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생방송 중 기자 2명 총격 사망...용의자는 옛 동료

용의자 범행 후 자살 시도...증오범죄로 추정돼

미국 방송기자 2명이 생방송을 진행하던 도중 해고된 전직 동료기자의 총격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YTN뉴스 화면캡처.

미국 방송기자 2명이 생방송을 진행하던 도중 해고된 전직 동료기자의 총격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AP,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26일(현지시각) 6시 45분께 미국 버지니아 베드퍼드 카운티의 브리지워터 플라자에서 지역 방송국 WDBJ의 앨린스 파커 기자(24)와 애덤 워드 카메라기자(27)가 생방송을 진행하던 중 전직 동료 기자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당시 두 명의 기자는 프랭클린 카운티의 복합 휴양시설에서 상공회의소 대표 비키 가드너와 지역 개발에 관한 인터뷰를 진행하던 중이었다.

인터뷰를 하던 중 갑자기 6~7발의 총성이 들렸고 파커가 총에 맞아 쓰러지고, 워드가 들고 있던 카메라가 바닥에 떨어져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는 등 당시 상황이 생방송으로 미국 전역에 중계됐다.

파커와 워드는 현장에서 즉사했으며, 당시 인터뷰에 응하던 가드너도 총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기자에게 총격을 가한 용의자는 WDBJ의 전직 기자 베스터 리 플래내건(41)으로 지난 2013년 2월 방송사로부터 해고를 당했다. 그는 사고 발생 5시간 후 고속도로에서 경찰의 추격을 피해 과속하다 교통사고를 냈고, 차 안에서 자살을 시도하다가 체포됐다.

정확한 범행 동기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경찰은 '증오 범죄'로 추정하고 있다. 용의자는 범행 후 트위터에 자신이 저지른 총격 동영상과 함께 파커와 워드를 향해 "나와 같이 일하다가 (나 때문에) 인사부로 갔다" "인종차별적 발언을 해서 신고했으나 방송국이 그래도 고용했다"고 비판했다.

플래내건은 해고 당시 경찰에 의해 강제로 방송사에서 끌려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지상파 CBS 계열사인 WDBJ는 버지니아주 남서부 지역 소식을 전하는 방송사다. 해당 방송기자의 상사인 제프리 마크 총괄 매니저는 "모든 직원들의 가슴이 무너졌다"며 "우리가 사랑하는 뛰어난 능력의 두 방송기자를 앗아간 끔찍한 사건"이라며 애도의 말을 전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해당 사건에 대해 "가슴이 찢어진다"며 총기규제 입법을 다시금 촉구하고 나섰다. 이와 관련해 조지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총기폭력을 줄이는 가시적 효과를 가져올 상식적인 조치들이 있다"며 "이것은 의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전했다.

민주당 대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트위터에 글을 올려 "가슴이 찢어지고 분노가 치민다"며 "이번 총격 사건의 희생자와 희생자 가족들을 위해 기도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