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특수활동비 시비, 또 시작된 야당의 법안 끼워넣기?


입력 2015.09.01 09:48 수정 2015.09.01 09:51        문대현 기자

<기자수첩>특수활동비 두고 8월 임시회 파행, 민생 위한 길 아님을 알아야

조원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와 이춘석 새정치민주연합 원내수석부대표, 안민석 예결위 새정치민주연합 간사가 31일 오훅 국회 예결위 소위회의실에서 특수활동비 논란과 관련한 협상을 위해 비공개 회의를 기다리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조원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와 이춘석 새정치민주연합 원내수석부대표, 안민석 예결위 새정치민주연합 간사가 31일 오훅 국회 예결위 소위회의실에서 특수활동비 논란과 관련한 협상을 위해 비공개 회의를 기다리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야당의 제안으로 열린 8월 임시국회가 또 다시 빈손으로 막을 내렸다. 기존 논의 대상이 아니었던 특수활동비 개선 소위원회 설치를 야당이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협상 때마다 이른바 '끼워넣기 법안'으로 잇속을 챙기는 야당의 모습이 구태해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8일 예정됐던 본회의가 새정치민주연합의 보이콧으로 무산됐다. 야당은 27일 정책조정회의에서 특수활동비 문제를 꺼내들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당시 회의에서 "정부가 특수활동비로 사용하는 금액이 8000억원이 넘고 국회 역시 90억원에 가까운 특수활동비를 사용하고 있다"며 "이번 국회에서 반드시 국민세금을 허공에 날리는 특수활동비를 분명하게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당초 8월 임시회의 주요 안건은 2014회계연도 결산안 처리와 이기택 대법관 후보자 인준,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활동시한 연장의 건 등으로 특수활동비 문제는 없었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은 세수 부족을 문제로 예산결산특위 내에 특수활동비 개선 소위 설치를 들고 '본회의 보이콧'을 들고 나온 것이다.

특수활동비는 국회를 포함해 국가정보원, 검·경찰, 국방부 등 정부 각 부처에서 지원받아 사용하며 그 중에서도 특히 국정원이 정보활동을 구실로 대부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특수활동비는 어디에 썼는지 보고할 필요가 없고 영수증을 제출하지 않아도 돼 일부 정치인들의 쌈짓돈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신계륜 의원이다. 이들은 각각 여당 원내대표와 국회 상임위원장 시절 받은 특수활동비를 생활비와 아들 유학비로 썼다. 야당은 이와 함께 최근 국정원의 해킹 프로그램 사용 의혹과 관련해 예산을 감시감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유로 이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이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야당의 제안에 새누리당은 '무책임한 국정 발목잡기'라고 맞대응했다. 여당은 야당의 주장이 국정원과 한명숙 전 총리에게 실형을 선고한 대법관의 특수활동비를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예산결산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성태 의원은 "특수활동비 대부분은 국정원 예산으로, 국정원은 인건비와 업무추진비 등 모든 예산이 특수활동비로 편성된다"며 "전 세계 어느 국가도 국가정보기관의 예산을 특수활동비로 잡지 않은 곳이 없다"고 반발했다.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도 "한 전 총리 판결을 특수활동비를 통해 화풀이하는 건 맞지 않다"며 "특수활동비로 발목을 잡아 결산을 처리하지 않겠다는 것을 과연 국민이 어찌 생각하겠느냐"고 거듭 주장했다.

8월 국회 허송세월 날린 야당, 선진화법 이용 법안 끼워넣기 시도 잦아

예산 결산안과 관련해 특수활동비 사용 내역을 투명하게 하자는 야당의 주장이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를 빌미로 본회의를 보이콧했다는 점에 있다. 2014년도 결산안 처리와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의 법정 처리 시한을 넘겨 1일 시작하는 정기국회로 미뤄지게 됐다.

야당은 본인들이 민생을 이유로 8월 임시회를 소집했음에도 불구하고 의사 일정을 거부했고, 정기국회를 앞둔 마지막 임시회는 결국 서민을 위한 임대주택 태용을 담은 이른바 '뉴스테이 3법'을 포함한 12개의 법안 처리와 박기춘 의원 체포동의안 통과라는 초라한 결과만을 남기고 막을 내리게 된 것이다.

매년 9월 열리는 정기국회에선 여야가 국정 감사와 예산안 처리를 두고 극심한 진통을 겪는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 쟁점과 계류 법안을 해결하지 못했다는 것은 향후에도 각종 법안 처리가 늦어질 수 있음을 예고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야당은 이제껏 여야 합의 없이는 법안을 통과시키기 어려운 국회선진화법을 이용해 협상 때마다 자신들이 원하는 새 안을 들고 나와 국정을 가로 막았다. 지난 5월 공무원연금 개혁안 협상 당시 국회법 개정안을 연계했고, 메르스와 가뭄 사태로 인해 추가경정예산을 처리할 땐 법인세 인상 문제를 끼워넣어 국회를 공전시켰다.

이 외에도 지난 2월 경제활성화법안 처리 협상 당시 야당은 '광주 아시아문화중심도시특별법'을 끼워넣었고 4월 정부의 지방재정법 개정안 처리 요구에 이와 무관한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함께 묶기도 했다. 이 쯤되면 야당의 상습적인 행태라고 볼 수 있다.

새누리당은 이에 대해 국회선진화법을 고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무성 대표는 31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나라가 망한다면 국회선진화법 때문이다. 우리가 잘못 만든 법이니 우리 스스로 고쳐야 한다"라고 했다고 전해졌다.

서청원 최고위원도 이날 공개 발언에서 "국회 파행의 가장 주범은 선진화법"이라며 "이 문제를 19대 국회에서 해결해야 20대에 누가 집권하더라도 국회가 원만히 돌아가도록 하는 장치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내년 총선 전 국회선진화법에 대한 논의가 다시 한 번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점쳐진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무엇보다 정치권에 시급한 것은 국정감사와 예산안 처리다. 또한 노동개혁을 비롯한 4대 개혁 문제와 각종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도 늦출 수 없다. 서민과 함께하고 민생을 챙긴다는 야당의 국정 발목잡기는 옳지 않다. 결국 자당의 잇속 챙기기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국민을 대신해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 회의를 여는 곳이 국회이고 그것이 국회의원의 핵심 업무인데 가당치 않은 이유로 회의가 열리지 않는 것은 정당하지 못한 일이다. 유권자들이 두 눈 크게 뜨고 지켜보고 있다. 야당은 당명을 바꾸고 상징색을 바꾸는 것이 혁신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문대현 기자 (eggod6112@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문대현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