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이나 지금이나 김태호 불출마 이유 "공부 더해야"
느닷없는 기자회견 "미래 어울리는 실력 갖추려 열심히 공부"
5년전 경남도지사 불출마 선언 때도 "공부를 더해야한다"
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3일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미래에 어울리는 실력과 깊이를 갖춰 다시 설 수 있도록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밝혀 묘한 여운을 남겼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대선출마를 겨냥한 움직임이 아니냐는 시각이 많다.
김 위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 경제의 어려움으로 인해 견디기 힘든 세월을 겪고 있는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고 두려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김해 시민여러분들에게 용서받기 어려운 결정인줄 알지만 이 선택이 그 은혜를 저버리지 않는 마지막 양심이자 도리”라며 거듭 총선 불출마를 강조했다.
또한 김 위원은 “최연소 군수, 도지사를 거치면서 몸에 배인 스타의식과 조급증은 지나치게 많은 사람을 만나게 했고 반대로 몸과 마음은 시들어 갔다”며 “초심은 사라지고, 국민의 목소리를 들을 귀가 닫히고, 내 말만 하려고 하고, 판단력이 흐려지고, 언어가 과격해지고, 말은 국민을 위한다지만, 그 생각의 깊이는 현저히 얕아졌다”고 고해성사를 했다.
이어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속은 텅비어가고 있다”며 “여기서 다음 선거에 출마를 고집한다면, 자신을 속이고 국가와 국민, 그리고 누구보다 저를 뽑아 주신 지역구민 여러분께 큰 죄를 짓는 것”이라고 불출마 이유를 밝혔다.
김 위원은 “전 세계가 문을 열어놓고 무한경쟁을 하는 새로운 시대에, 대한민국이 살아남으려면, 정치도 진정한 실력과 깊이를 갖춘 사람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서럽고 힘들었던 지난 세월, 내 어머님, 내 아버님이 눈물로 걸어 오셨고 우리 후손들이 당당히 걸어갈 조국의 길에, 최소한 걸림돌이 되는 정치인은 되고 싶지 않다”고 다짐도 했다.
거듭 “미래에 어울리는 실력과 깊이를 갖춰 다시 서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최고위원의 느닷없는 총선 불출마에 당내는 물론이고 정치권에서는 고개를 갸웃하는 상황이다. 기자회견문 역시 왜 불출마를 선언하는 지에 대한 명쾌한 답은 없다. 다만 김 위원 스스로 “최고위원직은 더 성실하게 수행”하고 “정계은퇴는 아니고 공부를 더 하겠다는 것”이라고 선을 그으면서, 거듭 “정치적 계산은 없다, 정치적 고려 없이 결단을 내렸다”고 했다.
다른 선출직 불출마에 대해서는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면 안할 수도 있다”면서도 “민심 속에서 저 자신을 성찰해보는 시간들을 많이 갖겠다”고 밝혀 준비만 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속내를 묘하게 드러냈다.
특히 김 위원의 이날 총선 불출마 선언은 김무성 대표가 미국에서 돌아오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졌으며 당 지도부에 미리 입장을 전달하지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도 불참했다. 또한 이번 결정을 하게 된 과정이나 향후 행보에 대해 보좌진들과의 상의도 없이 일요일인 어제(2일) 불출마 선언을 할 것이라는 내용을 전달하고, 기자회견문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의 말대로 “오로지 가족들하고만 상의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김 위원측 한 관계자는 ‘데일리안’과 전화통화해서 “아무 이유 없이 그냥 불출마 선언을 하는 분은 아니다”라며 “나름의 정무적 판단을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은 지난 2010년 1월 25일에도 돌연 경남도지사 불출마 선언을 한 바 있다. 당시 무난한 도정 수행으로 3선 도전 가능성이 상당히 높았음에도 불출마 선언을 해 주변을 당혹하게 한 적이 있다. 당시에도 김 위원은 불출마 선언에서 “공부를 더해야 한다”고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같은 해 8월 국무총리로 지명됐다. 미리 준비를 했다는 이야기다.
다른 관계자 역시 “김 위원은 이번 2017년 대선 당내 경선에 반드시 출마한다”며 “(김 위원) 본인이 타이밍을 좀 서둘러 잡은 것 같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정치적 타이밍이 국민이나 정치권에서 수긍하는 것은 별개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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