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맹' 김일성 그 자리에 '실용' 박 대통령 우뚝
중국 열병식서 시진핑 오른쪽 두번째로 위상 강화
중국산 84% 최신형 신무기 드러내 '군사굴기'과시
박근혜 대통령은 3일 우리나라 대통령으로서는 역사상 처음으로 베이징 천안문 성루에서 중국 전승절 기념 인민해방군 열병식을 참관했다. 이처럼 과거와 달라진 한중관계로 인해 동북아 안보지형이 급변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란 자켓을 입은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현지시간)부터 70분간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진행된 '중국 인민의 항일전쟁 승리 및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 기념행사와 열병식에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30개국 지도자들과 톈안먼 성루에 올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열병식을 참관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오른쪽 옆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그 다음 박 대통령 순으로 위치했다.
이는 망루로 올라갈 때와는 달라진 모습으로 박 대통령은 망루로 올라갈 때 시 주석 바로 왼쪽에 서서 망루로 올라갔다. 또 전체적인 배치로 볼때 시 주석 오른쪽으로는 외국정상들이, 왼쪽으로 중국 주요 인사들이 자리 잡았다.
아울러 중국은 외국 정상들이 위치한 오른쪽 맨 끝에 최룡해 북한 당 비서를 배치해 최근 소원해진 북중관계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60년 전인 1954년에는 같은 장소, 같은 행사에는 김일성 북한 주석이 마오쩌둥 중국 주석과 나란히 서서 열병식을 지켜본 바 있다.
중국 국가인 항일의용군행진곡 연주와 함께 국기게양으로 시작된 이번 행사는 리커창 총리의 개회사, 시 주석의 연설 및 사열·분열 순으로 진행됐다. 특히 열병식은 기동진입, 정렬, 사열, 분열 및 해산·복귀 등 5단계로 사열 및 분열에 총 70분이 소요됐다.
시 주석은 연설에서 이번 열병식이 중국 정부의 정치 역사상 가장 큰 사건이며, 중국의 부흥과 세계평화 발전에 매우 깊은 뜻을 가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열병식은 평화의 힘을 상징하는 것이며 2차 대전 종전의 의미와 교훈을 되새겨 미래로 나아가자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특히 '항일전쟁 승리기념 및 정신 고취, 민족 부흥 실현'을 주제로 열린 이날 열병식에는 인민해방군 7개 군구, 무장경찰 등 총 1만2000여명, 40여종의 장비 500여대, 20여종의 항공기 200대가 동원돼 중국의 군사굴기(軍事倔起)를 과시했다.
이들 무기는 전부 중국산으로 84%가 이번에 처음으로 외부에 모습을 드러낸 최신형이다. 열병식 때 신무기를 선보여 많은 주목을 받는 전략미사일 부대(제2포병)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둥펑(東風·DF)-31A' 등 7종의 미사일 100여 기를 공개했다. 특히 신형 ICBM인 둥펑 31A의 사거리는 1만km로 미국 본토 대부분에 도달할 수 있으며 핵탄두를 운반할 수 있다.
아울러 사거리 1000㎞ 전후의 준 중거리 미사일인 둥펑-16도 시선을 끌었다. 둥펑-11 개량형인 둥펑-16은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와 일본 오키나와, 대만 등을 공격권에 둘 수 있다.
공중에서는 전투기, 폭격기, 함재기, 해상초계기, 공중급유기 등 각종 군용기 200여 대가 모습을 보였다. 주력 전투기인 젠(殲)-10과, 젠-10A, 젠-11, 젠-15, 공중조기경보기 쿵징(空警)-200, 무장헬기 즈(直)-9, 즈-8 등이 등장한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중국측은 이번 박 대통령의 전승 70주년 기념식 참석을 위해 많은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이번 방중 기간에 시 주석은 박 대통령이 가장 중요한 손님 가운데 한 분 이라면서 박 대통령을 특별히 잘 모시라고 중국 의전 실무진에 수차례 하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 측은 별도 영접팀을 구성할 정도로 우리를 배려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러한 연장선에서 오늘 낮에 있는 시 주석 주최 오찬 리셉션에도 박 대통령 만을 위한 전용대기실을 마련했다고 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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