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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근석 암선돌 구멍에 손가락 넣는 이유 알고 보니...


입력 2015.08.01 09:26 수정 2015.08.01 09:27        최진연 문화유적전문기자

<최진연의 우리 터, 우리 혼 - 성석기행>충북 옥천군 일대 거석문화

옥천군 동쪽에 위치한 안남면은 임진왜란 때 의병을 조직해 항전했던 조선중기 문신 중봉조헌의 주 무대였다. 선생의 묘소와 위패가 모셔진 사당과 그의 발자취는 지금도 곳곳에 남아있어 그를 기리는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역사적 인물과 금강의 비경을 간직한 이곳에 선사시대 거석문화도 현존하고 있다.

옥천의 산간오지인 청정리 송정마을에는 다산을 상징하는 선돌 3기가 있는데, 이들 선돌은 남근석 1기와 여근석 2기로 구분하고 있다.

남근 1기는 폐교된 삼화초등학교 앞 밭 가운데에 있으며, 높이는 1.8m, 넓이 45cm, 두께 35cm이다. 윗부분을 뾰족하게 손질한 것이 남성의 성기를 닮았다. 마을에서는 할아버지 선돌이라고 부른다. 할아버지는 암 선돌 두 개를 좌우에 거느리고 있는 셈이다.

옥천군 청성면 장수리에 세운 우람한 선돌ⓒ최진연 기자 옥천군 청성면 장수리에 세운 우람한 선돌ⓒ최진연 기자

2기는 마을 뒤 한우축사 안에 있으며, 높이가 약 2m, 넓이는 60cm 정도에 두께는 40cm 가량 된다. 배가 불룩 튀어나오게 손질해 할머니로 부르고 있다. 마을회관 앞 냇가에 있는 3기는 윗부분을 둥글게 손질한 암 선돌로 아이 낳기를 기원하는 여인들이 돌로 문질러 반들반들하게 닳아 있다.

3기는 높이가 1.3m 정도의 작은 규모인데, 측면 가운데에 어른 주먹마한 구멍이 파여 있다. 여인들이 암 선돌을 한 바퀴 돌고, 구멍에 손가락을 넣으면 아들을 낳는다는 신비의 선돌이다. 1980년대 까지만 해도 마을에서 매년 정월대보름에 3기의 선돌에 제사를 드렸다고 했다. 마을 곳곳에 흩어져 있던 3기의 선돌은 현재 마을회관 맞은편에 모두 옮겨놓았다.
마을에서 남쪽으로 500m에 아래에 탑신당 이라는 돌무덤이 있다. 탑신당 위에는 거북모양의 특이한 돌이 눈길을 끈다. 우리나라는 마을마다 전설이 무수하지만 송정마을은 유별나게 많은 전설과 민담이 전해진다.

송정리는 800여년전 마을 뒷산에 소나무가 우거지고 그 속에 정자가 있어서 송정이라 부르게 됐다고 한다. 송정리는 금두꺼비날·도마뱀날·황새봉의 큰 고개로 둘러싸여 있는데, 전설에는 금두꺼비가 마을로 내려오자 도마뱀이 잡아먹기 위해 뒤따라 왔고, 이를 지켜보던 황새가 금두꺼비를 구하기 위해 도마뱀에게 달려들었다고 한다. 세 짐승이 서로의 눈치를 보다가 그 자리에서 산과 고개가 됐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옥천군 안남면 청정리 입구의 탑신당ⓒ최진연 기자 옥천군 안남면 청정리 입구의 탑신당ⓒ최진연 기자

송정마을에서 가까운 청성면 장수리 만영마을에도 튼튼한 선돌이 있다. 마을에서는 매년 정월 초에 선돌제를 지내는데, 마을총회에서 제사를 지낼 제주를 뽑는다. 적임자는 그해 집안에 길흉사가 없어야 된다. 또한 제주는 1년동안 살생을 금하고 상가 집이나 잔치 집에 가지 말아야 한다. 마을에서도 제주가 된 사람을 궂은일에서 제외시켜준다.

제를 지내기 일주일전, 제주는 새끼를 왼쪽으로 꼬아 창호지를 끼어 넣은 금줄을 산제당과 선돌에 쳐놓고 황토 흙을 선돌부근에 약 50cm 간격으로 한 삽씩 떠놓는다. 섣달 그믐날 자정이 넘으면 마을사람들은 육식을 금했고, 제를 지낼 음식을 만들 때도 절대 맛을 보지 않았다.

그리고 첫째 새벽에 산제당에서 술과 떡을 올리며 첫 번째 산제를 지내고 그 다음 선돌에 제를 지내면서 마을의 안녕과 평안을 기원했다. 하지만 이곳 역시 제를 이어갈 사람이 없어 끊어지고 말았다. 인근 화성리에도 고깔을 쓴 특이한 선돌도 있다.

옥천읍 서쪽 방향인 군서면 은행리 상은마을에도 선돌이 있다. 1·2·3기로 부르는 3기의 선돌은 마을 어귀에 솟대와 함께 세워져 있다. 1기는 돌장승 또는 장군석이라 하는데, 사람의 얼굴형상을 나타내려고 손질을 했다. 1기 선돌을 가운데 두고 양쪽으로 2기와 3기인 남성과 여성 선돌을 세워놓았다.

옥천군 군서면 은행리 상은마을의 선돌ⓒ최진연 기자 옥천군 군서면 은행리 상은마을의 선돌ⓒ최진연 기자

1기의 돌은 네모기둥 모양이고 재질은 화강암이며 규모는 높이 1m, 넓이 50cm, 두께 40cm다. 2·3기는 판자 꼴이고 편마암 재질이다. 남성인 2기는 높이 65cm, 넓이 40cm, 두께 20cm이며, 여성인 3기는 높이 65cm, 넓이 35cm, 두께 10cm다. 선돌 앞에는 제단이 있는데, 이곳에서 매년 정월 14일에 동제를 지낸다.

이밖에도 옥천군에는 알려지지 않은 선돌이 많이 분포돼 있지만 수백 년 동안 우리 선조들의 보살핌을 받아온 거석문화는 주민들로부터 잊혀지고 있다.

최진연 기자 (cnnphot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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