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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결심’ 표도르, 패턴 수정으로 생존법 모색


입력 2015.09.02 08:35 수정 2015.09.03 11:00        데일리안 스포츠 = 김종수 기자

전성기 핸드 스피드 상실한 가운데 훅성 펀치로는 어려워

타격 극대화 전략 아래 다양한 타격과 타이밍 끊기 노려

표도르가 UFC에 진출해 경기를 가진다면 미르코 크로캅 회복세와 맞물려 국내 격투 시장은 다시금 프라이드 때의 열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 게티이미지 표도르가 UFC에 진출해 경기를 가진다면 미르코 크로캅 회복세와 맞물려 국내 격투 시장은 다시금 프라이드 때의 열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 게티이미지

최근 MMA 컴백을 선언한 ‘얼음황제’ 에밀리아넨코 표도르(39·러시아)의 UFC 진출 임박설이 흘러나오면서 격투팬들의 반응은 더 뜨거워지고 있다.

원조 ‘60억분의 1’로 불리던 표도르는 형언하기 어려운 상징성을 갖춘 ‘황제’로 경기 일정이 나오지 않은 가운데도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격투계 안팎의 촉각을 곤두세우게 한다.

표도르가 UFC에 진출해 경기를 가진다면 미르코 크로캅 회복세와 맞물려 국내 격투 시장은 다시금 프라이드 때의 열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그런 인물이 현 세계 최고의 무대인 UFC 옥타곤에서 쟁쟁한 선수들과 맞붙는다는 것은 말 그대로 ‘매 경기가 드림매치’다.

표도르의 복귀와 함께 과연 어느 정도의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느냐도 화두다. 특히, 타격 부문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을 정도로 전망이 엇갈린다.

표도르는 은퇴 직전 킥 공격을 조금씩 선보이기는 했지만 사실상 펀치 위주 타격 일변도를 고수했다. 니킥도 보기 쉽지 않았다. 펀치마저도 잽 등 리드 펀치가 결여된 채 큰 궤적으로 휘두르는 훅성 펀치가 대부분이었다. 맹폭 연타가 아니라면 크게 휘둘러 한 방을 노린 단순한 패턴이었다.

하지만 이런 단순한 패턴에 전성기 최강 타격가로 불렸던 크로캅도 고전했고, 타격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UFC의 두 전설 안드레이 알롭스키와 팀 실비아도 무너졌다. 그들은 표도르에 비해 타격의 다양성에서 많이 앞섰지만, 정작 실전무대에서의 타격전에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표도르의 훅은 단순하지만 거리를 파악해 피하기 쉽지 않았다. ‘너클 파트(Knuckle part)’로 정확하게 꽂히는 복싱형 펀치공격이 아닌 러시안 훅 스타일의 타격으로 엄지나 손등 쪽 등 어느 부위로 맞출지 알 수 없다. 몸의 중심을 잡는 자세 역시 정석과 멀어 어깨가 앞으로 나갈 때도 있고, 몸이 당겨진 상태에서 채찍처럼 팔만 휘두를 때도 있다.

그러면서도 빠른 연타 훅을 계속 날린다. 몸이 유연하기 때문에 가능한 움직임이다.

한창때의 표도르 훅은 핸드 스피드가 빼어난 굳이 정확하게 노리고 치기보다는 상대의 안면 쪽에 펀치를 퍼부었다. 가드도 개의치 않았다. 비슷한 속도와 위력으로 때려 연타를 계속 쳐 한두 방만 꽂히면 속사포처럼 후속 공격을 연결시켰다. 예상치 못한 각도에서 짧고 긴 훅이 감당 못할 빠르기로 이어져 표도르를 향해 카운터를 노린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래플링 또한 무시할 수 없어 전진 압박을 거듭하며 펀치를 날리는 후속공격도 대비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랐다. 그만큼 표도르가 훅 연타를 날리며 덤벼들면 특유의 압박감은 엄청났다. 반격을 생각할 여유를 좀처럼 주지 않았다.

물론 알롭스키전 초반처럼 상대가 짧고 정확한 선제공격으로 타이밍을 끊는 타격을 하면 표도르의 위력은 반감된다.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있는 파이터가 거의 없다. 표도르 역시 이를 잘 알고 있어 대부분 선공을 가했고, 상대가 공격을 해오더라도 더 거세게 몰아붙이며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려 애썼다.

전성기가 지나 불혹에 컴백하는 표도르가 이런 패턴을 계속 고수할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최근 MMA는 당시보다 전략이나 기술적으로 더 발전했고, 레슬링의 비중이 커져 러시안 훅 압박이 쉽지 않다. 게다가 표도르 역시 전성기 당시의 스피드를 상실했을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과거 패턴만으로 생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표도르가 러시아에서 복서와 훈련을 하는 것을 비롯해 네덜란드 전지훈련까지 하는 등 타격극대화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바꿀 수 없는 신체 사이즈와 레슬링 기량 열세로 인한 그래플링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태에서 타격 밖에는 방법이 없다.

움직임이나 핸드 스피드가 과거와 같지 않아 좀 더 다양한 타격 옵션과 상대 타이밍을 끊는 패턴 보강이 필수다. 표도르로 이를 알고 있다. 은퇴 전 몇 경기에서도 그런 움직임이 나타났다. 영리한 표도르의 복귀가 기다려지는 또 하나의 이유다.

김종수 기자 (asd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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