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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녀’ 흥행 실패로 사면초가 몰린 이병헌?


입력 2015.08.25 09:58 수정 2015.08.25 13:54        민교동 객원기자

협박 사건 후 '터미네이터' 등 재기 발판 기대

예상 밖 관객수 속 '내부자들' 반전 여부 관심

“이병헌의 연기만큼은 역대 최고였다.”

영화 ‘협녀, 칼의 기억’에 대한 평이다. 이병헌은 영화 ‘협녀’에 빚이 많다. 100억 원이 넘는 제작비가 들어간 블록버스터 영화인데다 이병헌 전도연 김고은이라는 환상의 라인업을 구축한 영화다. 최고의 화제작이었던 이 영화는 이병헌 50억 협박 사건으로 예정된 시점에 결국 개봉을 하지 못했다. 어렵게 개봉 일정을 잡아 지난 13일 개봉했다.

이런 사정 때문에 미국에서 영화 촬영 스케줄을 쪼개 한국으로 돌아와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이병헌은 “함께 영화 작업을 했던 많은 스태프들과 관계자들에게 죄송함을 전 하는 게 저의 책임이라 생각합니다”라며 “그 어떤 비난도 저 혼자 감당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저 때문에 그분들의 노고가 가려지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라고 얘기했을 정도다.

배우 이병헌이 예상 밖 흥행 실패로 앞으로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데일리안DB 배우 이병헌이 예상 밖 흥행 실패로 앞으로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데일리안DB

그런데 흥행 성적이 너무 초라하다. 20일 기준으로 누적 관객 수가 고작 39만 9583 명이다. 지금 상황이라면 100만 관객도 힘겨워 보이는 상황이다. 손익분기점이 350만 명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흥행 실패다. 요즘엔 독립영화, 예술영화, 다큐멘터리영화 등을 총칭하는 ‘다양성 영화’ 가운데에도 관객수 50만 명, 100만 명을 넘기는 경우가 종종 나오고 300만, 400만 명을 넘기기도 한다.

저예산 영화들도 이런 흥행 성적을 기록하는 상황에서 100억 원 이상의 제작비가 투자된 블록버스터 ‘협녀’의 흥행 성적은 초라한 수준을 뛰어 넘어 참혹할 정도다.

분명 이병헌의 연기는 최고였다. 저조한 흥행 성적을 이병헌 탓이라고 얘기하는 것 역시 억지일 수 있다. 이병헌 때문에 개봉 일정이 뒤로 밀리지 않고 제때 개봉했다면 흥행 성적이 더 좋았을까. 영화관계자들은 그렇진 않았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으며 관객들의 반응도 비슷하다.

50억 협박 사건 이후 악화된 이병헌의 이미지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지만 영화의 총체적인 문제점으로 인해 흥행 성적이 좋지 않은다고 보는 게 더 적합해 보인다.

그렇지만 이병헌 개인에겐 ‘협녀’의 흥행 실패가 매우 뼈아플 수밖에 없다. 물론 요즘 이병헌의 주요 활동 무대는 한국 영화계가 아닌 미국 할리우드다. 현재도 미국에서 영화를 촬영 중이며 차기작까지 잡혀 있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이병헌의 베이스캠프는 한국 영화계다. 아직 이병헌은 할리우드에서 조연급 캐릭터를 소화하는 수준이다.

반면 한국에선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주연급 배우다. 이병헌의 2012년 이후 개봉했거나 촬영 중인 작품들을 살펴보면 ‘광해, 왕이 된 남자’ ‘레드: 더 레전드’ ‘지.아이.조 2’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협녀, 칼의 기억’ ‘황야의 7인’ ‘비욘드 디시트’ 등이 있다.

이 가운데 한국 영화인 ‘광해’와 ‘협녀’에선 이병헌이 주연이었지만 나머지 할리우드 영화에선 모두 조연이었다. 그나마 ‘지.아이.조 2’에선 주연급으로 분류해도 될 만큼 비중이 컸지만 흥행 성적은 그리 좋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한국 영화계를 포기하고 미국 할리우드에만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자칫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주연급 배우가 한국 영화계를 떠나 미국 할리우드에서 동양인 악역 캐릭터를 전전하는 조연급 배우에 만족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한국 영화계를 기반으로 좋은 한국 영화에 출연해 자신의 존재감을 유지하며 할리우드 도전을 지속해야 할리우드에서의 더 큰 성공도 가능하다는 계 영화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50억 협박 사건으로 인해 피해자 임에도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은 이병헌은 다시 한국 영화계로 안착할 원동력이 필요했다. 올해 개봉한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와 ‘협녀’가 그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워낙 인기 시리즈인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는 기본적인 흥행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됐으며 ‘협녀’는 대박도 가능할 것이라는 예상이 제기됐었다.

실제로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는 누적 관객수 324만 279명으로 기본은 했다. 이를 바탕으로 ‘협녀’가 대박을 기록하며 이병헌의 연착륙을 도울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그렇지만 흥행에 참패하면서 이병헌의 한국 영화계 연착륙이 적어도 현재 시점에선 실패했다.

사실 ‘협녀’ 개봉 전까지는 어느 정도 분위기 조성이 이뤄지고 있었다. 올해 초 이병헌 협박 사건은 모두 마무리됐다. 이병헌은 피해자 입장이지만 공판이 이어지면서 오히려 거듭된 이미지 하락을 감내해야 했다. 다행히 재판이 모두 끝나면서 이병헌은 협박 사건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게다가 지난 3월 부인 이민정이 아들을 출산했다. 50억 협박 사건이 불거진 뒤 부부의 불화설까지 제기되곤 했지만 이민정의 출산이 불화설을 어느 정도 해소해줬다. 세간의 관심 역시 50억 협박 사건에서 이병헌과 이민정을 닮은 스타 2세로 자연스레 옮겨 가는 효과까지 발휘됐다.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도 좋았다. 예상보다는 이병헌의 비중이 그리 크지 않았지만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엔 충분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이병헌은 다시 스크린을 통해 한국 관객들을 만나게 됐다.

그리고 반전의 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기대치가 집중된 ‘협녀’가 개봉했지만 흥행 성적은 참혹한 수준이다. 1200만 관객 신화를 기록한 ‘광해’ 만큼의 대박은 아닐 지라도 손익분기점인 350만 명은 넘기는 데 성공했다면 이병헌의 한국 영화계 연착륙이 성공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현재 상황은 아직 흐림이다.

아직 기회는 남아 있다. ‘협녀’와 마찬가지로 지난 해 모든 촬영을 마쳤지만 아직 개봉하지 않은 이병헌 출연 한국 영화가 한 편 더 남아 있는 것. 올해 연말 개봉을 목표로 최근 후반작업이 마무리 된 것으로 알려진 ‘내부자들’이 바로 그 작품이다.

조승우와 백윤식이라는 탄탄한 배우들과 함께 한 ‘내부자들’에서 이병헌은 매우 강렬한 캐릭터를 소화해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영화 관계자들 사이에서 완성도다 높은 수작이라는 평이 나오고 있는 데다 네티즌들 역시 원작인 윤태호 작가의 웹툰 ‘내부자들’로 인해 기대치가 높다.

‘내부자들’이 흥행에 성공할 경우 어느 정도 이병헌의 한국 영화계 연착륙이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연말 개봉 예정인 ‘내부자들’의 흥행 여부에 초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이병헌은 미국에서 ‘황야의 7인’을 촬영 중으로 9월 초에 모든 촬영이 끝날 예정이다. 먼저 촬영한 영화 ‘비욘드 디시트’는 현재 개봉을 준비 중이다.

한 영화사 관계자는 “요즘 분위기라면 영화 제작사들이 이병헌을 캐스팅하는 것 자체를 두려워할 수밖에 없으며 그가 출연한 할리우드 영화의 국내 배급도 만만치 않을 수 있다”라며 “‘내부자들’이 관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어내며 어느 정도 이병헌의 이미지가 개선된다면 이병헌은 다시금 한국 영화계에서 캐스팅 1순위 배우가 될 것이다. 사실 그만큼 연기를 잘 하고 존재감 있는 40대 배우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스팟연예 기자 (spoten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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