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댓글(악플)에 대한 연예인들의 대응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최근 악플러에 대한 강경 대응을 시사한 소녀시대 태연·배우 배용준·진세연(왼쪽부터).ⓒ데일리안 DB
"고소 취하 및 합의는 없다."
악성 댓글(악플)에 대한 연예인들의 대응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악플에 괴로워하면서도 자신의 이미지 관리를 위해 참았던 연예인들이 법적 조치를 시사하며 강경 대응하고 있는 것.
사실 악플과 연예인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연예인들이 악플에 시달리는 일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최근에는 인터넷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발달로 악플의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
이에 연예인들은 자신의 SNS를 통해서 악플에 대해 불쾌한 입장을 밝히거나 법적 대응을 예고하는 등 악플러들을 향해 칼을 빼 들었다.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인들, 특히 가족들이 충격을 받는 걸 가만히 앉아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허위 사실 유포…법적 조치 필요
지난달 숱한 화제 속에 결혼한 배용준 박수진은 결혼과 관련해 인터넷에 떠도는 소문으로 괴로움을 호소했다.
배용준 측은 "같은 아이디를 가진 누리꾼들이 지속해서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인신공격적이며 모욕적인 댓글을 무차별적으로 계속 달고 있다"며 "이를 방치할 수 없어 누리꾼 30여 명에 대한 고소장을 서울 성북경찰서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배용준 측은 "고소 취하 및 합의는 절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소속사 키이스트 관계자는 "그간 악플은 연예인으로서 감수할 부분이라고 생각해 법적 조치를 진행하지 않았으나, 적게는 수십 개에서 많게는 100개 이상의 악성 댓글을 계속 달아온 누리꾼들은 의도적으로 명예를 실추시키고 모욕을 주려고 하는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카라, 레인보우 등이 속한 DSP 미디어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악플러를 고소했다. DSP는 지난달 10일 서울 강남경찰서 사이버수사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DSP에 따르면 일부 누리꾼들은 카라, 레인보우 관련 기사에 "죽여버리겠다, "전라도 애들은" 등 협박과 지역색을 드러내는 무차별적인 악플을 달았다.
DSP 측은 "악플러들은 있지도 않은 기사 내용을 사실처럼 만드는가 하면, 전혀 사실무근인 루머를 관계자인 것처럼 유포하고 있다"며 "더는 참을 수 없어 경찰서에 수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진세연은 사생활 문제로 구설에 오른 김현중과 함께 드라마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악성 댓글에 시달려야 했다. 소속사 측은 "악플러에 대한 자료를 취합 중이며, 필요하다면 법적 대응도 할 계획"이라고 했고, 진세연은 SNS에 "저 아니니까 함부로 얘기하지 마세요"라는 글을 올려 불편한 심경을 전했다.
악성 댓글(악플)에 대한 연예인들의 대응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최근 악플러에 대한 강경 대응을 시사한 만화가 강풀.강풀 SNS 화면 캡처
"악플로 마음 아파"…SNS서 심경 밝혀
자신의 SNS를 통해 악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연예인도 늘어났다.
소녀시대 태연은 지난 7월 자신의 SNS에 "몇 달 전 소속사와 상의 끝에 악의적인 글들이며 사진, 자료 등을 수집하고 있다"면서 "법적인 방법으로도 진행됐고 추가적으로도 할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태연은 또 "오래전부터 심한 악플 때문에 가족을 비롯해 주변 지인들이 상처받고, 팬 여러분께도 큰 상처를 주는 일이 많았다. 내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모습에 가슴이 뜨거울 정도로 아팠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JYJ의 멤버 김준수도 트위터에 악플러에 대한 법적 대응을 시사한 바 있다. 그는 "악플은 10년 전부터 겪어서 무뎌졌는데 최근 도가 지나치다는 판단을 했고, 더는 간과할 수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회사 법무팀과 상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인기 만화가 강풀은 트위터에 악플을 캡처한 사진과 함께 "더는 참지 않는다. 모든 악플을 전부 캡처해 뒀고, 절차를 밟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강풀이 공개한 악플들은 고인이 된 강풀의 부친을 조롱하는 메시지였다.
프로게이머 임요환의 아내 김가연은 딸과 관련된 패륜적인 악플을 수집해 사이버수사대에 의뢰하기도 했다. 그는 악플러 고소 과정을 SNS에 올려 화제가 됐다.
악플의 정도가 나날이 심해지는 이유에 대해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악플러들은 자신이 받은 사회적 스트레스와 분노를 유명인에게 푸는 경향이 있다"면서 "스트레스와 분노가 커질수록 악플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연예인들의 달라진 태도와 관련해서 하 평론가는 "과거에는 악플을 가만 놔두면 퍼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에는 SNS와 스마트폰이 발달하면서 악플에 대한 초기 대응이 절실해졌다"며 "고소 건도 늘어나면서 강경 대응해야 한다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이어 "법적 조치를 취하면 예전에는 악플이 죄인지도 모르고 아무 생각 없이 글을 쓰던 악플러들의 심리가 위축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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