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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방미, 정당외교와 대권행보 그 중간 어디?


입력 2015.08.02 09:56 수정 2015.08.03 05:56        로스앤젤레스 = 데일리안 최용민 기자

연이은 큰절에 "중국보다 미국" "좌파준동" 발언 보수 지지층 겨냥

미국을 방문 중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운데)와 동행 의원들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알링턴 국립묘지 내 6·25전쟁 영웅인 워커 장군의 묘비에서 절하고 있다. 오른쪽 부터 강석호, 김영우, 김학용, 김무성, 이군현, 장윤석, 양창영, 심윤조 의원. ⓒ연합뉴스 미국을 방문 중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운데)와 동행 의원들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알링턴 국립묘지 내 6·25전쟁 영웅인 워커 장군의 묘비에서 절하고 있다. 오른쪽 부터 강석호, 김영우, 김학용, 김무성, 이군현, 장윤석, 양창영, 심윤조 의원. ⓒ연합뉴스

7박 9일간의 미국 방문을 마무리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행보에 연일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자신은 이번 방미가 10년만의 정당외교라는 점에 큰 의미를 두고 있지만 정작 주변 사람들은 대권행보라는 점에 큰 의미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5일(이하 현지시각)부터 방미 일정을 시작한 김 대표는 워싱턴과 뉴욕 일정, 그리고 1일 한인 동포가 많이 살고 있는 로스앤젤레스 일정까지 모두 소화하며 방미 일정 마무리에 들어갔다. 공식 일정을 소화한 김 대표는 당초 계획을 변경하고 고등학교 동문 모임 참석을 위해 귀국을 하루 늦췄다.

이번 김 대표의 방미는 첫날부터 논란을 일으키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노골적으로 친미행보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하고 있는 우리 정부의 입장에서 김 대표가 너무 나갔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발언도 이어졌다.

김 대표는 지난 25일 워싱턴에 도착하자마자 한국전 참전용사들에게 예우를 갖추겠다며 큰절을 했고 참전용사인 고(故) 월턴 워커의 장군 묘비에는 '재배'를 했다. 특히 묘비에 떨어진 새똥을 자신의 손수건으로 닦아내며 "아이고 장군님"을 연발하기도 했다.

첫날 한국전 참전용사들에게 예우를 갖춰 큰절을 한 것은 하나의 퍼포먼스라는 면에서 크게 비판을 받지는 않았다. 그러나 둘째날까지 큰절 행보가 이어지자 야당을 중심으로 국내 정치권의 비판이 이어졌다. '과공비례'(過恭非禮·공손함이 지나치면 예의가 아님)라는 것이다.

이에 김 대표는 자신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해석들이 나오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가 절을 한 것은 미국에 절을 한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를 지켜준 어른들께 절을 하는 것은 기본적인 예의라는 것이다.

김 대표는 여기에 머물지 않았다. 27일 우드로윌슨센터 강연 후 질의응답에서 "한미는 '전면적' 관계이지만 한중은 '일부의 관계"라며 "중국과의 경제교류는 한미동맹의 기초 위에서 가능하다"고 발언했다. 물러설 줄 모르는 김 대표의 친미행보는 급기야 같은날 특파원과의 간담회에서 "우리는 중국보다 미국"이라고 언급하며 미국과 중국을 비교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이를 계기로 국내 정치권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김 대표와 대표단은 이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이다. 진보쪽에서 비판을 할 수는 있지만 보수층이 결집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측면에서 크게 마음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에 김 대표는 이번 방미를 계기로 자신을 보수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 시키려는 듯 한발 더 나가는 발언을 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28일 워싱턴 동포 간담회에서 "지금이 5000년 민족 역사에서 최고 중흥기인데 진보 좌파의 준동 때문에 대한민국이 걱정"이라며 "진보 좌파의 준동을 막기 위해 새누리당이 선거에서 이겨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김 대표의 이번 행동과 발언들이 의도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높다. 보수층이 좋아할 만한 행동과 말로 보수 대권주자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효과를 노렸다는 평가다. 이번 방미가 보수 대권주자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발판이 아니였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 대표는 30일 미국 특파원과의 만남에서 "나는 아직까지도 대권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대권은 그 시점에 국민의 소망에 맞는 사람이어야 가능한데 나한테 그런 기회가 오겠느냐"고 밝혔다. 표면적으로는 논란의 중심에서 비켜서는 모습이다.

아울러 김 대표의 이 같은 친미행보가 우리 정부 외교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나라 최대 교역국인 중국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김 대표의 친미행보에 청와대가 불편한 심기를 가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표단도 이에 대해 조금은 신경쓰는 눈치지만 대체적으로 이번 방미에 대해 정당외교 차원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김 대표는 이번 방미 기간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케빈 매카시 하원 원내대표,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대니얼 러셀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등을 만나 정당외교를 펼쳤다.

그러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던 존 케리 국무장관과의 만남이 무산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한편 워싱턴DC와 뉴욕, LA에서 8일 간의 공식 일정을 마치는 김 대표는 2일 비공개 일정으로 중동고 미주 동문 모임에 참석한 뒤 4일 새벽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할 예정이다.

최용민 기자 (yongmi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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