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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일외교 전환점 대통령에 재뿌리는 동생 박근령


입력 2015.07.31 17:41 수정 2015.07.31 17:42        이슬기 기자

<기자수첩>위치 망각하고 국민감정에 상처, 외교 고립 자처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근령 씨.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근령 씨.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친동생 박근령 씨의 ‘친일 발언’이 박 대통령의 대일외교 행보에 재를 뿌리고 있다.

일본까지 건너가 역사인식 부재를 드러내가 하면, 박 씨의 남편 신동욱 공화당 총재까지 나서 “다수의 침묵 속에서 대단한 용기를 낸 것”이라고 추켜세우는 등 불붙은 국민 감정에 기름을 부으면서 결과적으로 한국 외교 발목잡기에 일등공신이 된 셈이다.

박 씨는 앞서 지난 30일 일본 언론과의 대담에서 “과거사 사과에 대해서 자꾸 얘기하는 것은 우회적으로 부당하다는 생각으로 얘기를 했다. 천황까지 합해서 네 번이나 공식적으로 사과를 했는데”라며 일본군 강제 성노예 피해 할머니들에 대해 “그분들을 우리가 모시고 아픈 것을 위로해드리는 나라 형편이 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특히 박 씨는 일본 정치인들의 신사참배 문제에 대해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의 비난이 이어지는 상황을 “내정간섭”으로 규정한 뒤 “'나쁜 사람이니까 묘소에 안 찾아갈거야'라는 것은 그게 패륜이라는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문제는 다음날 이어진 신 총재의 해명이었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일 관계는 시대적 상황에 맞춰서 가야 한다는 게 발언의 요지였다. 우리가 시대상황에 뒤떨어진 걸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과거사에 대한 사과와 배상 부분은 과거에 충분히 이야기가 다 됐고, 기본적으로 일본 천황이 공식적으로 사과를 했다. 일본은 천황이 상징적인 나라 아니냐"고 반색했다.

신 총재는 이어 “그 이후에 네 분의 수상이 또 사과를 했다. 일본의 새로운 내각이 들어설 때마다 매번 사과해야 하느냐. 그건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신사참배도 그들의 조상을 모시고 참배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그럼 내 부모와 조상이 과거에 어떤 잘못이 있다고 해서 후손들이 참배하지 않고 안 모실거냐. 그건 패륜이다. 그걸 갖고 끊임 없이 (문제제기)하는 것은 내정간섭"이라고 박 씨를 두둔했다.

최근 일본 '미쓰비시'가 외국인 강제징용 만행과 관련해 한국을 제외한 미국, 중국 등에만 사과와 보상을 약속하면서 논란이 됐고, 일본군 성 노예 피해 할머니들은 노구를 이끌고 여전히 ‘수요집회’에 참석하며 사과를 촉구하는 상황이다. 이런 때에 박 씨가 ‘대통령 친동생’의 발언이 미치는 파급력을 모를 리 만무하다. 일각에서 ‘박근혜 안티’라는 말이 끊이지 않고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박근혜 정부가 최근 아베 정부와의 화해 모드로 돌아서며 전략적으로 일본과의 관계 회복에 힘을 쏟고 나선 상황에서 ‘친일 발언’으로 국민감정을 건드린 데 이어 대통령의 외교 행보에 재를 뿌리는 초강수까지 둬야 했는지 의문이다. 대일 외교가 막힐 경우, 중일 관계는 물론 향후 동아시아 외교 무대에서도 고립무원 상태를 벗어날 수 없게 된다.

아울러 자신의 발언으로 국민 전체가 받을 분노와 피로감, 그리고 피해자들이 겪을 정신적 고통은 안중에도 없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신 총재는 박 씨의 발언에 대해 "한국에서 논란이 있을 걸 예상했고 99명이 찬성하는데 한 명이 반대하는 것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한민국의 정치권과 국민들 대다수가 침묵하고 있다며 “용기를 낸 것으로 봐달라”고도 말했다.

한 사람의 용기는 침묵하는 다수의 아우성을 이끌어낸다. 박 씨가 말하는 ‘용기’는 결국 무엇을 이끌어냈는지 스스로 돌아보기를 권한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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