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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의 땅에 웬 남근석이 불끈 왜?


입력 2015.09.06 10:34 수정 2015.09.06 10:34        최진연 문화유적전문기자

<최진연의 우리 터, 우리 혼-성석기행>경북 예천 금당실 마을

전쟁이나 천재지변에도 안심할 수 있는 땅, 흔히 이런 곳을 승지라고 한다. 나라 안의 열군데 명승가운데 하나, 전란을 피할 수 있는 곳, 경북 예천군 용문면 금당실은 십승지지(十勝之地)의 하나로 꼽힌 길지다. 특히 수재·화재·풍재의 삼재의 액운이 침범하지 못하는 땅으로 소문났다.

조선시대 천문, 지리에 능통한 학자 남사고는 병화를 피해 살만한 곳으로 금당실을 꼽았다. 이를 반증하듯 임진왜란 때도 이곳은 온전했다. 조선태조가 도읍지의 하나로 택할 만큼 명당인 금당실은 지형지세가 물위에 연꽃이 떠 있는 형상이다.

임란 때 명나라 장수가 이곳을 지나면서 중국의 양양금곡과 지형이 같다 해 ‘금당실’ ‘금곡’으로 부르게 됐으며, 많은 명문권세가들이 이곳에 거주했다. 벼슬아치들이 많아 유교와 양반문화가 번성해 흡사 한양과 같았다고 한다.

예천 용문 죽림리에 세운 선시시대 거석문화 남근석ⓒ최진연 기자 예천 용문 죽림리에 세운 선시시대 거석문화 남근석ⓒ최진연 기자

문화유적으로는 함양박씨 3인을 모신 금곡서원, 함양박씨 입향조 박종린을 배향하는 추원재 및 사당, 원주변씨의 입향조 변응녕을 기리는 사괴당 고택, 조선 숙종 때 도승지 김빈의 유적지 반송재 고택, 권문해의 유적인 초간 종택과 초간정 등 금당실은 조선 문화가 서려있는 역사마을이다.

금당실이 형성된 시기는 600여 년 전이다. 감천문씨가 이곳에 처음 정착했고, 그 후 함양박씨, 원주변씨가 입향 하면서 큰 고을로 변했다. 하지만 마을주변의 고인돌이 분포돼 있는 것을 볼 때, 이미 선사시대부터 이곳에 사람들이 거주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마을 앞 죽림리 너른 들판 한가운데 우뚝 솟은 선돌도 그 시대와 무관치 않다. 이곳에는 2기의 선돌이 있는데, 논 한가운데에 선돌을 세웠다. 아래쪽에 위치한 선돌은 높이가 1.1m 이며 형태는 위로 올라갈수록 뾰족하다. 그리고 100m 위쪽에는 1.7m 정도의 높이로 세운 또 하나의 선돌이 있다. 이들 선돌은 화강암의 자연석을 반 정도 다듬어 세웠는데, 모양이 마치 남성의 상징인 남근을 닮았다.

100m 아래 논가운데 세운 남근석이 찔레나무에 덮여 있다.ⓒ최진연 기자 100m 아래 논가운데 세운 남근석이 찔레나무에 덮여 있다.ⓒ최진연 기자

선돌은 농로에서 30m 정도는 들어가야 하는데, 현재 찔레나무 넝쿨이 주변을 에워싸고 있다. 옛날에도 이곳에 경작지가 조성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은 사람들의 접근조차 어려울 정도다.

금당실 선돌도 종족번성을 위한 신앙숭배지이면서 마을로 들어오는 잡귀를 막는 수호신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마을사람들은 70년대까지 정월대보름에 이곳에 동제를 지내기도 했다고 한다.

선돌에 금줄과 제물을 차려 정성껏 제사를 올리면, 마을에 복이 온다고 믿었다. 특히 이날 동제 때 제관이 되면 1년 동안 무병장수한다는 전설 때문에 경쟁이 심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 동제를 이어갈 사람이 없어 80년대 초 마지막 제사를 지내면서 축문을 땅에 묻기까지 했다.

예천 금당실 마을 전경ⓒ최진연 기자 예천 금당실 마을 전경ⓒ최진연 기자

축문내용은‘선돌이 마을을 지켜준 덕분에 그동안 태평세월을 누리며 잘살아 왔지만, 이제 대를 이을 후손들이 없어 마지막으로 천신에게 앞으로도 마을의 안위를 보살펴 달라고 기원한다는 뜻이 담겨져 있는 축문‘ 이라고 했다.

금당실 마을은 조선시대 양반문화가 배어있는 수많은 고택과 미로처럼 이어진 흙돌담과 정겨움이 가득한 곳이다. 하지만 2천여 년 전 옛 사람들의 거석문화는 마을 앞에서 천대 받고 있다. 이 선돌도 답사코스에 포함시켜 종족번성에 정성을 다했던 선인들의 정신과 지혜를 엿볼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은 교육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최진연 기자 (cnnphot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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