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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관계 긴장의 최대 수혜자는 정진엽·이기택?


입력 2015.08.28 10:22 수정 2015.08.28 10:39        전형민 기자

긴장된 남북관계 속 ‘구렁이 담 넘듯’ 끝난 청문회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좌)과 이기택 대법관 후보자(우) ⓒ연합뉴스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좌)과 이기택 대법관 후보자(우) ⓒ연합뉴스

“긴장된 남북관계에서 가장 큰 수혜자는 정진엽·이기택 두 고위공직 후보자인 것 같다.”

최근 두 사람의 인사청문회를 지켜본 야권 관계자가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한 말이다.

이 대법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지난 27일 사실상 종료됨에 따라 인사청문 특별위원회는 28일 경과 보고서를 채택하고 이날 열릴 예정인 본회의에서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표결할 예정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사회적 이슈에 치우쳐 고위공직 후보자의 도덕성과 자질, 업무수행 능력 등을 심사하는 인사청문회가 본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사청문 무용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24일 인사청문회가 끝나고 일사천리로 경과보고서 채택 후 27일 취임식을 가진 정진엽 보건복지부장관의 경우 청문회를 주관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춘진 위원장이 “이번 인사청문회는 메르스 사태로 인해 국민적 관심과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다”며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청문회를 통해 무용론 논란이 제기되지 않도록 부탁한다”고 청문회 전 당부했음에도 불구하고 부실 청문회라는 오명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의사 출신인 정 장관은 청문회를 통해 검증되고 재고되었어야 할 업무수행 능력 부분에서 낙제라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청문회 경과보고서에 야당은 “정 내정자는 스스로 ‘복지에 문외한’이라고 인정했고, 평생을 정형외과 의사로 살아온 사람으로 행정경험이라고는 분당서울대병원장 5년이 전부”라면서 보건·복지 분야 행정의 수장으로서의 부적격 의견을 포함시켰다. 하지만 보건복지위는 결국 정 장관이 ‘장관직을 수행하지 못할 만큼의 결격사유는 없다’고 결론짓고 별도의 표결 절차 없이 보고서를 의결했다.

뿐만 아니라 정 장관은 모든 청문회에서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도덕성 부분에서도 자유롭지 못했다. 정 장관은 △논문 표절 △병원장 재직 당시 분당서울대병원 건강보험 부당청구 및 리베이트 △용도를 벗어난 법인카드 사용내역 등의 도덕성 흠결과 관련한 의혹이 제기 됐으나 그때마다 ‘잘 몰랐다’, ‘오해다’, ‘죄송하다’등의 발언으로 일관했다.

이에 정 장관의 청문회를 마치고 김성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장관되기 참 쉽죠잉?”이라며 한 마디로 청문회의 소감을 축약했다. 같은 당 남인순 의원도 “이번 인사청문회에 대해 회의적”이라며 “제대로 된 답변도 하지 않는 정 장관은 부적격 인물임을 반드시 넣어야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무위원의 청문회는 의원의 표결이 아닌 강제성 없는 경과보고서의 제출만 가능하고 때마침 이슈화된 남북 간의 긴장상태로 인해 ‘구렁이 담 넘어가듯’ 정 장관은 큰 잡음 없이 임명됐다.

지난 27일 청문회를 종료한 이기택 대법관 후보자도 다르지 않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이 후보자의 서울시 지하철 9호선 사업과 관련 특혜 논란이 제기된 맥쿼리인프라의 주식을 사고팔아 2억여 원이 넘는 시세 차익을 챙긴 것의 적절성 여부가 가장 먼저 도마에 올랐다.

이에 대해 서영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논란이 되는 투기자본, 특혜자본인 맥쿼리에 투자해 시세차익을 2억원 넘게 얻었다”며 “(당시) 세금 먹는 하마라고 하는 외국 투기자본에 대한민국 법관이 왜 이랬을까싶다”고 질타했고 이 후보자는 이에 대해 “몹시 후회하고 있고 송구스럽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 후보자는 고도근시로 병역이 면제된 것과 관련해서도 “근시에 대한 뚜렷한 자료가 없다고만 할 게 아니라 이럴 때는 적극적으로 찾아서 제시하는 게 후보자의 자세 아닌가 싶다”며 야당이 몰아치자 “안과 기록을 찾아서 제출하겠다”고 했다.

또한 고위직 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무이자 학자금 대출을 받아 이용한 것에 대해서도 “그때는 깊이 생각하지 못하고 단순히 대출 조건에 맞는다는 생각을 해서 대출을 했는데 지금 몹시 후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내내 불과 몇 일전 정 장관의 청문회에서 정 장관이 보였던 모습이야말로 ‘모범 답안’이라는 듯이 그대로 반복하듯 납작 엎드린 저자세로 일관했다.

청문회를 지켜본 야권 관계자는 “야당의 입장에서는 인사청문회가 필요하다. 여권에서 임명하는 공직자에 무조건적으로 동의할 수는 없지 않느냐”면서도 “이럴꺼면 인사청문회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그는 “인사청문회는 고위공직자의 자질과 적격여부를 심사하는 중요한 회의인데 국민적 관심이 없으면 어물쩍 넘어가는 3류 인사청문회를 개선해 철저한 검증과 기간 제한 없이 이뤄지는 미국식의 인사청문회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형민 기자 (verdan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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