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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베테랑' 쌍천만 가능했던 이유


입력 2015.09.02 10:09 수정 2015.09.02 10:14        부수정 기자

한 시즌 두 한국영화 1000만 클럽 입성 '최초'

개봉 시기 결정적 효과…대형 배급사도 한몫

영화 '암살'과 '베테랑'이 천만 관객을 돌파해 '쌍천만 영화 시대'를 열었다.ⓒ쇼박스·CJ엔터테인먼트 영화 '암살'과 '베테랑'이 천만 관객을 돌파해 '쌍천만 영화 시대'를 열었다.ⓒ쇼박스·CJ엔터테인먼트

'쌍천만 영화' 시대가 활짝 열렸다.

지난달 15일 최동훈 감독의 '암살'이 천만 관객을 돌파한 데 이어 류승완 감독의 액션물 '베테랑'이 같은 달 25일 천만 관객을 돌파한 것. '베테랑'은 한국 영화로는 열 세번째 천만 영화가 됐다.

류승완 감독은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를 통해 "관객들에게 감사드린다"며 "'베테랑'을 만든 모든 배우와 스태프에게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국제시장'에 이어 다시 천만 배우에 등극한 황정민은 "'베테랑'을 정말 즐겁게 촬영했는데 결과가 좋아서 감사하다"고 했고, 유아인은 "전국민적인 공분을 살만한 조태오를 연기하면서 내 불안을 씻어냈다"며 "천만이라는 숫자에 안도하거나 들뜨지 않겠다"고 말했다.

'베테랑'의 강점은 통쾌한 액션이다. 영화는 안하무인 재벌 3세를 쫓는 베테랑 광역수사대의 활약을 그리는 과정에서 현실에서 없을 법한 판타지적인 형사 서도철을 만들어냈다. 서도철은 나쁜 짓을 일삼고, 반성의 기미 없는 재벌을 맨주먹과 발길질로 때려눕힌다.

서도철에겐 달콤한 말도 통하지 않는다. '죄짓는 나쁜 놈'들을 향해 날을 세우며 앞만 보고 달려간다. 부정부패, 각종 비리가 만연한 우리 사회에서는 보기 힘든 형사다. 현실에서 늑장 대응을 일삼는 경찰들을 본 관객들은 영화를 통해 시원한 통쾌함을 느낀다.

류 감독 역시 이 부분에 공감했다. 그는 "우리가 응원할 수 있는 친근한 대상들이 빚어내는 웃음과 공분을 일으키는 악인들의 행동이 공감과 분노를 동시에 자아낸 것 같다. 최근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은 사건들을 연상시킬 수 있는 부분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영화 속 이야기가 가상이 아닌 세상 어디에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관객들이 생각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악인을 처벌하는 통쾌함은 '암살'에서도 느낄 수 있다. 안옥윤을 내세운 독립군들은 목숨을 걸고 친일파를 처단해 광복 70주년을 맞은 2015년 오늘을 사는 국민에게 묵직한 감동을 선사했다.

'암살'을 짜릿한 감동을 받은 관객들은 곧바로 '베테랑'을 통해 또 다른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린 셈이라고 영화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영화 '암살'과 '베테랑'이 천만 관객을 돌파해 '쌍천만 영화 시대'를 열었다.ⓒ쇼박스·CJ엔터테인먼트 영화 '암살'과 '베테랑'이 천만 관객을 돌파해 '쌍천만 영화 시대'를 열었다.ⓒ쇼박스·CJ엔터테인먼트

한 시즌 두 편의 한국 영화가 천만 클럽에 입성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 '천만 영화'는 영화인들에겐 꿈이다. 아무리 작품성이 뛰어나도 개봉 시기, 배급사 등 여러 조건이 잘 맞아 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암살'은 워낙 대작이고 전지현 이정재 하정우 등 톱스타들의 출연작이라 천만 관객 돌파는 예상됐으나, '베테랑'을 천만 영화라고 전망하는 이들은 별로 없었다.

'베테랑'은 개봉 시기 덕을 톡톡히 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4월 개봉 예정이었던 '베테랑'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벤져스2'에 밀려 개봉을 여름으로 미뤄야 했다. 여기서 대박이 터진 것이다.

'암살'이 흥행 행진을 이어가는 도중에, '미션 임파서블5', '협녀, 칼의 기억', '뷰티 인사이드' 등 기대작들이 속속 개봉했으나 재미를 본 건 '미션 임파서블5' 한 편이다.

'뷰티 인사이드'와 '협녀, 칼의 기억'이 예상 밖 저조한 흥행을 거둔 상황에서 '베테랑'의 경쟁작은 사실상 '암살'뿐이다. 이미 천만을 돌파한 '암살'을 본 관객들이 자연스레 '베테랑'으로 넘어갔다는 분석이다.

박호선 영화 평론가는 "'베테랑'은 개봉 운이 좋았다"면서 "막강한 경쟁작이 없어서 '암살'과 함께 재미를 봤다"고 설명했다. 박 평론가는 이어 "배우들의 연기도 뛰어나고 영화적 재미도 있다"면서 "대형 배급사의 파급력도 한몫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암살', '베테랑' 말고 볼 영화가 없다는 볼 멘 소리도 나오고 있다. 아무리 잘 만들어도 중소 배급사가 맡은 영화는 스크린에서 보기 힘든 실정이라는 얘기다.

지난 1주일간 살펴본 전국 영화관의 스크린 점유율도 '베테랑'이 17%대로 가장 높고, '뷰티 인사이드'가 11%, '암살'이 10%로 뒤를 잇는다. 다른 영화의 점유율은 5% 내외다.

이에 대해 박 평론가는 "'암살'과 '베테랑'이 스크린 수를 장악해 중소 규모의 괜찮은 영화가 빛을 못 본 건 아쉽다"고 지적했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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