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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충격패' 네덜란드, 히딩크 탓만 하기에는..


입력 2015.09.04 17:11 수정 2015.09.04 17:12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유로 2016 A조 조별예선서 아이슬란드에 패배

데파이 등 최정예 멤버 모두 출전에도 홈에서 망신

'네덜란드 호날두'로 불리는 데파이도 홈에서 팀의 패배를 막지 못했다. ⓒ 게티이미지 '네덜란드 호날두'로 불리는 데파이도 홈에서 팀의 패배를 막지 못했다. ⓒ 게티이미지

오렌지군단 네덜란드를 유로 2016 본선에서 보지 못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네덜란드는 4일(한국시각)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아레나서 열린 아이슬란드와의 유로 2016 A조 조별리그 7차전에서 0-1로 패했다. 네덜란드가 유로 예선 홈경기에서 패한 것은 무려 53년만이다.

이번 유로 2016 조별예선 최대 돌풍의 팀으로 떠오르고 있는 아이슬란드는 강호 네덜란드를 홈과 원정에서 모두 제압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동안 유럽축구의 변방으로 불리던 아이슬란드는 조별예선에서 6승 1패로 돌풍을 일으키며 A조 선두 자리를 굳게 지키고 본선진출의 가능성을 더욱 높였다.

아이슬란드와의 경기는 네덜란드가 거스 히딩크 전 감독이 성적부진으로 불명예 퇴진하고, 대니 블린트 감독이 정식 지휘봉을 잡아서 치른 국제대회 첫 경기였다.

백전노장 히딩크 감독은 그동안 낡은 전술과 선수단 장악력 문제로 도마에 오르며 네덜란드 여론의 십자포화를 받아야했다. 이에 유로 2016이 끝나면 네덜란드 대표팀의 지휘봉을 물려받기로 예정돼있던 수석코치였던 블린트가 감독으로 나서 경기를 이끌었다.

그러나 이번 경기에서 네덜란드의 침몰은 최근의 부진이 결국 히딩크 탓이 아니었다는 여실히 보여준 장면이었다. 네덜란드는 아르엔 로번, 베슬리 스네이더르, 멤피스 데파이 등 최정예 멤버들을 모두 출전시켰다. 전체적인 전력에서는 아이슬란드에 한 수 앞선다고 평가받은 데다 이날은 홈경기였다.

하지만 네덜란드는 이번에도 경기가 쉽게 풀리지 않았다. 전력의 핵인 로번이 전반 부상으로 교체되는가 하면 수비수 마르틴스 인디가 과격한 파울로 퇴장당하며 일찌감치 먹구름이 드리웠다. 후반 5분에는 반 더 비엘이 페널티박스에서 파울을 저질러 페널티킥을 헌납했고, 아이슬란드의 길피 시구드르손이 침착하게 골을 성공시키며 이날의 결승점을 올렸다.

네덜란드의 패배는 불운이 아닌 실력차였다. 유로 예선의 최대 고비이자 사실상 분위기 전환을 위한 중요한 경기였음에도 네덜란드 선수들은 집중력이나 팀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했다. 오히려 고질적인 문제로 거론되는 엉성한 조직력과 답답한 골결정력은 아이슬란드를 이길 자격이 없었음을 보여줬다.

네덜란드는 90년대까지 황금세대를 앞세워 전성기를 호령했지만, 최근에는 세대교체 실패와 자국리그의 경쟁력 약화로 하향세를 타고 있다. 로번, 판 페르시, 스네이더르 등은 모두 30대를 훌쩍 넘겼고, 네덜란드 선수들이 빅클럽에서 활약하는 비중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유로 예선은 네덜란드의 현 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어느덧 유로 예선이 3경기밖에 남지 않은 가운데 네덜란드는 이번 패배로 본선직행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그나마 승점 10점으로 플레이오프 진출 티켓이 주어지는 3위를 간신히 지키고 있지만 이마저도 아직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때 유럽축구를 호령했던 네덜란드가 본선진출을 걱정해야하는 처지에 몰린 것은 그야말로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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