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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안컵 한국-중국전, 감독의 역할을 보다


입력 2015.08.03 06:39 수정 2015.08.03 07:01        데일리안 스포츠 = 임정혁 객원칼럼니스트

어린 선수들 위주 팀 구성으로 우승 노리는 홈팀 중국 꺾어

K리그 현장행보 등 말과 행동 일치하는 지도자 중요성 보여줘

동아시안컵 한국-중국전, 감독의 역할을 보다

동아시안컵축구 한국-중국전에서는 감독 역할의 중요성이 새삼 부각됐다. ⓒ 게티이미지 동아시안컵축구 한국-중국전에서는 감독 역할의 중요성이 새삼 부각됐다. ⓒ 게티이미지

동아시안컵 한국-중국전은 감독의 역할이 무엇인지 교과서적으로 설명한 경기였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일(한국시각) 중국 우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홈팀 중국과의 ‘201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 남자부 1차전에서 2-0 완승했다.

최근 막대한 돈을 자국 리그에 퍼부으며 동아시안컵 우승을 꿈꾸고 있는 중국을 상대로 따낸 승리라 더욱 값졌다. '공한증'이란 단어가 오래돼 보이지만 여전히 한국 축구가 더 강하다는 일침을 놓은 셈이다. 중국 알랭 페랭 감독도 결과에 침통했다.

K리그 선수들 중심으로 이뤄낸 결과라 더욱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이날 교체 선수 3명을 더한 14명의 출전 선수 중 K리그 소속 선수는 9명이었다.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이종호(전남) 김승대(포항) 권창훈(수원) 임창우(울산) '4인방' 활약 또한 해외에서 뛰는 태극 전사들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꼭짓점에 있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는 경기였다. 자신의 밑그림을 확실히 갖고 있음을 드러냈다. 이번 대표팀의 평균 나이는 24.3세인데 이는 슈틸리케 감독 부임 이후 가장 젊은 선수로 구성된 팀이다. 이런 선수들을 데리고도 슈틸리케 감독은 자신의 축구 색을 온전히 입혔다.

이번 경기만 갖고 평가하는 게 아니다. 지금까지 슈틸리케 감독의 의중을 살펴보면 그는 뚜렷한 '축구 뼈대'를 갖고 있다. 가장 우선하는 건 선수들의 전방 압박 능력과 활동량이다. 철저한 무명이었던 이정협(상주)이 대표팀에 발탁될 수 있었던 것도 그의 골 결정력이나 천부적인 감각이 아님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오히려 그런 부분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공을 뺏긴 뒤 곧장 수비에 가담하는 적극성과 비교적 큰 신장에도 폭넓게 움직이는 활동량에 슈틸리케 감독은 합격점을 줬다. 이왕이면 2018 러시아월드컵까지 내다보고 젊은 선수를 중용하려는 것도 그와 같은 목적에 맞닿아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따져보면 중국전은 감독이 팀을 얼마나 변화시킬 수 있는지 보여준 경기였다. 선수들의 기술을 끌어올리거나 하는 것은 단기간에 감독이 해내기 어려운 과제다.

하지만 공수 간격을 조율하고 이를 촘촘하게 구성하며 자신의 철학에 맞는 선수들을 꿰어 넣는 것은 충분히 감독의 능력에 따라 달라지는 부분이다.

대표팀이 중국전에서 보여준 전방 압박과 최종 수비 2명을 한껏 끌어올린 것은 그래서 더 돋보였다.

중국은 중앙선을 넘는 것조차 힘겨웠으며 그렇게 구상한 대로 경기가 풀려나가니 대표팀 선수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감이 올라갔다. 선수들은 전반 중반까지 미드필더 싸움에서 이기고도 공격 상황에서 세밀함이 부족했으나 선제골 이후에는 조직력이 살아났다.

후반부터는 완전히 경기를 지배했다. 그러자 이재성(전북)과 김승대 같은 K리그에서도 창의력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운 선수들이 마치 리그 경기인 것처럼 운동장을 휘저었다.

특히 이재성의 경우 많은 이들이 칭찬하는 그의 공격력에 더해 공을 뺏긴 이후 빠르게 압박에 들어가는 움직임이 인상적이었다. 두 번째 골은 그 모든 것을 담아낸 보따리였다. 슈틸리케 감독이 추구하는 방향성과 가장 맞아떨어지기에 앞으로의 중용 가능성도 한껏 커졌다.

사실 이날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슈틸리케 감독의 경기 후 인터뷰였다. 그는 "K리그 선수들도 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면 대표팀 문이 열려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면서 다시 한 번 리그에서의 집중력을 강조했다. "뛰어야 선수"라는 말이 재차 강조된 셈이다.

그동안 슈틸리케 감독의 K리그 현장 행보는 부지런했으며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지도자를 위한 선수들의 성장은 당연해 보인다.

임정혁 기자 (bohemian120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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