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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 못하는 새정치, '혁신'이 없는 혁신위


입력 2015.07.31 09:53 수정 2015.07.31 09:55        데스크 (desk@dailian.co.kr)

<기고>야당이 북한 인권 앞장서는게 진정한 '혁신'

김상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장이 28일 오전 국회에서 ‘당 정체성’과 관련된 제6차 혁신안 발표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김상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장이 28일 오전 국회에서 ‘당 정체성’과 관련된 제6차 혁신안 발표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1100만원의 빚을 가진 사람이 있다. 빚을 어떻게 갚을지 고민하며 동네를 어슬렁거리고 있는데, 은행에 770만원을 입금하러 가는 사람을 봤다. ‘아, 저 돈만 있으면 내가 훨씬 나아질 텐데’하는 상상을 한다. 그리곤 ‘저 사람은 왜 저렇게 돈이 많지? 나쁘게 돈을 모은 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그런 상황에서 다른 사람이 다가와 속삭인다. “내 손을 잡으면 저 770만원을 당신 빚 갚는 곳에 쓰게 만들겠다.” 참 매력적으로 들리겠지만 이는 잘못된 것이다.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770만원 중 혹시 불법적으로 번 돈이 있다면 법에 의해 처벌이 이루어질지언정, 정당한 수익을 협박해 뺏는 것은 명백한 잘못이기 때문이다.

위는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의 당권재민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에서 지속적으로 발표하고 있는 혁신안에 관한 이야기이다. 지난 28일 혁신안에서 새정치연합은 '공정사회 지향'을 기치로 걸었다. 발표내용 중에는 30대 그룹 사내유보금 770조와 가계부채 1100조를 같은 맥락에서 비교하며 '대기업이 살찌고 서민은 마른다'는 대목이 있다.

사내유보금은 기업의 이익 중 세금을 치르고 남은 돈을 기업에 남겨놓는 돈이다. 사내유보금이 쌓이고 있는 것은 '이익창출'을 목표로 하는 기업이, 적극적으로 투자할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생각은 않고, 노력해 얻은 정당한 수익을 탐관오리들이 부정 축재해 쌓은 나쁜 돈인양 취급하는 것이 과연 ‘공정사회’인 것인지 혁신위에서는 대답해야한다.

새정치연합의 혁신을 위해 ‘옳은 방법’으로 어떻게 가계부채를 해결할 수 있을지, 어떻게 더 적극적인 기업의 투자를 촉진시킬 수 있을지 진정으로 고민해보기 바란다.

혁신안에서 ‘혁신’의 빈자리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은 이것뿐일까. 발표된 혁신안에서는 기존 새정치연합의 조직인 ‘을(乙)지로위원회’에서 많이 들어보았던 구호만을 반복해서 외치고 있다. 같은 사람이라도 상황과 조직에 따라 가지는 위치는 다양하다.

즉 회사에서는 정(丁), 집에서는 을(乙), 친구들 사이에서는 갑(甲)으로 나누어질 수 있음에도, 이런 현실은 외면한 채 우리 내면의 ‘억울함’만을 부각하고 상대적 박탈감에 사로잡히게 만드는 구호로 느껴진다.

새정치연합과 필자사이의 을(乙)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차지하고서라도, 혁신위에서 외치는 을(乙)은 을지로위원회의 그것에 비해 혁신적으로 바뀌었다고 말할 수 있는가. 또한 국회의원 정수를 369명으로 늘리자는 주장은 어떤가. 혁신위의 주장대로 간다면 의석이 많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정의당’만이 ‘쌍수’ 들어 환영하고 있다. 진심으로 궁금해졌다.

정말 의석수만 늘리는 것이 혁신이라고 생각할까. 아니, 기존 정치의 역할에 대한 반성과 실추된 정치의 권위를 회복하지 않고서는 국회의원이 1000명으로 늘어나도 상황은 비슷할 것 같다.

혁신위와 별개로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새정치연합에서는 ‘셀프디스’도 감행하였다. 드디어 대한민국의 제1야당이 자기성찰과 반성으로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기대감으로 찾아보았으나 큰 충격을 받았다.

말만 ‘셀프디스’일 뿐이지, 손발 오그라드는 자기자랑 일색이었다. 너무 다른 사람의 말에 귀 기울여 죄송하다, 호남 성남 등 본인의 지역구만 챙겨 죄송하다는 말이 도대체 무슨 ‘셀프디스’인가. 필자가 모르는 사이에 ‘셀프디스’의 의미가 바뀌었는지 확인해봐야겠다.

‘혁신’은 ‘이제까지 이루어지지 않았던 새로운 방법이 도입되어 묵은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 새롭게 함’이라는 의미이다. 진정한 ‘혁신’을 위해서는 기존의 ‘근거없는 의혹제기로 국정흔들기’ 안하기, ‘정책이나 대안 없이 비난을 위한 비난’ 안하기 등에 대한 제대로 된 자기성찰이 필수적이다. 이와 함께 새정치연합에서 지금껏 언급을 피하고 있는 북한인권과 안보에 대해 전향적인 자세 또한 보여야 ‘혁신’이라 할 수 있다.

새정치연합이 국정원의 해명에도 ‘안 믿겠다’며, 공개되었을시 국가 안위에 치명적인 상처를 줄 해킹프로그램 LOG파일을 공개하라고 주장하고 있는 이 순간에도 피와 땀을 흘리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한반도 북부에서 김씨 일가의 존립을 위해 희생되는 수많은 형제들, 열악한 환경의 격오지에서 나라를 지키고 있는 국군, 어지러운 형국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음에도 나라를 지켜야만 하는 정보기관, 기업가정신을 가지고 사업에 임하고 있는 기업가들 등 셀 수 없다.

좌우를 떠나 근본적으로 이들의 피와 땀을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혁신’이 무럭무럭 자랄 토양을 만들어 주리라 믿는다.

글/정다현 민주평통 자문위원·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원우회 기획부회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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