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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남친은 든든한 내편…결혼 하고파"(인터뷰)


입력 2015.09.04 09:12 수정 2015.09.22 10:24        부수정 기자

MBC 주말극 '여자를 울려' 덕인 역 열연

2년 만의 안방복귀, 호평 속 성공적 평가

김정은은 "'여자를 울려'를 하면서 체력에 한계를 느끼면서 마라톤을 뛴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별만들기이엔티 김정은은 "'여자를 울려'를 하면서 체력에 한계를 느끼면서 마라톤을 뛴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별만들기이엔티

"'여자를 울려'는 정신줄을 놓은 작품이에요. 제 모든 걸 놔버렸어요. 미니시리즈 두 편 찍은 느낌이랄까요?"

최근 종영한 MBC 주말극 '여자를 울려'를 이끈 김정은은 힘들었던 작품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끝낸 덕분인지 밝아 보였다.

드라마에 대해 '정말 힘들었다'고 거듭 강조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사소한 질문에도 성심성의껏 답한 그는 드라마 속 덕인 캐릭터에 애정이 꽤 깊은 듯했다.

지난 1일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정은은 종영 소감에 대해 "40부작 너무 긴 것 같다"고 웃은 뒤 "체력에 한계를 느끼면서 마라톤을 뛴 느낌"이라고 밝혔다.

'파리의 연인'(2004), '루루공주'(2005), '연인'(2006) 등으로 '로코의 여왕'으로 불리던 김정은은 KBS2 '울랄라부부'(2012) 이후 긴 공백기를 갖다가 '여자를 울려'의 형사 출신 밥집 아줌마 덕인을 택했다. 그는 죽은 아들을 그리워하는 절절한 모성애와 함께 형사 특유의 강한 액션신을 보여줘야 했다.

김정은은 우려를 깨고 속이 뻥 뚫린 것 같은 통쾌한 액션과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애끓는 모성애를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김정은의 원맨쇼'라는 말은 시청자 게시판을 메웠다.

"담아낼 내용이 많아 에너지를 너무 쏟아냈어요. 액션신을 찍다가 몸이 지쳤다 하면 울고불고 소리 질러야 했습니다. 하하. 정신적으로 괴로웠어요. 저 자신을 고문했던 탓일까요? 이번 드라마가 더 힘들고 길게 느껴졌어요. 정말 죽는 줄 알았어요."

아무리 힘들어도 20년 경력을 자랑하는 베테랑 배우는 달랐다. 힘들수록 웃고, 동료들과 떠들면서 '힘듦'을 웃음으로 승화시켰다고 그는 말했다.

"슬펐지만 최대한 즐겁게 촬영하려고 했어요. 어릴 때 주인공을 맡았을 땐 아무 생각이 없었어요. 시상식에서 '모든 분께 감사하다'는 말도 말뿐이었죠. 근데 이번 작품에선 '내가 아줌마로서 모두를 감싸 안아야지'라고 다짐했습니다."

극 초반 그가 날린 '하이킥'에 한 '어깨'하는 장정들이 나가떨어지는 장면은 화제였다. 학교 폭력 가해자들을 타이르며 따끔하게 손 봐주는 모습, 약한 사람들을 괴롭히는 사회악들을 때려눕히는 장면, 소매치기를 단숨에 잡아 비트는 모습 등에선 쾌감이 밀려왔다.

액션 연기를 언급하자 김정은은 들뜬 표정으로 "나도 내가 이렇게 액션을 잘하는지 몰랐다"며 "송창의 씨도 인정한 액션 연기"라고 웃었다.

김정은은 "'여자를 울려'를 하면서 체력에 한계를 느끼면서 마라톤을 뛴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별만들기이엔티 김정은은 "'여자를 울려'를 하면서 체력에 한계를 느끼면서 마라톤을 뛴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별만들기이엔티

"액션은 하지원 씨 같이 몸매가 탄탄한 여배우만 가능할 거라 생각했는데 잘한 것 같아요. 서른 넘으면 다리 찢기도 힘들다는데 제가 다리를 쉽게 찢을지 몰랐다니까요? 하하. 액션 합도 잘 맞았고, 액션을 통해 카타르시스도 느꼈어요. 몸은 만신창이가 됐지만 속은 후련한 느낌 아시죠? 20년 연기하는 동안 제 새로운 모습을 발견해서 참 기뻤답니다."

비슷한 시기에 방영된 '앵그리맘' 김희선이 보여준 액션 연기를 언급하자 김정은은 "액션 합을 맞추는 건 김희선 씨보다 내가 나은 것 같다"고 웃었다.

아들을 먼저 떠나 보낸 엄마의 모성애 연기에 대해선 할 말이 많은 듯했다.

"모성애 연기는 많은 걸 내려놔야 했어요. 제가 신인도 아니고 이제 와서 무언가를 포기하고 연기를 한다는 게 힘들었습니다. 진짜 엄마가 아니니까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었고요. 고민하던 찰나, 감독님이 '걱정 마라, 네 뒤엔 엄마들이 있다'고 해주셨는데, 이 한마디에 큰 용기를 얻었어요. 추한 모습을 보이면서 난리를 치더라도 '그래, 나는 나보다 자식이 먼저인 엄마다'고 몇백 번 되뇌었죠."

가장 힘들었던 장면은 아들의 죽음에 연인 진우(송창의)의 아들 윤서(한종영)가 연관돼 있었다는 걸 알았을 때다. 덕인은 진우와 윤서에게 "내 아들 살려내라"고 울부짖는다. 사실 이 장면은 극 초반 비슷하게 나온 바 있다.

김정은은 당시를 떠올리며 "너무 힘들어서 촬영 시간이 오는 것조차 싫었다"면서 "도살장에 끌려가는 돼지처럼 촬영에 임했다"고 설명했다.

"힘이 쭉 빠졌어요. 부자가 무릎을 꿇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고, 저한테 모든 게 주어진 듯했어요. 그 신을 통해 감정의 끝을 봤답니다. '애 때문에 아무것도 못 한다'는 엄마들의 말을 이해하고, 그걸 넘어선 느낌이었어요. 엄마로서 느낄 수 있는 최대치의 극한 감정을 맛봤습니다. '엄마는 정말 현명하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고요(웃음)."

김정은은 "'여자를 울려'를 하면서 체력에 한계를 느끼면서 마라톤을 뛴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별만들기이엔티 김정은은 "'여자를 울려'를 하면서 체력에 한계를 느끼면서 마라톤을 뛴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별만들기이엔티

드라마는 시간이 갈수록 억지 설정과 주인공들의 '급해피엔딩'으로 비판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김정은은 잠시 고민한 뒤 "보시는 분들이 불편하셨다면 죄송합니다"라고 '급사과'해 웃음을 자아냈다.

"문제가 있으면 인정하고, 반성하는 게 맞아요. 이번 드라마는 완급 조절과 캐릭터와 관련된 사건들이 등장하는 타이밍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주말극을 어떻게 만들어야 사람들이 편하고, 즐겁게 보느냐의 문제는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 화두입니다. 그래도 주말극은 미니시리즈처럼 찍을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는 점에서 만족해요."

진우와의 결혼과 관련해선 "마지막회에서 덕인인 '난 아직도 용서를 하고 있다'고 말하는데 이런 표현을 처음 접했다. 용서는 덕인이라는 여자가 평생 감내해야 할 문제인 것 같다. 자식이 죽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평생 죄책감을 느낀다는 엄마라는 점에서 완벽한 해피엔딩은 아닌 듯하다"고 설명했다.

김정은은 휩쓸리기 쉬운 연예계에서 20년 동안 배우라는 한 길을 걸었다. 더할 나위 없이 잘 나갈 때도 있었지만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런데도 긴 세월 동안 꾸준히 롱런하는 여배우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비결을 물었더니 "살아남으려고 버텼다"는 모범생 답변이 나왔다.

"자리를 지키면서 버틴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특히 가진 걸 버리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도망가고 싶을 때도 잦았고, 이번 드라마를 앞뒀을 때는 보는 눈이 워낙 많아 떨리고 무서웠어요. 그런데도 흔들리지 않았던 비결은 '솔직함'이에요. 제 한계를 알기 때문에 '묵은 때'를 버리고 최대한 솔직하게 다가가려고 했어요."

김정은은 또 "내 민낯을 스스럼없이 보여줄 수 있게끔 준비해준 제작진, 동료들에게 고맙다"며 "나도 모르는 내 모습을 발견한 계기였다"고 강조했다.

드라마 중반 김정은은 실제 열애설의 주인공이 됐다. 열애를 반강제적으로 인정했다는 그는 "'금요일마다 남자친구의 집에서 심야 데이트를 즐겼다'는 기사 문구를 보고 창피했다"면서 "스태프들이 '금요일에 또 데이트해?'라고 놀리기도 했다"고 미소지었다.

결혼 계획을 물었더니 김정은은 쑥스러운 듯, 얼굴이 붉어진 채 소곤소곤 얘기했다. "드라마를 하면서 정신적으로 힘들었는데 사랑하는 사람과 가족들 덕분에 힘과 위로를 얻었어요. 등 뒤에서 산처럼 든든히 절 보는 '내 편' 같은 존재예요. 결혼도 그런 거겠죠? 흐흐. 하고 싶긴 한데 구체적인 계획이 생기면 말씀드릴게요(웃음)."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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