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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이라는 그릇에 무엇이 담겨있나 보니...


입력 2015.08.03 09:12 수정 2015.08.04 07:52        동성혜 정치사회부장

<칼럼>워싱턴 정가 방문 외교무대 데뷔 튀는 표현 튀는 행동

일관성 있는 메시지와 미래 청사진 내놓을 전략가 그룹 만들라

미국을 방문 중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31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 옥스포드팰리스에서 가진 한인동포 지인들과의 만찬에서 마이크 혼다 캘리포니아 하원의원과 건배하고 있다.ⓒ연합뉴스 미국을 방문 중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31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 옥스포드팰리스에서 가진 한인동포 지인들과의 만찬에서 마이크 혼다 캘리포니아 하원의원과 건배하고 있다.ⓒ연합뉴스

정치인에게 ‘메시지’는 전략이다.

미국이 엄청난 규모의 재정 적자로 허덕이던 지난 2012년 6월, 재선을 앞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같은 적자가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각종 정책이 버무려진 결과라며 공화당과 밋 롬니 대통령 후보 지명자를 싸잡아 비판한 바 있다.

오바마는 “이것은 마치 어떤 사람이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 마티니 등을 주문한 것과 비슷하다”며 “스테이크와 마티니 등을 먹고 마신 이들이 음식값을 지불하지 않을뿐더러 그 영수증을 당신에게 떠넘기고 레스토랑을 떠나 버렸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당시 오바마는 ‘핏기가 감도는 스테이크와 마티니(big steak dinner and martini)’라는 표현으로 공화당을, 동시에 ‘마티니 생활양식(Martini lifestyle)’으로 비유되는 밋 롬니 진영을 함께 꼬집은 셈이다.

이에 대해 정치 전문가들은 오바마의 단어 선택을 매우 치밀한 계산에 의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비싼 스테이크를 즐겨 먹으며, 고급 칵테일 마티니를 즐겨 마시는 공화당이 미국 경제를 망쳤고, 그리고 앞으로도 망칠 것이다, 그리고 자기들이 만든 재정 적자를 모두 국민인 여러분들에게 떠넘긴다”는 메시지를 통해 롬니 진영에 타격을 주는 것 뿐 아니라 오바마 지지층에게는 이야깃거리를 제공했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메시지가 오바마의 재선 성공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었는지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단어하나까지 전략적으로 고민할 만큼 ‘메시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사례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미국을 방문해 주요 인사들과 만나면서 하는 이야기들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한중과의 관계에서 ‘외교적 수사’로는 부적절하다는 평이다.

27일 우드로 윌슨센터 연설에서 김 대표는 “중국과의 경제 교류는 한미 동맹관계 기초에 의해 가능한 일이다”라며 “한미는 ‘전면적 관계’, 한중은 분야별 ‘일부의 관계’”라고 밝혔다. 같은 날 특파원 간담회에서는 “(미 의회 지도자들에게) 우리에게는 중국보다는 미국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가겠다”고 말했다.

28일 뉴욕 컬럼비아대 연설에서는 “한국과 미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이념적 동맹, 안보 동맹, 경제 동맹으로 맺어져 있다”며 “결론적으로 한미동맹은 ‘대체 불가능하며, 독보적이고 유일한 동맹’이라고 할 수 있다”고 한미동맹을 강조했다.

우드로 윌슨센터 연설이나 컬럼비아대 연설을 보면 김 대표가 “우리나라 GDP 82.1% 중 수출을 60% 차지하고 그 가운데 26%가 중국으로 수출되고 있기 때문에 중국과의 경제협력이 중요하다”고 전제를 뒀지만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한 한중관계를 단순히 ‘경제적 교역 관계’로만 낮춘 셈이 됐다.

이와 관련, 당장 유은혜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미국에 대한 낯부끄러운 ‘구애’만 있을 뿐 집권여당 대표다운 구체적인 메시지나 내용은 빠져있다”며 “도대체 왜 방미를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보수층에서는 오히려 속시원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보수시민단체의 한 대표는 “한미관계가 예전 같지 않고 현 정부가 너무 중국에 경도된 것 아닌가하는 우려를 한방에 씻어줬다”며 “김 대표가 미국에게 확실한 동맹국으로 흔들리지 말라는 신호를 제대로 보여줬다”고 두둔했다.

김 대표는 이번 ‘한미동맹’ 발언을 통해 국내 ‘보수층’이라는 집토끼는 확실히 다잡은 듯하다. 메시지 전략에서 말하는 ‘우리 편’은 최대로 뭉치게 한다는 점에서는 성공했다. 다만 ‘상대 편’은 최대한 갈라치기 해야 한다는 전략에선 상대편 갈라치기는 둘째치고 외교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점을 비쳐보면 반쪽 성공이라 할 수 있다.

김 대표는 방미중 여러번 본인이 대선주자로는 자격이 없다고 손사래를 쳤고 내년 총선 원내 과반수 의석과 보수우파 정권 재창출이 목표임을 밝혔기 때문에 ‘집토끼’만 잡아도 성공한 전략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여당의 대표이자, 새누리당의 유력한 차기 대통령 주자 1위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 김 대표 입장에서 우선 총선 승리 후 대권을 생각해보자는 단계를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러기엔 위치가 무겁다.

이번 김 대표의 미국방문이 ‘정당 외교’일지라도 ‘외교’와 관련된 메시지는 다르다. 그 나라에 가서 그 나라가 갖는 중요한 의미만 강조한다고 ‘동맹’이 되지는 않는다. 일관된 메시지와 신뢰할만한 관계를 형성하는 게 우선이다. 더구나 유력한 대선주자인 김 대표라면 과거나 현재,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나 동북아질서에서의 상황과 어려움을 이야기할 게 아니라 ‘한미동맹’ 이후의 혹은 그 이상의 새로운 관계를 형성해 나갈 미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그게 외교적 메시지다.

물론 정치인의 메시지는 혼자 만드는 게 아니다. 전략을 세우고 함께 고민하는 전문가들과 측근이 있다. 함께 머리를 맞댔다면 그들이 누구인지 궁금하다. 보수층이 우려하는 한미동맹을 강고히 하면서, 김 대표가 스스로 말했듯이 “대한민국이 세계 열강 중 하나로 발돋움할 때까지 주변 강대국 사이에서 ‘서커스 외교’를 할 수 밖에 없다”는 현실을 제대로 ‘메시지’에 발현할 수는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깊다. 외교에선 ‘우리편’ 혹은 ‘상대편’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중심이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이젠 김 대표도 경제나 정치뿐만 아니라 외교 안보 전략가 그룹을 제대로 구성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옆에 미래 비전을 함께 만들 사람들이 없다는 말이 나오는 까닭이다.

동성혜 기자 (jungtu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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