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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성장 중국발 크루즈, 언제까지 어디까지 지속될까?


입력 2015.08.30 12:05 수정 2015.08.30 12:07        이소희 기자

빠른 성장세, 국적선사 출범 등 당분간은 순항…제도개선과 공동윈-윈 전략이 관건

지난 27일 인천시 연수구 송도신항에서 동북아 지역 최대 규모의 크루즈인 '퀀텀 오브 더 시즈'호에서 내린 중국 관광객들이 관광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7일 인천시 연수구 송도신항에서 동북아 지역 최대 규모의 크루즈인 '퀀텀 오브 더 시즈'호에서 내린 중국 관광객들이 관광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발 크루즈 산업의 폭풍성장 여세가 급물살을 탔다.

물론 우리가 생각하는 수준의 퀄리티 있는 크루즈(Cruise) 관광은 아니지만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관광과 쇼핑을 즐길 수 있는 현실형 크루즈 상품 덕에 수적 면에서는 지난 3년간 가파른 신장세를 기록하면서 업계의 신흥시장이자 강자로 떠올랐다.

중국 측 선사관계자 말에 의하면, 최근 중국의 리커창 총리가 공식적으로 크루즈 산업을 주요 전략사업으로 지정해 업계에서는 청신호로 받아들이고 크루즈 선박 증설 계획을 잡고 있고, 중국 관광객들에게도 중국 정부의 이러한 육성책이 빠르게 전파돼 관광시장 파급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 중국은 현재 전체 해외관광객 1억 명 시대를 맞고 있는데 비해 크루즈 관광객은 이제 막 100만 명 시대를 여는 길목이지만 성장속도의 기세로 보면 그만큼 확대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중국발 수요가 늘다보니 아시아권의 크루즈 산업도 발이 빨라졌다. 이번 26일부터 28일까지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3회 제주국제크루즈포럼’에서도 이 같은 인식에서 공감해 ‘아시아 크루즈 관광과 공동번영’이라는 주제로 산업의 지속성장에 대한 공동협력에 머리를 맞대고 모색전을 펼쳤다.

이미 크루즈산업은 메가트랜드로 진행되고 있고, 향후 10년 이상은 장기 지속될 것이라는 미래가치가 성장 동력으로 읽혀지면서 국제적인 관심사로 기대수치를 높이고 있다.

포럼에서는 아시아 크루즈 관광객이 2011년 150만 명, 지난해 190만 명에서 오는 2017년에는 370만 명, 2020년에는 700만 명의 성장 예상치를 내놓았다.

그 중에서도 아시아권에서 지리적 강점과 한류를 내세운 우리나라 천혜의 관광지 제주가 으뜸 기항지로 손꼽히며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번 국내 메르스 사태로 10배 이상의 성장곡선에 일시적 주춤세를 탔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기항지로 인기를 구가하면서 국내 인천, 부산, 여수, 속초 등 여타 기항지의 견인차 역할을 주도하는 모양새다.

국내에서도 이런 점을 감안해 인프라 확충과 산업 연계, 관련 육성정책, 수정보완책을 강구하는 등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많은 개선과제도 남겼다.

◆고객이 원한다면…인프라·제도개선·인센티브 풀고 있지만 역부족?


제3회 제주국제크루즈포럼이 26일 신라호텔 제주에서 개막한 가운데 크루즈 관광 활성화 등을 논의하는 해양관광 국제세미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제3회 제주국제크루즈포럼이 26일 신라호텔 제주에서 개막한 가운데 크루즈 관광 활성화 등을 논의하는 해양관광 국제세미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굴뚝 없는 고부가치 산업으로 꼽히는 관광산업 중에서도 높은 성장률과 일자리 창출 면에서 국내 산업 방향과 합치하는 크루즈 산업에 활성화에 정부가 공을 들이고 있다.

정부는 올해 초에 크루즈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현재 3개 항만 3선석인 크루즈 전용부두를 2020년까지 8개 항만 13선석으로 확충하고 크루즈선 대형화 추세에 맞춰 부두접안 능력도 확대하겠다고 공언했다.

또 지난달 28일 제주항 국제여객터미널을 서둘러 준공하는 등 크루즈 관광객을 위한 기반·편의시설 확충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상대적으로 발이 묶인 산업화 정책들을 챙겨 경제성장의 추진판으로 삼아 성과를 내겠다는 각오다.

크루즈 인프라 구축을 비롯한 국내 기항지 활용 인센티브, 관광상륙허가제 도입으로 72시간 무비자 입국, 출입국 심사시스템 개선 등 각종 제도를 쏟아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는 가장 큰 고객인 중국 크루즈 관광객들은 불만의 목소리가 작지 않다. 특히 몰려드는 관광객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선석과 기항지 하선 때 지루할 정도의 출국시스템, 국내 기항지별 모객과 자유 입·출항 등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다.

이번 제주 포럼에 참여한 중국 국적 크루즈 가운데 큰 규모인 스카이씨(SkySea)선사의 상해지역 책임을 맡고 있는 Tian Carl부대표와 이탈리아 코스타 크로시에레(Costa Crociere S.P.A)선사의 중국 측 마켓을 담당하고 있는 Helen Huang씨도 이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이들은 “한국의 메르스 사태 때 최대의 수혜자가 일본인데, 일본 기항 당시 느꼈던 점은 통관 절차가 속도가 굉장히 빨랐다”면서 “한국은 CIQ(세관·출입국심사·검역 검사) 부분이 너무 느리고 특히 절차 중 사진 찍는 속도가 불쾌감이 있을 정도”라면서 개선을 주문했다.

인프라 측면에서도 중국 뿐 아니라 국제적 추세에 맞게 확충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또 이번 포럼에서 한국 정부의 입장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는 충분히 소통했고 감안하겠다면서, 향후 여수와 속초 등도 기항지로 고려하겠다고 덧붙였다.

구조적인 문제도 장기적 관점에서는 풀어야할 숙제다. 저가 상품으로 인한 쇼핑 관광 위주로 다시 한국을 찾겠다는 관광객이 줄고 있다는 데이터가 심각성을 보여준다.

물론 현재는 이들 관광객들이 국내에서 소비하는 금액이 1인당 117만 원으로 계측되면서 수적 증가에 의한 낙관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2020년에 정부 목표대로 300만 명의 크루즈 관광객이 한국을 찾는다면 3조 원 이상의 경제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렇듯 관련 산업이 조금씩 커지는 탓에 중국의존도가 커지면서 작은 움직임에도 큰 울림이 있는 만큼 장밋빛 청사진 이면에서는 경우의 수를 고려한 대비책이나 산업다각화도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조금씩 새어나오고 있다.

◆대한민국발 크루즈 관광은…국적선사 출범·선상 카지노 도입 관건

유기준 해수부 장관이 연내 국적 선사 1개 이상 출범을 발표하면서 국적 크루즈선 준비가 가시화 돼가고 있다.

지난 2012년 최초의 국적 크루즈선 클럽하모니호(2만6000톤)가 취항해 부산과 일본을 오가는 상품을 팔았지만 모객 부진과 정보 부재로 인한 한계상황에 부딪히면서 2013년 폐업해 현재 국적선은 1척도 없는 상태다.

국적 선사 출범은 민간 영역이긴 하지만 한국 크루즈산업과 모항의 발전을 위한 중장기 발전전략으로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정부나 업계의 주장이다.

외국 크루즈의 기항 증가에도 국내 크루즈산업은 아직 초기단계로, 국적 크루즈선 육성을 위해서는 풀어야 할 문제가 많다. 선박 구입자금에 대한 정책기금 융자, 세액 감면 등과 선내 카지노 영업 허용이 대표적인 부분이다.

때문에 정부도 관계부처와 협의해 관광진흥개발기금 융자와 산은·수은 등 크루즈선 매입자금 지원, 크루즈선 운송사업에 대한 톤세제 적용 등 크루즈 국적선사에 대한 금융·세제 지원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이 상하이·칭다오·텐진 등 중국의 주요 기항지와 가깝고 한·중·일 크루즈항로의 중심에 있는 지리적 이점을 살려 국적선을 띄우면, 충분한 모객과 함께 아시아권역에서 수요와 공급을 함께 주도하면서 성장을 견인할 수 있겠다는 게 국적선 출범시키려는 이유다.

이런 측면에서 국적선사에 가장 적극적인 참여의사를 밝히고 있는 팬스타의 크루즈사업팀 최재형 이사는 정부의 목표에 부합해 우선 9월 중으로 법인 설립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최 이사는 “초기 투입자금이 선박도입에 2000억 원 이상과 운영자금을 포함하면 3000억 원 가까이 든다”면서 “국적선사 출범은 의지만으로는 힘들고, 정부 차원에서 선박 매입자금에 대한 금융지원과 이자율 감면 등에 따라 현실화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 이사는 금융지원을 전제로 한 7만톤 급 선박 도입을 고려중이며, 당장 선박 구매가 어려우면 법인에 설립되고 나서 실험적으로 기존의 크루즈선을 빌려 운행해보겠다는 계획도 덧붙였다.

그만큼 국내아 중국시장에서 크루즈선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예측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또 크루즈 전체 매출의 15~20% 이상을 차지하는 카지노 도입 논란도 뜨겁다. 최근 유기준 해수부 장관이 한차례 크루즈산업 육성을 위해 선상카지노에 내국인 출입을 허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논란된 바 있다.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필요하다는 찬성론과 함께 사행심을 부추기고 강원랜드 카지노 운영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업계에서는 크루즈 국적선사 육성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크루즈선 특성상 인원과 시간이 제한적으로 중독자 양산은 기우라는 견해와 함께 내국인 역차별론도 거론된다.

최 이사 역시 “부산에서 우리 배를 타면 카지노가 안 되고, 외국 배를 타면 된다고 한다면 불합리하다고 생각한다”며 “크루즈 산업적 측면에서도 상대적으로 (외국 선박에 비해)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언급했다.

문제는 국적선사 허가와 추진은 해수부가 총괄하고 있지만 내국인 선상 카지노 허가는 주무 부처가 문화체육관광부로 반대 의견을 피력하고 있어 부처별 이견이 좁혀지고 있지않다는 데 있다. 해수부는 주무부처인 문제부와 우선 협의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이번 포럼을 주재한 김의근 조직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7만톤 기준으로 국적선사가 하나만 설립되더라도 한 2000명 이상의 고용이 창출되고, 다양한 연관 상품들, 다양한 서비스 산업들이 부대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카지노 도입에 따른 부대효과를 전하기도 했다.

◆크루즈 산업의 진화…속도·연계·연속성 3박자가 필요해


지난달 29일 미국 국적의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11만5000875t)가 부산항 영도 국제크루즈터미널에 입항하고 있다. 메르스 종선 선언 이후 부산에 크루즈선이 입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미국 국적의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11만5000875t)가 부산항 영도 국제크루즈터미널에 입항하고 있다. 메르스 종선 선언 이후 부산에 크루즈선이 입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합뉴스

배 들어올 때 노를 저으라했다. 노를 젓지도 않으면서 다가올 파고와 풍랑만을 생각해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것은 기우다.

관건은 어디까지 어느 속도로 저을 것인가에 대한 좀 더 주도면밀한 예측과 발 빠른 정보력, 노를 젓는 사람들의 협심이 좌우되는 상황에서 이번 제주국제크루즈포럼은 아시아 공동번영이라는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아직은 우리나라에 들르는 크루즈 관광객 대다수가 중국인이다. 정부는 앞으로 일본과 동남아는 물론 미주나 유럽에서도 관광객이 찾아오도록 유인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중국은 물론 러시아, 일본의 주요 관광지 상품과 환동해권 신크루즈 항로를 계획하고 있으며 모처럼 이끌어낸 남북 간의 민간교류 협력 합의라는 훈풍을 탄 ‘남북을 잇는 평화크루즈’도 제안, 검토하는 등 다각적인 한국형 크루즈 관광모델 개발에 주력할 태세다.

또 연내 제주에 이어 부산·인천·제주·속초·여수를 권역별 모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 항공과 쇼핑, 관광을 연계한 크루즈 관광 산업을 단계별로 추진키로 했다.

여기에 크루즈 수리업과 크루즈선 건조 기술개발을 위한 R&D(연구·개발) 육성도 계획하고 있다.

포럼 진행 중 만난 중국 측 관계자도 “한국이 선박업계에서는 최고 수준이라고 알고 있는데, 왜 (크루즈)선박 제조와 인테리어는 하지 않고 있느냐”며 상당히 궁금해 했다. 이에 “아직 초기단계니 곧 가능할 것”이라고 애둘러 응수했다.

결국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라, 국내를 다녀간 관광객의 평가와 좋은 융·복합 프로그램, 다양하고 편리한 서비스가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하는 3박자로, 크루즈 산업의 성패는 발빠른 속도전과 긴장감 있는 상황전략에 달려있다.

이소희 기자 (aswit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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