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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격호 육성공개 …롯데그룹 운명은?


입력 2015.08.01 14:22 수정 2015.08.01 14:27        박민 기자

신동주 전 부회장 '신동빈 회장 해임 관련 부친 문서 및 육성 공개'

롯데그룹 "차단된 상태서 작성 의심" 반박…법적 효력없어

31일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이 KBS에 공개한 신격호 총괄회장의 자필 서명과 직인이 찍힌 문서. ⓒKBS화면 캡쳐. 31일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이 KBS에 공개한 신격호 총괄회장의 자필 서명과 직인이 찍힌 문서. ⓒKBS화면 캡쳐.

신격호 총괄회장이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해임한다는 내용의 지시서가 공개된데 이어 육성파일까지 공개되면서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형제 간 갈등에서 부자간 갈등으로 치닫고 있다.

앞서 신 총괄회장의 셋째 동생인 신선호 일본 산사스 식품회사 사장도 "신격호의 후계자는 신동주"라고 밝히면서 사실상 '신동빈 대 가족' 구도까지 전개되는 양상이다.

이런 가운데 롯데 경영권 분쟁의 중대 기로가 될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가 오는 10일 전후로 열릴것으로 예정되면서 승계를 둘러싼 롯데그룹의 운명은 다음주 서서히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신 전 부회장은 31일 KBS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을 한국 롯데그룹 회장으로 임명하고, 차남을 후계자로 승인한 사실이 없다는 내용의 7월 17일자 문서를 공개했다. 지난 15일 신동빈 회장이 롯데홀딩스 대표이사로 취임한 지 이틀만에 만들어진 문서다.

'회장임명'이라는 제목의 문서에는 '2015.7.17 장남인 신동주 한국롯데그룹의 회장으로 임명함'이라고 적혀 있다. 이어 '차남인 신동 후계자로 승인한 사실이 없음'이라고 적혀 있다. 문서에는 신격호 회장의 자필 서명이 있으며 직인도 찍혀 있다.

신 전 부회장은 또한 이달 27일 롯데홀딩스 이사직에서 신 회장 및 이사 등을 해임한 것이 아버지의 결정이라는 내용의 육성 파일과도 KBS를 통해 공개했다.

공개된 육성에서 신 총괄회장은 "츠쿠다(츠쿠다 다카유키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가 무슨 일을 하고 있냐"고 묻자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일본 롯데사장을 맡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신 총괄 회장은 "그만두게 했잖아, 강제로 그만둬야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키오(신동빈 회장)도 그만두게 했잖아"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신 전 부회장은 "아직 안 그만뒀습니다"고 답했다. 이에 신 총괄회장은 "너는 가만히 있을 것이냐"고 말했다. 이는 신 전 부회장이 앞서 인터뷰를 통해 공개했던 신 회장의 해임은 아버지의 결정이라는 말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이날 육성은 지난달 30일 오후 2시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신격호 총괄회장의 집무실이 있는 롯데호텔 34층에서 주위를 물리친 채 둘만 대화한 내용이다. 문서 및 육성이 사실이라면 신격호 총괄회장이 신동빈 회장의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이사 선임 이틀만에 장남인 신동주 전 부회장 손을 들어준 것이 된다.

한국 롯데그룹은 즉각 반박 자료를 내고 "경영권과 전혀 관련 없는 분들에 의해 차단된 가운데 만들어진 녹취라 그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반발했다. 이어 “총괄회장의 의중이 그룹 경영에 중요하다 하더라도 상법상 원칙을 벗어난 의사결정까지 인정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신동빈 회장에 대한 해임 지시가 효력이 없다는 의미다.

(왼쪽부터)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사장.ⓒ롯데그룹 (왼쪽부터)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사장.ⓒ롯데그룹

이처럼 양측의 공방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롯데그룹 형제의 난은 '신동빈 VS 반(反) 신동빈' 세력으로 결집하는 형국이다. 당초 31일 신격호 총괄회장의 부친 제사를 앞두고 총수 일가들이 한국에 모이면서 형제 간 갈등을 봉합할 기회로 관측됐지만 핵심 당사자들은 불참하고 두 형제간 진실 공방만 이어졌다.

더욱이 제사 참석차 신 전 부회장의 성북동 자택을 찾은 신선호 일본 산사스 사장은 취재진에게 '신격호의 후계자는 신동주'라며 "(신 총괄회장이) 동주가 경영권을 가져가는 것에 대한 의견이 한번도 바뀐 적이 없다. 차남에게 경영권을 탈취당한 것으로 여긴다"고 말한 바 있다.

롯데그룹 후계구도가 장남에게 있다는 신 총괄회장의 육성 및 친인척 전언이 나옴에 따라 일본 롯데홀딩스의 이사들과 신동빈 회장의 우호지분 등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이 일본에서 세 결집에 나서 이사회를 장악했지만 여전히 신 총괄회장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에 체류하면서 롯데홀딩스 이사 및 주주 우호세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신 회장은 다음 주 월요일쯤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후계구도의 핵심 키를 쥔 신 총괄회장에 대한 설득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 개최를 위한 안내장도 발송된 가운데 이르면 다음주 롯데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형제의 다툼' 결판도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박민 기자 (myparkmi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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