만한 내용은 아니라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현실성을 내세우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청와대는 분명 갓만 고쳐 쓴 것일 수 있다. 보는 눈이 많은데 설마 오얏나무 밑에서 오얏을 따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갓만 고쳐 쓴 것이라도 그 장소가 오얏나무 밑이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는 스스로 의혹살만한 행동을 자초한 일이기 때문이다. 누가 옛말이 틀렸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의심살만한 행동은 안하는 게 상수다.

청와대는 지금 정치권의 공천에 신경쓸 여력이 없다. 더구나 박 대통령이 신임한다는 일부 참모들의 총선 필승을 생각할 겨를도 없다. 공무원 연금개혁으로 시작된 4대 개혁이 눈앞에 있다. 당장 노동개혁은 오늘 내일 최대 고비를 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이상 근거없는 '음모론'이 퍼지지 않게 단도리를 해야 한다.

내년 총선보다 정권의 최대 과제인 4대 개혁에 집중해도 시간이 부족하다. 4대 개혁은 그야말로 정권 차원을 넘는 국민들의 먹고 살 터전, 대한민국의 더 높은 도약을 위한 모멘텀이 될 기반이기 때문이다.

최용민 기자 (yongmi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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