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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대표가 전문적 지식있는 전문가? 누구 얘기?


입력 2015.08.29 10:09 수정 2015.08.29 10:09        데스크 (desk@dailian.co.kr)

<자유경제스쿨>내가 직접 안뽑은 비례대표, 자유 선택 권리 빼앗겨

국회의원을 상징하는 금배지.ⓒ데일리안 국회의원을 상징하는 금배지.ⓒ데일리안

현재 19대 국회의원은 300명이고 그 가운데 지역구를 대표하지 않는 비례대표는 54명이다. 비례대표 국회의원 본래의 취지는 전문적 지식을 가진 전문가들을 충원하여 국회의 전문성을 높이고,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고 직능을 대표하는 이들을 선발하여 국회의 국민적 대표성을 높이고자 함이었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비례대표 국회의원 제도가 본래의 효과를 냈는지는 의심스럽다. 본래의 효과도 내지 못했고 또 부작용이 커서 이쯤해서 비례대표제도 자체의 정당성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비례대표 국회의원은 1인 2표제에 의한 정당 투표율에 근거하여 비례로 선출된다. 하지만 유권자가 자신이 직접 찍은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아니라 정당이 만든 리스트의 인사들 가운데서 선출되는 것이므로 첫째, 국민의 자유로운 선택을 방해하며, 둘째, 국민의 자유로운 선택이 아니므로 인지성(identifiability)과 책임성(responsibility)에서 커다란 문제가 발생한다.

때문에 우리나라의 비례대표 국회의원은 누구를 대표하는지 불분명하고 그에 따른 책임성도 명확하지 않다. 실제로 자신을 뽑아준 이는 정당의 실력자이므로 국민에게 책임을 지지 않고 당의 실력자에게 잘 보이면 되는 모순을 낳게 된다. 반면 스웨덴에서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운용하지만 투표자가 선호하는 정치인을 표기함으로써 국민이 공천과 당선에 모두 직접 관여하게 된다. 따라서 우리의 비례대표 제도와 달리 국민의 자유로운 선택과 인지성, 그리고 책임성이 모두 확보되는 비례대표 제도다.

이러한 비례대표 국회의원에 대한 문제는 여·야를 넘어 많은 국회의원들이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비례대표 확대에 대하여 “정치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며 “비례대표가 원래의 취지대로 운영되지 않아 왔다”고 종합적인 평가를 했다. 새정치연합의 조경태 의원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비례대표제는 한국 정치사에서 공천장사, 계파정치의 수단이자 도구로 활용돼 온 것이 사실이다. 공천헌금을 내고 당선된 후보들이 국회에 입성한 사례는 거론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고 하며, “비례대표 의원들은 자신에게 직을 준 당 지도부와 공천권을 행사한 의원들에게 소신 있는 정치행위와 발언을 하기는 어렵다...지금의 비례대표는 지역구 출마의 발판으로 악용되고 있는 등, 전문성·직능 대표성 등 비례대표 고유의 의미가 퇴색된 지 오래다”고 날카로운 비판을 가했다.

구체적으로 분석해 보자.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서의 자질이나 활동을 문제 삼는 것은 아니지만, 대표성 그 자체로만 본다면 이자스민 의원이 있어야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외국인 신부들이 대변되고 이에리사 의원이 있어야 체육계가 대변되는 것인지 심히 의문이다. 비례대표 전문가 등용도 그렇다. IT분야 또는 의료분야, 경제분야 등에서의 전문가를 등용한다는 것인데 행정부도 아니고 입법부의 국회의원은 입법 활동에 고도의 전문지식이 필요한 것은 아니며 전문성보다는 국민의 상식 수준에서의 판단과 현명한 결정을 기대해야 한다.

최신의 전문지식이 필요하다면 미국 의회처럼 청문회에 불러 전문적 의견을 들으면 된다. 굳이 국회의원이 전문가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또 NGO나 시민단체 활동가의 충원으로 대표성의 문제를 보완할 수 있지만, 시민사회 단체는 공동체 전체를 위한 곳이지 특정 활동가를 위한 곳이 아니므로 국민의 직접 투표에 의해 뽑히는 지역구 대표가 대표해도 충분하다. 그리고 훨씬 민주적이다.

나아가 선거관리위원회가 권고한 바와 같이 전문가와 직능 대표 국회의원이 지역구 국회의원의 2분의 1이 되어야 한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선관위가 추천한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의원의 분배 방식은 300명 국회의원에 맞춘 지극히 자의적인 발상으로 보인다. 또 독일식 제도라면 그대로 좋다고 받아들이는 근거 없는 무비판적 조언이다.

또 새정치연합의 혁신위원회가 주장한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의원수의 증원만 가져올 뿐이지 지역주의 투표를 극복하는 확실한 방법이라고 단언하기 힘들다. 도리어 실제로는 지역주의를 인정하고 고착화시키며 지역주의 투표를 강화시킬 수 있는 제도이다. 왜냐하면 선거 승리와 집권을 위해 지역에 근거한 자신의 당에 확실한 100% 지지를 호소할 때 지역주의 투표는 강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 선거제도에서의 사표(死票)를 없앤다는 주장은 국민의 의사 표시 방식을 무시하는 주장이다. 예를 들어 지역주민이 상대방 후보에게 49% 지지 투표를 했다면 51%의 지지로 당선된 의원으로 하여금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49% 유권자의 뜻을 겸허히 새기고 그들의 마음에 드는 정책을 개발해야 하겠다고 생각하게 하는 투표 결과이다. 즉, 당선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쓸모없는 사표가 발생한 것으로 이해한다면, 100% 지지에 의한 당선만이 좋은 선거이고 사표를 만들지 않는 좋은 민주주의라는 말인가? 백

번 양보하여 100% 모두 표가 쓰이는 것이 중요할지라도 그것이 정당 추천의 권역별 비례대표일 이유는 없다. 지금의 권역별 비례대표라면 지역에서 권력자에 줄을 잘 댄 인물이 비례대표로 리스트에 올려질 터인데, 그렇다면 그것은 국민에 의하여 선출되는 국민을 대표하는 국민을 위한 국회의원이 아니라 정당의 권력자에 의해 선발되는 정당 권력자를 위한 비례대표 국회의원일 뿐이다.

현행 정당 추천에 의한 전국구 비례대표든 권역별 비례대표든 비례대표의 핵심적 문제점은 비례대표 의원들이 보이고 있는 좌파 이념적 편향성이다. 모두는 아니지만 새정치연합 비례대표 초선들이 특히 좌파 이념으로 편향이 되어 있다는 것, 그리고 반(反)시장 지향적 투표성향을 보인다는 것은 이미 자유경제원 권혁철 소장의 연구에 의하여 밝혀진 바 있다. 또 다시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출 방식의 존재 정당성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따라서 국민의 직접적인 선택에 의하지 않은 비례대표를 늘리기보다는 그 인원으로 상원(上院)을 만들 것을 제안한다. 현재의 단원제만으로도 국회의 입법독재 현상이 지나치게 심하고 입법에 걸리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상원은 지역비례로 뽑아 지역을 대표하게 하고, 하원은 인구비례로 뽑아 국가적 사안에 보다 더 집중하게 하자는 방안이다. 상원이 지역을 대표하게 되므로 권역별 비례대표가 목적하는 지역주의 극복에도 적합하다.

독일이나 미국처럼 순수하게 지역의 시각에서 법안을 심사하게 하며 상원과 하원에서 두 번 법안을 심사하여 법안의 완성도를 높이고 포퓰리즘 입법을 저지하는 효과도 예상할 수 있다. 하원(下院)이 국가적 시각에서 지역 합리성보다는 국가 차원의 정책 합리성에 근거하여 법안과 정책을 다룬다면 충실한 법안 심사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정치 선진국이든 경제 선진국이든 선진국 가운데 양원제가 아닌 나라는 없다. 3억 1천 600만 명의 미국 인구로 상원이 100명이니, 5천 100만 명의 우리나라 인구 정도면 54명이나 그 이하로도 충분하다. 민주주의의 견제와 균형이라는 측면에서 양원제가 필요하지만 헌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므로 천천히 공론화해도 된다.

새누리당이 주장하고 있는 오픈프라이머리(최근 국민경선이라고 용어를 바꿈)는 유권자가 공직에 출마하는 사람을 선택하는 권리인 공천권을 행사한다는 의미에서 자유주의 원칙에 가깝다. 특히 국민이 자유로이 공직 출마자를 선택하게 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따라서 정당이 가진 공천권을 국민에 돌려준다는 오픈프라이머리를 국회의원 정수 문제와 관련된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도입과 빅딜할 사안은 아니다. 하지만 오픈프라이머리는 실시에 필요한 기간이 적어도 1년이 필요한 만큼 시기적으로 적절한지 의문이다. 또 오픈프라이머리에 국민적 관심이 적으면 조직이 좌우하는 선거가 될 것이고, 조직선거는 결국 ‘돈 선거’가 되는 단점이 있다. 오픈프라이머리가 ‘돈 예비 경선’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세련된 관리가 필요한 제도이다.

8월 말 제336회 임시국회가 끝나면 19대 국회는 바로 마지막 정기국회 100일의 대장정에 들어간다. 정기국회가 시작되면 9월~10월 국정감사로 정부를 다그치고, ‘국정’감사 취지에 맞지 않게 대기업 CEO들 불러다 야단치고 나면 바로 2016년 예산안 상임위 심사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소관 상임위원회 예산안 심사에서 후닥닥 지역구 선심성 예산을 대거 증액시켜 넘기고 나면, 11월 예결산특별위원회는 여·야 합의에 따라 정부가 가져온 예산을 적당히 빼고 늘릴 것이다. 그래도 20대 총선을 위한 선거구 조정 기싸움은 정기국회 내내 계속될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최근 여야가 300명 국회의원 정수 동결에 합의했지만 진정한 정치개혁을 위한다면 결론은 간단하다. 현행 비례대표는 국민의 직접선택에 의한 선출이 아니며, 공천 장사에 이용되거나 계파 세력 확대에 사용되는 등 원래의 취지에 맞지 않게 진행되었으므로 폐지하고 지역구 국회의원만 뽑는 것이 올바르다. 게다가 현행 54명의 비례대표 의원을 모두 없애고 국회의원 정수를 250명으로 줄인다면 국회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내놓을 만한 변변한 성과 하나 없는 제19대 국회가 국민을 위해 해야 할 마지막 봉사이자, 국민의 자유로운 선택을 중요시 하는 의미 있는 정치개혁일 것이다.

글/김인영 한림대 교수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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