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금호 채권단 소탐대실로 대우조선해양 꼴 나지 않으려면...


입력 2015.08.28 17:47 수정 2015.08.28 23:58        이강미 기자

<이강미의 재계산책>늦어질수록 기업가치 하락 우려

재무적 가치외 보이지 않는 무형의 가치 재조명돼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산업 인수가격을 놓고 채권단과 팽팽한 입장차이를 보이고 있어 그룹재건의 골든타임을 맞을 수 있을 것인지에 촉각이 쏠리고 있다. ⓒ연합뉴스 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산업 인수가격을 놓고 채권단과 팽팽한 입장차이를 보이고 있어 그룹재건의 골든타임을 맞을 수 있을 것인지에 촉각이 쏠리고 있다. ⓒ연합뉴스 외
지난 26일 오후 6시 서울 광화문 금호아시아나그룹 로비에서는 아름다운 바이올린 선율이 늦여름밤을 수놓았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매달 마지막주 수요일 진행하는 ‘문화가 있는 날-아름다운 로비음악회’다.

퇴근길에 나선 시민들은 고상지 밴드와 바이올리니스트 윤종수 씨 등이 연주하는 피아졸라의 ‘여인의 향기’ OST ‘Por una cabeza’, ‘아타키(Ataque)’ 선율에 이끌려 금호아시아나그룹 로비를 어느새 꽉 채웠고, 얼굴엔 행복한 미소가 번졌다.

이처럼 국민들의 정신적 행복지수를 높이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금호아시아나그룹(회장 박삼구)이 최근 금호산업 매각문제를 놓고 최대 난관에 봉착했다. 금호산업을 재인수하려는 박삼구 회장과 채권단이 인수가격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면서 그룹재건에 난항을 겪고 있다.

채권단은 27일 긴급회의를 열어 매각 가격을 논의했지만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미래에셋을 비롯한 채권단이 경영권프리미엄까지 얹어 당초 약 1조200억원을 제시했다가 일보후퇴해 7935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6503억원을 제시한 상태다. 이는 지난번 1차 입찰에서 호반건설이 내놓았던 가격보다 22%가, 주가의 경우 130%가 높은 가격이기 때문에 채권단으로서도 서운치 않으리란 판단에서다.

하지만 미래에셋 등 강경노선을 걷고 있는 채권단측은 투자원금 회수(주당 6만원 주장), 자회사 개별 경영권 프리미엄, 펀드 출자자에 대한 배임 가능성 등 때문에 더 이상 낮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재계 일각은 물론 채권단 내부에서조차 채권단의 셈법이 지나치다는 목소리가 높다. 가장 영향력이 큰 미래에셋 등 FI들이 눈 앞의 이익에만 급급해 기업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자칫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지난 70년간 국민의 발이 돼 주고, 마음의 양식을 풍요롭게 해 주는 등 사회적기여도가 남달랐던 한 그룹이 산산조각이 날 수도 있다는 우려감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 전철밟나= 이에 재계 일각에서는 금호산업 매각 문제가 과거 대우조선해양 사건을 되풀이하는 것 아니냐며 걱정하고 있다.

과거 가격문제로 매각이 무산됐던 대우조선해양의 몸 값이 7년 사이 10분의1 수준으로 쪼그라들고 여태껏 구조조정 한파에 휩싸여 있는 게 단적인 예다. 이처럼 대우조선해양의 매각 작업이 늦어지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채권단을 비롯한 주주들이 떠 앉게 되고 말았다.

기업 구조조정은 가급적 신속하게 추진해야 성공확률을 높일 수 있는 법이다. 금호산업은 이번 매각이 무산되면 새 주인을 찾느라 또다시 최소한 6개월은 허송세월을 해야 한다. 그사이 기업가치는 추락없는 날개처럼 곤두박칠 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어떤 결정이 최선의 선택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채권단에게 무조건 손해를 보고 팔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현재 위안화 절하 등 불안한 중국발 경제상황과 미국의 금리인상 압박 등으로 인해 국내 증시가 요동치고 있는 등 그 어느때보다 국내시장이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매각이 지지부진하거나, 시일을 늦춘다면 기업가치는 곤두박칠 것이 뻔하다.

재계 관계자는 “채권단이 몇백억원 더 챙기려다 자칫 그 타이밍을 놓쳐 매각금액이 더 떨어지고, 오히려 기업이나 채권단과 주주, 사회적으로도 모두 손해를 보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렇잖아도 금호산업은 매각 논란에 휘말려 신사업 추진은커녕 정상적인 경영활동마저 어려운 위기상황이다. 이런 기회비용 등을 감안하면 매각금액이 다소 낮더라도 제때 진정한 주인을 찾아주는 게 오히려 합리적인 결정일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금호산업 건은 단순 인수합병이 아니라 구 사주로서는 경영권을 회복하는 특수성을 지니고 있다”면서 “70년 역사를 지닌 기업이 가지고 있는 문화·사회적 가치에 상처를 입히지 않는 쪽으로 협상이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강미 산업부장 ⓒ데일리안DB 이강미 산업부장 ⓒ데일리안DB
▲메세나 등 무형의 자산가치 재평가해야= 더 나아가 재계 18위인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갖고 있는 재무적 자산가치 외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가치도 새롭게 재조명돼야 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다른 기업과는 달리 다양한 사회공헌활동 중 예술과 결합된 사회공헌활동은 펼치고 있다.

특히 박 회장은 지난 2월 제9대 한국 메세나협회장에 취임해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기업의 지원을 늘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1977년 설립한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은 대한민국 음악 영재 양성과 클래식 문화 저변 확대에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계적인 음악가로 성장한 피아니스트 손열음·김선옥,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이유라 등 수많은 연주자를 배출했다.

이는 눈에 보이진 않는 자산이지만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굉장히 중요한 자산이다. 국민들의 정서와 문화예술적 수준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 것이다.

재계에서조차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규모에 비해 메세나 지원금액이 재계 서열 중에서도 손가락안에 꼽을 정도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등 엄청난 사회적 기여를 하고 있다며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는 설령 다른 기업이 인수를 한다손쳐도 그간의 쌓아온 것 이상의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야만 가능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무형의 가치들을 소실시켜가면서 금액을 조금 더 키우는데만 급급해야 하는지는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채권단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사회적 손실을 최소화함으로써 '아름다운 기업,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강미 기자 (kmlee502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이강미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