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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15-0' 월드컵 2차예선 필요한가


입력 2015.09.05 10:29 수정 2015.09.05 10:30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현격한 수준 차이 그라운드에서 드러나

아시아 축구 흥행 명분도 힘 잃어 '비효율'

[대한민국-라오스] AFC는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예선부터 참가국을 확대, 총 40개국이 2차예선을 벌여 12개국이 곧바로 최종예선에 돌입하게 했다. ⓒ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대한민국-라오스] AFC는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예선부터 참가국을 확대, 총 40개국이 2차예선을 벌여 12개국이 곧바로 최종예선에 돌입하게 했다. ⓒ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한국축구가 약체 라오스(FIFA랭킹 174위)를 그야말로 대파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3일 경기도 화성종합경기타운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G조 3차전 라오스와 경기에서 8-0 대승했다.

손흥민 해트트릭을 비롯해 권창훈(2골), 석현준(1골), 이재성(1골), 이청용(1골)의 득점이 이어지는 동안 3만여 관중과 TV 중계를 지켜본 이들 모두 환호했다.

분명히 기분 좋은 결과지만 ‘이런 수준의 팀과 대결하는 것이 과연 월드컵 예선 무게에 맞는 것일까’라는 다소 회의적인 반응도 있다.

8월 기준으로 한국은 FIFA랭킹 54위, 라오스는 FIFA랭킹 177위였다. 현격한 랭킹 격차만큼 수준 차이는 더 심했다. 이날 경기에 나선 라오스는 대부분이 생업과 축구를 병행하고 있는 세미프로 선수들이었다. 그야말로 어른과 아이의 싸움이나 다름없었다.

대한민국-라오스전만의 얘기는 아니다.

A조 UAE는 말레이시아를 10-0, C조의 카타르는 부탄을 15-0 대파했다. 한국과 같은 조에 배정된 레바논은 한국이 1차전에서 2-0으로 누른 미얀마를 9-0 완파했다. E조의 일본이 캄보디아를 3-0으로 이긴 것이나, D조 이란이 괌에 6-0 승리한 정도는 시시하게 느껴질 정도.

왜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까. AFC는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예선부터 참가국을 확대, 총 40개국이 2차예선을 벌여 12개국이 곧바로 최종예선에 돌입하게 했다.

지난 대회까지 20개국이 출전하는 3차예선부터 출전했던 한국이나 일본, 호주 같은 아시아 강팀들도 이제는 2차예선부터 시작하게 됐고, 경기수도 더욱 늘어났다. 이로 인해 예전 같으면 3차예선 단계에 오기 전 걸러졌어야할 약팀들이 대거 포진하며 수준이 떨어지는 경기들이 빈번해지는 현상을 초래했다.

참가국이 늘어난 이유는 일단 이번 월드컵예선부터 2019 UAE 아시안컵 예선도 겸하게 됐기 때문이다. 아시아 축구 흥행을 위해서라도 한국 같은 강팀들이 아시아의 약체국가들과 직접 경기를 벌이게 하면서 축구붐을 조성한다는 대의적 명분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결과에서 보듯이 전력차가 지나치게 큰 팀들을 무리하게 묶어놓은 탓에 베이스볼 스코어, 심지어 핸드볼 스코어를 연상케 하는 경기가 속출하고 있다. 약팀들은 사실상 출전에 의의를 두는 승점자판기로 일찌감치 전락했다. 이는 결국 아시아 축구의 수준차를 만천하에 공개하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

해외파가 많은 한국이나 일본 같은 팀들은 월드컵 예선전을 한번 치를 때마다 홈-원정으로 장거리 이동해야 하는 선수들의 소집과 컨디션 관리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식의 예선 운영은 앞으로도 비효율성 면에서 문제가 될 소지가 크다. 차라리 2차-최종예선 구분을 없애고 유럽처럼 시드 배정을 적극 반영해 조별예선 단계를 더 간소화하거나, 상위 단계에 올라올 수 있는 약체팀을 확실히 걸러내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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