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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파들의 습관적 탈당 "공천 안 주면 나간다?"


입력 2015.09.04 07:29 수정 2015.09.04 07:33        이슬기 기자

습관적 탈당과 신당행보 "결국 공천 달라는 사람들 모임, 당이 되겠나"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유선호, 장세환 전 의원이 3일 국회 정론관에서 새정치민주연합 탈당을 밝히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유선호, 장세환 전 의원이 3일 국회 정론관에서 새정치민주연합 탈당을 밝히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박준영 전 전라남도지사가 지난 7월 16일 국회 정론관에서 탈당을 선언하고 있다. ⓒ데일리안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박준영 전 전라남도지사가 지난 7월 16일 국회 정론관에서 탈당을 선언하고 있다. ⓒ데일리안

“당이라는 게 하나의 가치와 신념을 중심으로 모이는 정치 집단인데, 의원 한번 해보겠다고 모인다고 당이 되겠나. 결국 나 공천좀 달라, 안 주면 나간다 이거지 뭐.”

호남 출신의 3선을 지낸 유선호 전 의원과 장세환 전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3일, 호남을 지역구로 둔 새정치연합 소속 A 의원은 이같이 말하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는 “맘에 안든다고 탈당해서 다시 또 당 만들고, 그런 게 결국에는 ‘나 공천 해달라’, ‘나좀 이해해달라’ 이거다. 그거 아니고 뭐겠나”라고 되묻기도 했다.

유 전 의원과 장 전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오늘로 새정치연합을 버리고 이 당을 대신할 강력한 '혁신야당'을 추구하겠다"며 "중도진보 노선 아래 민생실용의 실천적 개혁노선을 추구하는 한편 가치와 비전을 함께 가는 모든 신당 추진세력과 연대해 나가 신당 태동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탈당 의사를 밝혔다.

이어 "4.29 참패의 최고 책임자인 문재인 대표는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고, 혁신위는 사태의 본질에는 손도 못댄 채 곁가지만 흔들고 있다"며 “문재인 대표가 지금이라도 대표직에서 물러난다면, 신당 창당은 전혀 어려울 것이 없는데, 문재인 대표의 욕심이 자꾸 화를 부르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천정배 신당’에 합류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장 전 의원은 "신당이 가시화된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천정배 의원과는 계속 교감을 이루고 있다. 천 의원의 신당이 구체화 되면 함께 할 것”이라며 “현직 몇 분과도 이러한 생각을 얘기했다. 호남에도 계시고 수도권 의원도 있다. 우리는 전직(의원)이지만 오늘 탈당 이후 9~10월에 또 탈당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A 의원은 “탈당한 사람들은 솔직히 당에서 그 사람들한테 어떻게 공천을 주고 뭔가를 줘서 달래느냐의 문제”라며 “박주선 의원의 경우에는 물론 억울한 부분은 분명 있겠지만, 그분 역시 매일 탈당이니 문재인 나가라느니 말하는 것은 바꿔 말하면 ‘나 억울하다. 공천 달라’는 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날 두 전직 의원의 기자회견에 앞서 정론관을 방문한 박주선 새정치연합 의원은 유 전 의원과 인사를 나누며 “왜 또 탈당을 한다고 그러냐. 나 이거 (기자회견장 예약을) 잡아줬다고 또 윤리심판원 가는 거 아닌가”라며 우스갯소리를 건네기도 했다. 참석자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지자 박 의원은 “아주 상습적으로 그냥 탈당이야”라고도 했다. 박 의원은 이들을 위해 본인 명의로 기자회견장을 잡아줬다.

실제 유 전 의원의 경우, 지난 2007년 2월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뒤 같은 해 6월 통합민주당에 합류했으나, 입당한지 50여일만에 다시 당적을 정리했다. 또한 최근 가칭 ‘신민당’이라는 당명으로 창당 작업 중인 박준영 전 전남지사 역시 당시 유 전 의원과 함께 탈당해 대통합민주신당에 합류하겠다는 뜻을 밝혔던 인물이다. 당시 박 전 지사는 "지도부가 민주개혁 세력의 대통합을 일궈내는 역사적 과업에 전혀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한 바 있다.

‘천정배 신당’의 실세로 불리는 염동연 전 의원의 ‘탈당 후 신당 행보’ 시나리오 역시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염 전 의원은 지난 2007년 1월 열린우리당을 탈당하며 “중도개혁 통합신당 건설을 위한 새로운 길을 떠나겠다”고 통합신당 창당의 포부를 밝혔다. 또 “중도개혁 통합신당 건설과 새로운 대안세력의 정권창출에 제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겠다”며 실패할 경우 정계를 은퇴하겠다는 다짐까지 내놨다.

4.29 재보궐선거 이후 새정치연합 안팎에서 신당론이 우후죽순 일고 있지만, 이렇다 할 힘을 받지 못하는 것 역시 이 때문이라는 게 야권의 전반적인 분석이다. ‘습관적’ 탈당과 창당 움직임이 반복될수록 ‘도로 민주당’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경쟁력도 떨어진다는 이유다.

이같은 상황을 의식한 듯, 신당 행보의 중심에 무소속 천정배 의원은 탈당파를 향해 ‘노 생큐’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했다. 그는 전날 SBS 라디오에 출연해 “공천 탈락이 염려돼 신당에 합류하겠다는 분들은 ‘노생큐’라고 하고 싶다”며 “신당을 함께 할 사람은 혁신성이나 헌신성, 개혁성이 중요하다. 법조인 뿐 아니라 혁신 경제를 이끌 기업가나 청년지도자 등이 두루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당내 ‘문재인 저격수’로서 끊임없이 탈당을 시사한 박 의원을 두고 “탈당이 현실화될지도 잘 모르겠고, 어떤 비전을 갖고 있는지도 확인이 필요하다. 문재인 대표나 특정 세력을 반대해서 신당을 만들겠다는 게 결코 아니다”라며 박 의원과 박 전 지사 등 친노 주류에 반발해 탈당한 인사들의 신당 합류에도 선을 그었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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